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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개발 민관 갈등으로 장기 표류 예고: 서울시 계획안 철회 주민 동의율 59.8%; 2011.09.27 10:58 입력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개발 백지화? 아니면 강행? 市는 ‘모르쇠’
 

서울시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개발 사업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의도 주민들은 서울시가 발표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에 주민은 없고 이 계획안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자신들의 재산을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며 계획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내 위치한 11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의 사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모임을 결성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주민들은 지난 5월 ‘여의도 11개 단지 아파트 소유주 연합(이하 여소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여소연합은 이미 개발 계획안 철회를 목적으로 주민 동의서를 받아 이를 관계 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1개 단지 6323명의 소유주 가운데 3784명(59.8%)으로부터 서울시 개발 계획안에 대한 철회 동의서를 받아 지난 6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제출했다”며 “11개 단지의 세입자 비율이 4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재 거주 중인 소유주의 90% 이상이 서울시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여소연합 측은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관할 영등포구청과 영등포구의회에도 철회 동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주민들, “실현 불가능한 계획…市 책임져야”=여소연합 관계자들을 비롯한 여의도 주민들은 서울시가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이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주민이 소외된 개발 계획안을 밀어붙여 발생한 민관 갈등과 그로 인한 혼란에 대해 시(市)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한강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서울시의 개발 명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이 화가 난 것은 개발을 추진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등 민의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시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성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상당수 주민들이 개발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계획안의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시(市)로서도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의 반발에 못 이겨 시가 중점 사업의 하나로 추진해 온 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을 간과할 수도 없으니 시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특히 여의도를 필두로 한 시내 5개 전략정비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 반발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발생에 대한 책임을 시에 물어야 한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오세훈 시장의 사퇴는 시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더욱 좁혀 놓은 상태다.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시가 “주민들이 원치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것도 시에 ‘부메랑’이 됐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과거 서울시가 ‘여의도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우리의 뜻을 정확히 전달한 만큼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반발이 집단행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움직임이 여의도 이외의 다른 전략정비구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주민 대다수가 25.5%에 달하는 기부채납 비율에 부담을 느껴 반대하고 있고, 개별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 중인 이촌 전략정비구역의 경우에는 주민들의 무관심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자신들이 지는 부담에 비해 인센티브가 낮아 사업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합정 전략정비구역과 성수 전략정비구역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강의 공공성 회복을 주창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그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한강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강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업지구나 업무지구로 지정해 개발을 했어야 했는데 주거지역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해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그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들로부터도 지지를 얻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市 수정 계획안 발송? 주민, ‘찌라시’ 일축=이러한 상황에서 여의도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달 초 모 일간지에 서울시가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의 수정 개발 계획안을 내놓았다는 기사가 실린 것.
 
당시 보도에 따르면 수정된 계획안은 ▲종전 7:3 수준이던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총면적 비율을 9:1로 조정하고 ▲8172가구 건립 예정인 신축 세대수를 1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적용되지 않는 1:1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여의도 주민들은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 개발 계획안이 공표된 적도 없거니와 몇몇 주민들이 받은 것은 속칭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모 일간지 기사를 보고 분노를 감출 길이 없었다”며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동안 줄기차게 건의했던 내용들이 반영되지도 않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언론 플레이야말로 주민들을 두 번 우롱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여소연합 관계자도 “몇몇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 있던 소위 수정 계획안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찌라시’ 수준”이라면서 “끝까지 주민을 무시하는 서울시 행태를 바로잡고 주민들이 원치 않는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서울시 원안에 대한 철회 동의서를 징구해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사업 Go? Stop? “모른다” 
주택기획관실 “실무자와 얘기하라”
건축기획과 “답변할 수 없는 부분”
여의도 주민들의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특기할 만한 서울시의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하지만 시장 사퇴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업을 이대로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민의를 수렴해 방향을 수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시의 태도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에 본보는 서울시 건축기획과 담당자와 주택기획관실 등에 ▲여의도 주민들이 서울시 개발 계획안에 대한 철회 동의서를 관계 당국에 제출한 데 대한 입장과 ▲현 계획대로 여의도 개발을 이행할 것인지, 민의를 반영해 개발 계획안을 수정할 의사가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두루뭉술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 건축기획관실은 “여의도 전략정비구역과 관련해 실무자와 통화하라”고 했고 실무자인 시(市) 건축기획과 담당자는 “정책적인 부분이라 그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건기 건축기획관과의 통화 요청에 대해서도 건축기획관실 측은 통화 때마다 “회의 중” 또는 “실무자와 통화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여의도 주민들의 반발과 관련해 서울시의회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하면서 이것이 향후 서울시의 태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소연합 관계자 등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찾아 지구단위계획 철회 동의서를 제출한 지난 6일. 여소연합 대표단은 신원철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여소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신 위원장은 당시 “여의도 주민들의 뜻을 잘 알겠다”며 “이 문제를 최근 발족한 ‘한강 르네상스 특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들어 서울시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의회가 여의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서울시를 압박할 경우 시로서도 이제까지의 태도를 고수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현재 이미 발표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해 주민 공람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공람’인 만큼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공람부터 하자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인 셈.
 
실제로 이건기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람하는 절차가 바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라며 “공람이 정식으로 이뤄져야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 현재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공람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