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고덕주공6단지 ‘무상지분율’ 174%…파장은?

고덕주공6단지 ‘무상지분율’ 174%…파장은?: 2010.06.03 13:51 입력 | 2010.06.03 21:37 수정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의 판도를 바꿔 놓은 ‘무상지분율’의 위력이 재건축 사업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이하 고덕6단지) 시공사선정총회에서는 무상지분율 174%를 제시한 두산건설이 참석 조합원 36%의 지지로 낙점됐다.
 
득표율이 30%대에 그쳤음에도 두산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에서는 현대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등이 경쟁을 벌였는데 당초 현대-포스코 컨소시엄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산이 파격적인 무상지분율을 제시함으로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경쟁사였던 현대-포스코 컨소시엄은 151%, 대우는 162%를 제시했지만 두산은 무려 174%를 제기한 것.
 
이 때문에 인근 재건축 단지는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고덕 주공2단지(이하 고덕2단지)는 두산이 174%를 제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해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수주가 유력시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GS건설 ‘동맹’도 산산조각 났다.
 
결국 최근 건설사들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은 고덕2단지 조합 측은 “무상지분율이 너무 낮다”며 “지분율을 높여서 다시 제안서를 내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 주공아파트(이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건설사들에게 아예 무상지분율 하한선을 제시했다. 지난달 17일 대의원회의를 개최한 둔촌주공 조합 측은 ‘무상지분율 최소 160% 이상’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공사 선정 기준이 종전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 낮은 공사비, 높은 입찰보증금 등이었다면 고덕6단지를 기점으로 무상지분율로 옮겨지는 조짐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하지만 지분율을 높일수록 분양가도 높아져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과 시공사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업계에 따르면 무상지분율 160% 이상을 제시하려면 일반분양가 역시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고덕 주공1단지(현 고덕아이파크)만 보더라도 일반분양가가 2500만 원선인데도 불구하고 고(高)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곳보다 사업성 등에서 그다지 낫다는 평가를 받기 힘든 구역들이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K씨는 “무상지분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분율이 높을수록 분양가가 올라가고,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로서도 지분율만 충족하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수익성을 벌충하기 위한 꼼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게 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해당 조합(원)이 감수해야 될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헐값 시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지분이 많다 보니 건설사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공사비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부 업체들은 두산건설이 제시한 무상지분율을 적용할 경우 추정되는 공사비가 3.3㎡당 58만 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건설 측은 “경쟁 업체들이 퍼뜨리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공사비는 3.3㎡당 350~370만 원선으로 통상적인 수준과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 재건축에 미치는 영향
고덕6단지에서 벌어진 무상지분율 논란은 당분간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만간 시공사선정총회를 개최하는 인근 단지들에게 “최소한 고덕6단지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하면서 무상지분율이 시공사 선정 잣대의 관건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도 인근 고덕2단지는 물론 둔촌주공까지 이미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내달 공공관리자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는 조합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업계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건설업계도 당분간 이러한 추세를 예의 주시하면서 일단 높은 지분율을 제시해 시공권을 따낼 것인지, 해당 사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까지의 원칙에 충실한 것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D건설 관계자는 “고덕6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은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제껏 브랜드 파워 등이 앞서는 도급 순위 상위권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싹쓸이했다면 앞으로는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업 제안을 한 건설사들에게도 시공권 수주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소형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무상지분율을 제시할 경우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만큼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만을 앞세워 수주를 독식하긴 힘들어질 것”이라며 “기존 대형사끼리의 경쟁 구도에서 중소업체들까지 가세해 재건축 수주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업계에 관행처럼 뿌리박힌 사업장 관리가 만연돼 있는 만큼 기득권을 지키려는 건설사와 후발주자 간 과열 경쟁이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 무상지분율의 ‘함정’
고덕6단지발(發) 무상지분율 폭풍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그 수치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여기서 비롯된 높은 무상지분율에 대한 기대감에 가려진 이면은 없는지 등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무상지분율이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에서 거론되는 것인 만큼 건설사로서는 일반분양분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만큼 위험도 크다.
 
고덕6단지의 시공권을 따낸 두산건설 측은 3.3㎡ 분양가를 2500만 원선에 책정해도 충분히 공급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은 174%의 무상지분율을 충족시키려면 일반분양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 원을 훌쩍 넘어야 공사비를 보전할 수 있으므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건설업계가 논쟁에 휩싸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관리처분 단계에 가서야 정확한 부담금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제안된 서류상 조건만 가지고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실익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나 투자자들은 건설사들의 사업제안서를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조합원들이 무상지분율에만 목을 매 판단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맘먹고 제안서상에 훗날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될 조건 등을 숨겨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무상지분율을 200%까지 제시한 곳도 생겨나면서 건설사 간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건설사들이 일단 시공사로 선정되고 난 뒤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올리거나 추가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파다한 상황에서 과당경쟁의 폐해는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조합에 유리해 보이는 건설사의 사업 제안에는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많다”며 “무작정 높은 지분율만 보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 K씨는 “사실상 확정지분제라는 것은 없다. 최소한 사업시행인가가 나서야 지분율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조건을 바꿀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