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Zoom In] 남북통일, 가능한가? 준비는 됐는가?

[Zoom In] 남북통일, 가능한가? 준비는 됐는가?: 2013.05.07 17:24 입력 | 2013.05.09 11:33 수정

by 송윤창(분쟁컨설팅연구소장) rknews@daum.net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롭게 등장한 ‘북한붕괴시나리오’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붕괴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 대비하자”, 대략 이 정도로 요약된다. 이러한 생각이 ‘어차피 붕괴될 북한정권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논리로 귀결됐다. 이명박 5년에서 박근혜 3개월간의 대북정책에서 보여진 내용들이 그렇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화와 교류를 통한 先경제통합-後정치통합’의 개념과는 대비되는 정책이다.
 
현재 한국사회 일반의 정서나 정치지형,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관계로 미루어 볼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와 같은 남북 간의 화해무드나 남한 주도의 남북대화분위기가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남한의 입김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고, 중국이 중재하며, 협상결과에 따른 부담의 대부분을 남한이 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남북문제에 대한 남한사회 또는 정치권의 무지다. 남한 내 보수정치집단은 너무도 쉽게 통일을 이야기 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정확치 않으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 남북통일’이라는 표어가 ‘공리’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그렇게 믿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또 지금 남한사회는 갑자기 찾아 올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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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붕괴시나리오’ 가능한가?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상태에서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가능한지를 알아야, 남북통일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고, 통일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구축해야 할 정치-경제-사회-문화체제를 지금부터 논의하고 준비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이 없다는데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너무나 무책임하게 ‘우연한 통일’을 외치고 있다.
 
현재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시나리오를 대놓고 말하는 나라는 미국과 대한민국뿐이다. 미국의 소위 동북아문제 전문가들이 한마디 하면, 한국의 언론들이 받아쓰고, 보수정치인 또는 정치집단을 통해 확산되는 식이다. 그런데 이를 정확히 알려면 북한의 붕괴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나라는 없는지? 그들이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그냥 수수방관할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주변국에 미칠 파급효과도 따져야 한다.
 
의외로 한국의 보수정치집단이 입만 열면 외치는 구호 ‘북한 퍼주기’에 답이 있다. 그동안 남한 내 보수언론 및 정치집단들은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하고, 집권기간 동안 남북 간의 모든 경제적 교류를 중단시켰다. 그들은 “달러박스가 차단되면 북한은 머리를 조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한의 빈자리는 전부 중국의 차지가 되었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90%가 달한다는 통계에 ‘북한붕괴시나리오’의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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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통일’ 준비는 얼마나 되어 있나?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북한붕괴시나리오’를 외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갑작스런 통일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실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는 보수정치집단들이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이명박정부가 못한 질문, 박근혜정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질문이 없으니 답도 없다. 답을 찾으려는 노력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현실정치에 활용 가능한 구호만 존재할 뿐. 통일을 말할 때, 어떤 체제를 이야기하는 지도 우리는 모른다.
 
갑작스러운 북한붕괴이든, 협력에 의한 남북통일이든,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어떠한 체제여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자유주의?’ 이런 시답지 않은 용어 말고, 구체적으로 통일된 한반도에 수립되어야 할 정치-경제-사회-문화체제에 대한 밑그림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게 없다.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라. 다음 체제로의 이행에 실패하면서 미국이 치른 천문학적 비용과 그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동서독의 통일을 한반도에 그대로 투영하고자 하는 일각의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서도 필자는 거부한다. 동서독의 통일은 분단 45년 만에 이뤄졌다. 나치독일 등 근대국가를 함께 경험한 세대가 이뤄낸 통일이다. 또 통일을 위한 그들의 정치는 매우 세련됐다. 책임감이 있었다. 또, 그들은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 왔고, 거기에 좌-우 이념개입 같은 것은 없었다.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에 함부로 이용하는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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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가능한가? 우리는 원하는가?
이제 분명히 답해야 할 때다. 남북통일, 가능한가? 그리고 남한사회는 그것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북한의 붕괴를 말하거나 ‘통일’을 말하는 정치인 또는 정치집단은 아주 무책임하다. 남북의 통일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한반도 남북만의 논의로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주변 강대국의 외교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들은 남북의 통일을 원하고 있는지? 가장 중요하게는 남북한의 주요정치집단들이 통일을 원하고 있는지? 등.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나, 남북한의 주요정치집단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보면, 가까운 시일 내 통일은 불가능하다. ‘북한 퍼주기’로 매도된 남북교류는 이명박정부 5년간 완전히 중단됐다. 마지막 남은 개성공단마저 회복불가능한 상황이다. 당분간 남북 간의 자체 통일논의는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중국 역시 자기들 집안 살림 챙기기도 바쁘다. 한반도의 급작스런 변화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모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분간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연명할 것이다. 한켠으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정상국가로의 발돋움을 꾀할 것이다. 어차피 김일성에서 시작된 김씨 세습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인 이상, 허울뿐인 ‘적화통일’은 미국과의 상호불가침조약 또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즉시 폐기될 것이다. 그들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전까지, 남한과의 교류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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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체제구축, 경제공동체가 답이다
문제는 남한이다. 최고지도자의 일성이 곧 헌법인 북한과는 달리, 우리의 헌법은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통일이 불가능하다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토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가 문제다. 만약 통일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이 문제를 둘러싼 남한 내 정치적 갈등이 상당할 것이다. 남한의 정치지형으로 미뤄볼 때, 어떤 경우에도 통일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남한 내부의 통일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살펴봤듯이 더 이상 정치적 수사로서의 ‘남북통일’은 의미도 없고, 당분간 실현가능성도 없다. 그렇다고 통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 이제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통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또 정파를 떠나 새로운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구의 정책이었든 간에, 한반도가 처한 객관적 현실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당분간 통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합치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또 남북의 평화적 교류가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정확히 보고, 빠른 시일 내에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남북교류에 있어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북한을 바꾸려하지 말고, 보이는 그대로 인정하자.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경제공동체를 구축하자. 그것이 통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