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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 관련 의혹에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속 탄다: 2010.06.24 13:40 입력 | 2010.06.24 22:13 수정

“부득이하게 맹지(盲地)로 취급받던 체육센터가 기존 도로를 확장하면서 도로와 접하게 됐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맹지에서 해제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아 고민이다”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이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엄영호 총무이사가 내뱉은 푸념이다.
 
맹지는 한마디로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땅을 의미한다. 이러한 땅에 진입로가 없다면 가치가 없다는 것쯤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땅을 놓고 조합원들 사이에 의혹이 불거져 해당 조합 측은 당혹스러울 뿐이다.
 
상가 제척이라는 ‘결단’을 통해 어렵게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둔촌주공 조합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긴 셈. 이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시점은 지난해 여름. 조합(당시 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 짤막한 글 하나가 게재되면서부터다.
 

◆ 어떤 내용이길래~
작성자 김 모 씨는 “둔촌동 172-1번지 주변 도로가 단지 내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확장시키는 바람에 조합원 소유의 땅이 공공용 부지로 제공됐다”라며 “무슨 이유로 단지 내 복리시설의 제한을 해제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기존 복리시설을 독립적인 근린시설로 해제할 경우 단지 내에 복리시설을 별도로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곧 조합원들의 희생을 요한다는 게 그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인 셈이다.
 
김 씨는 “공공용 부지(로 제공되는 토지)는 조합원 공동 소유물로서 조합원들의 재산이므로 이는 수십억 원의 이권이 걸린 문제인데 이를 알고도 넘겨주었다면 잘못된 것”이란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김 모 씨는 “상가와 체육센터는 우리(조합원) 땅을 통과하지 않고는 출입이 불가능한 땅”이라며 “그 땅을 (맹지에서) 해제해줬다면 우리 모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문제가 된 체육센터의 원래 명칭은 한국사회체육센터이다. 이는 본래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유였다가 지난 2003년 7월에 권 모 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약 2년 뒤인 2005년 1월에 월드○○○○로 명칭이 변경됐고 소유권 역시 (주)월드○○○○로 이전됐다.
 
당시 이를 놓고 공단 측은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조를 비롯한 이용 주민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같은 해 10월 둔촌주공 주민들은 구역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제안했고 당시 계획상 월드○○○○의 용도는 ‘부대복리시설’로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듬해인 2006년 11월 서울시에 의해 정비계획이 결정ㆍ고시됐는데 잠잠하던 관련 분쟁은 정비계획상 기존 15m 도로를 23m로 확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점화됐다.
 
월드○○○○ 앞 도로(중로)의 폭은 ‘도시계획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 통상 ▲20m(중로1류) ▲15m(중로2류) ▲12m(중로3류)로 결정된다. 게다가 기존 도로의 확장의 경우 한 방향으로만 확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월드○○○○ 앞 도로는 8m(체육센터 쪽 3m, 아파트 쪽 5m)를 확장해 23m로 한 데다 양방향으로 넓혀 의혹이 불거졌다. 통상 아파트 쪽으로 5m만 넓히면 되는 것을 굳이 체육센터 쪽으로 3m를 더 확장해 사실상 맹지였던 이곳이 도로를 접한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혹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된다. 조합 집행부가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황금 알’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공짜’로 해주진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 조합 “황당하다”
이에 대해 둔촌주공 조합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엄영호 총무이사는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의혹이 가시질 않는 것을 보면서 유언비어의 위력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조합 측은 최근 대의원회의를 열고 관련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 조합 관계자는 “하도 말이 많아서 아파트 쪽으로만 도로를 확장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며 “현재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관련 의혹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20m가 아닌 23m로 확장한 것은 이례적이므로 의심스럽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계획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에 ▲중로1류는 폭 20m 이상 25m 미만 ▲중로2류는 폭 15m 이상 20m 미만 ▲중로3류는 폭 12m 이상 15m 미만 등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홍 모 씨 등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며 관할 구청의 명쾌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동구청은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하라며 선을 그었다.
 
강동구는 “둔촌주공 정비계획 수립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제안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시위) 심의를 거쳐 결정ㆍ고시된 것”이라며 “월드○○○○을 부대복리시설이 아닌 주민운동시설로 변경하고자 한다면 월드○○○○ 소유자와 조합원들이 협의해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이를 시(市) 도시위 심의 등을 거쳐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정비계획 수립 당시 월드○○○○의 용도가 변경됐고 이것이 둔촌주공 주민들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이를 다시 변경하려면 당사자 간 협의를 거치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구청의 ‘선 긋기’는 외려 의혹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의혹을 제기해 왔던 조합원들이 “정비계획 수립 당시 월드○○○○의 용도 변경을 제안한 주민들이 누구냐”며 이에 대한 조합장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이와 관련해 한 대의원이 조합에 의혹 해소를 요구한 부분까지도 의혹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대의원 이 모 씨는 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과 관련된 사실을 조합 측이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합원 김 모 씨는 “조합의 대의원이라면 일반 조합원보다 (조합 운영 등에 대해) 더 많아 알아야 하는데 (이 씨의 글을 보면)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 사안 말고도 (일반) 조합원들이 모르는 게 얼마나 많겠느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조합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이 모 씨는 “솔직히 월드○○○○와 우리 재건축 사업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반대파가 조합 집행부를 흠집 내기 위해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아 폭발력은 없는 사안 같다”고 말했다.
 
엄영호 이사도 “지금은 우리 재건축의 성패가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라며 “관리처분 단계에 가면 어차피 조합원 간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재건축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적어도 그때까지는 조합원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