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여의도 주민 안중에 없는’ 서울시에 민심 ‘폭발’

‘여의도 주민 안중에 없는’ 서울시에 민심 ‘폭발’: 여소연합, 개발 계획안 철회 동의서 과반수 확보; 2011.09.08 11:28 입력 | 2012.02.01 15:30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align=left src="/PEG/13154488701977.jpg" width=264 height=364> 민관 사이 갈등 확산…“기부채납 비율은 허수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수용을 놓고 벌어진 민관(民官) 갈등이 깊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여의도 주민들은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안의 내용은 물론 이를 발표한 뒤 시 측이 보인 행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한 뒤 서울시 계획안을 철회시키기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결성된 ‘여의도 11개 단지 아파트 소유주 연합(이하 여소연합)’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잠정 집계 결과 11개 단지 6300여 소유주의 과반수가 동의서를 제출했다”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거주자의 절반가량이 세입자인 상황에서 소유주들의 연락처를 알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소유주 과반 동의를 받은 것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주민들이 서울시 계획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여소연합은 현재까지 접수한 동의서를 1차로 영등포구청 등에 제출해 성난 민심(民心)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연락이 닿는 나머지 소유주들에게서도 동의서를 받아 지속적으로 서울시 계획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출키로 했다.
 
여소연합이 이처럼 서울시 계획안에 결사반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마련한 계획안의 내용이 주민 뜻과 반하기 때문이다. 또 이제껏 시(市)가 보인 행정에 주인이 돼야 할 ‘주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여의도 A아파트 주민은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개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가 최근 여소연합이 서울시 계획안이 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자세히 알려줘 시 계획안에 반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소연합을 비롯한 여의도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안대로 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상당수 주민들이 사유재산권을 침해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이제껏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기부채납 비율이 40%로 다른 전략정비구역에 비해 높지만 그 대신 용적률을 600%까지 높여 주었기 때문에 되레 주민들에게 이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례로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기부채납 비율이 25.5%인데 서울시가 제시한 최고 용적률은 348%에 달한다. 이렇게 보면 압구정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용적률을 적용 받는 여의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여소연합은 이것이 모두 ‘허수’라고 일축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압구정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촌이기는 하나 여의도도 그에 못지않다”면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 허허벌판을 개발하는 곳에나 적용 가능한 기부채납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주민들의 재산을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 계획안대로 사업이 강행되면 여의도 주민들은 현재 보유한 지분의 68% 정도를 잃게 된다”며 “서울시는 여의도의 지역적 특성과 대다수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시(市) 측에 동조하는 소수 어용(御用) 인사들을 동원하는 작금의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금융지구 조성 부담 전가?=여의도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안에 ‘주민’은 없고 그 대신 시(市)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국제금융지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계획안에 따르면 한강변에 위치한 여의도 아파트 11개 단지에는 개발 후 70층이 넘는 업무용 시설 2개동과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문화 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시는 이 일대의 용도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고 기부채납을 40%(토지 30%, 현금 10%) 받는 대신 용적률을 600%까지 상향해 주기로 했다.
 
여소연합을 포함한 여의도 주민들은 주거지역이던 이 일대에 대규모 업무용 시설이 들어서는 것,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주민들로부터 충당하려는 것 모두가 서울시가 자신의 전시 행정을 위해 이곳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서울시 개발 계획안이 한강의 공공성 회복보다는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자신들에게 부담 지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서울시 행태는 금융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대지와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11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의 지정 취지였던 한강 공공성 회복도 금융특구 조성에 혈안이 된 서울시의 개발 계획안으로 인해 지금은 그 명분마저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수십조 원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직접 분양을 하고 또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개발을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미 여의도에 초고층 업무용 빌딩이 건립되고 있는 점과 현재 여의도 업무용 시설의 상당수가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개발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분양 성공까지 관(官)이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건기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업이라는 게 다 그렇다. 아파트 짓는다고 다 분양이 되느냐”면서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일반적으로 주민들에게 손해가 없도록 하지만 사업성을 끝까지 공공에서 보장해 줘야 하느냐”고 말해 사업에 대한 책임은 주민들이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민 원치 않는 사업 즉각 중단해야”
“단지별 상황에 맞게 개별 재건축하자”

 
서울시가 수립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의 즉각적인 철회가 여의도 주민들의 1차 목표라면 그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여소연합 측은 서울시 계획안에 대한 대안 제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서울시 계획안의 철회 후 11개 단지가 각각의 특색에 맞게 재건축을 하는 방향으로 주민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미성아파트 광장에 100명에 달하는 주민이 모였다. 이들은 11개 단지에서 온 주민들로, 이 모임은 서울시 계획안이 안고 있는 허상을 알리고 계획안의 철회를 위한 주민들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한 주민은 “사실 여소연합이 (서울시 개발 계획안을 철회하기 위한) 동의서를 받는다고 하기 전까지 서울시 개발 계획안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진실’을 알고부터는 적극 나서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환경에 만족한다”면서 “주민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굳이 개발을 해야 한다면 개별 단지의 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11개 단지 주민들과 서울시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그로 인한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낭비 요인도 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시와 여의도 주민들 사이의 간극을 메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 일대를 국제금융지구로 변모시키려는 시(市)와 과도한 경제적 부담도 모자라 개발 후 일괄적으로 주상복합에 입주해야 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주민들 사이의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주민들이 서울시 개발 계획안의 철회를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추진하려 했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것이 단적인 예다. 여소연합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참가자가 거의 없었던 데다 서울시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자 시 담당자가 그 자리를 빠져나가면서 파행으로 끝이 났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공람 절차를 밟으려는 것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람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므로 공람을 진행하자고 하지만 이는 이미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안을 그대로 관철시키려는 것”이라며 “시는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일이 공람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장도 얼마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민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대다수 주민이 원하는 것은 서울시 개발 계획안의 즉각적인 철회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 민의를 반영한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람하는 절차가 바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라며 “공람이 정식으로 이뤄져야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 현재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공람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해 주민들과의 시각차를 나타냈다.
 
일례로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공람 후 주민들이 ▲강변북로 지하화 반대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을 요구했으나 시는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시가 수립한 개발 계획이 공람을 거치면 사실상 시측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된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주민들로서는 공람 자체를 저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진 설명.여의도역 인근 건물에 내걸린 현수막. 서울시 계획안대로의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