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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조합이 대납한 시유지 매수금 전액 갚아야”: 2010.05.11 15:58 입력 | 2010.05.13 21:16 수정

주택 재개발 조합이 조합원의 시유지 매수 대금을 대신 내줬다면 조합원은 변제 기한과 상관없이 대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서울 관악구 B재개발 조합이 최 모 씨(30ㆍ여)를 상대로 낸 분양대금 등 청구소송(사건 2009다59541)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등은 B조합의 조합원으로서 해당 시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 재개발 아파트 대지권의 목적 토지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재개발 시행에 필요한 부지의 취득을 목적으로 시유지를 매수한 것이므로 늦어도 재개발 사업의 준공검사 신청 전까지 서울시에 분납금을 완납하거나 담보를 제공한 뒤 소유권을 취득해 준공검사 등 조합의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씨 등 시유지 매수 조합원들이 재개발 사업의 준공검사 신청 전까지 시유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조합으로서는 사업 완료를 위해 후속 조치가 불가능하게 되는 점 ▲매매계약 당사자인 서울시와 피고, 피고 등을 대리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조합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매매계약에 시유지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는 분납금을 완납하거나 근저당권 설정 등 서울시의 채권 확보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함이 명시돼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매매계약에는 준공검사 신청 전까지 매수인이 분납금을 완납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시유지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며 “따라서 피고 등이 준공검사 신청 이후로도 계속 대금 분납의 이익을 보유하기 위해 서울시에 담보 제공 의무를 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등은 6회 이후의 분납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고, 조합으로부터 대금 완납과 근저당권 설정 등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받도록 수차례 독촉을 받고도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써 피고 등은 조합이 만기가 되지 않은 분납금을 일시에 대위변제하는 것을 용인하고 조합이 대위변제한 금액을 피고 등에게 청구할 경우 그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묵시적으로 표명했다”며 “이에 따라 조합이 분납금을 전액 대위변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그런데도 원심은 조합의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 의무의 이행기를 해당 분납금의 변제기로 보아 그 기간에 따라 구상금 지급을 명령했으므로 위법”이라며 “이 같은 위법이 원심에서의 조합 패소 부분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심 변론종결일 기준) 변제 기한이 도래한 10회까지의 분납금에 관한 구상금은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11회 이후의 분납금에 관한 구상금은 해당 기한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최 씨의 모친인 한 모 씨는 시유지를 점유하며 그 위에 무허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가 해당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자 시유지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
 
한 씨는 지난 1999년 서울시와 시(市)로부터 해당 시유지를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은 연 5%의 이자와 함께 20회로 분할 납부하되 2000년 2월 제1회 분납금을, 같은 해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매년 12월 21일에 분납금을 납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4월 한 씨가 사망하면서 조합원 지위를 물려받은 최 씨는 납부해야 할 매수 대금 약 60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고 이는 분쟁의 씨앗이 됐다.
 
결국 ‘국ㆍ공유지를 점유하는 조합원은 해당 국ㆍ공유지를 매수해야 한다’는 조합 정관에 의거, 매수 권한을 위임받은 조합은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지난 2005년 5월 연체된 분납금과 만기가 되지 않은 분납금을 최 씨 대신 납부했다. 이후 조합이 최 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양측의 법정 공방전이 펼쳐졌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지루한 싸움도 끝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