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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뉴타운1구역 계획대로 사업추진?: 2010.02.09 15:20 입력 | 2010.02.10 15:32 수정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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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조합설립무효라는 암초를 만난 왕십리뉴타운 1구역. 
 
전체 구역 중 이미 93%의 가옥이 철거를 마친데다 거주자들의 이주도 90% 이상 마무리된 지역이기에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크다. 특히 이 구역은 총 1702가구의 대단지인데다 도심권 뉴타운이어서 올해 재개발 아파트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그러나 조합설립무효 후에는 매물을 내놓는 사람도, 찾는 매수자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왕십리뉴타운은 은평ㆍ길음과 함께 지난 2002년 서울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됐지만 사업 속도가 가장 늦었던 곳이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지난해 비로소 일반분양이 가시화됐지만 최근 사업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이 법적요건에 못 미쳐 재개발사업을 위한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것. 이에 따라 조합이 실시한 사업시행 및 관리처분 계획인가 등도 모두 무효가 될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금융비용의 지출이다. 왕십리뉴타운1구역의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을 경우 조합설립부터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법정분쟁 등 다시 사업을 추진하려면 최소 6~7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어마어마한 금융비용도 조합원의 부담금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조합에서 사용된 기 투입비용의 총액은 약 1270억 원 정도 예상 된다. 또한 연이율 7%를 계산 했을 때 금융비용은 연간 약 80억 원 이상 지출된다. 만약 지연 기간이 7년이라면 560억 원 이상 불필요한 금융비용이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조합설립인가 무효판결이 확정될 경우 사업계획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당초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사업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 지역이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가 무효가 될 경우 새로운 사업시행인가로 상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조합원 이익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합은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한 상태이며 일반분양 역시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혀 더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성동구 역시 조합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구청 관계자 A씨는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며 “분양 신청이 들어오면 승인을 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대위 측은 법원에 조합업무정지가처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시장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이다. 인근 W공인의 한 관계자는 “판결 후 얼마간은 온종일 조합원들의 문의전화에 시달렸다”며 “재개발사업에는 많은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지금 같은 경우 해당 조합원들의 이주가 거의 완료되고 철거도 9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 파장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반응에 대해서는 ‘차분하다’는 것이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자의 중론이다. 또 다른 B공인의 관계자는 “112㎡형 아파트의 총 부담금이 6억 원선인 반면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은 3억~3억5,000만 원선”이라며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에 금융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좀 더 두고 보자는 것이 현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왕십리뉴타운은 3개(1~3)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공사는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GS건설 컨소시엄이다. 1700가구 규모의 1구역은 200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가 승인됐으며 2006년 3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08년 9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현재 철거작업이 93% 이상 진행됐으며 1월 말 착공이 계획된 구역이다.
 

◆ 조합 ‘추진’ Vs 반대파 ‘안돼’ =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합에서는 일반분양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 측은 지난 2일 "고등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등 아직까지 확정된 판결 내용이 아니다"며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된 일반분양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합의 이러한 강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판결에 따르면 조합설립 인가 이후의 사업진행은 모두 무효가 되어 분양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
우선 일반분양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 측이 “일반분양을 강행한다면 조합 행위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분양을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조합이 패소한 상태라 분양 계획일 이전에 원고 측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조합은 “원고들이 10억여원의 추가 보상비를 요구하는 만큼 협의를 통해 소취하를 유도할 것”이라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원고 측 관계자는 “애초에 추가 보상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소취하와 관련한 협상에 일절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공사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법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을 진행할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칫 공사비를 떼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양을 진행한 이후 대진행할서 조합 설립 무효가 확정될 경우, 공사대금을 요구할 사업 주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재개발 전문가 A씨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무리한 사업진행일 수 있다”며 “당연히 반대파에서는 업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고 1심에서 조합이 패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무정지가처분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렇게 된다면 분양자체가 불가능해 질 것이고 시장 상황도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도 이러한 상황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의 조합원 A씨는 “지금 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상황인데 조합의 무리한 강행은 더욱 주민들의 반발심을 살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조합은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왕십리1구역은 전체 1720채 가운데 600채(83~179㎡형)가 일반분양물량으로 전체 대비 약 34.8%를 차지하고 있다.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