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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으로 시작한 공공관리자 제도, 하지만…: 2009년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 발표; 2011.11.10 16:14 입력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오 전 시장 “1억 원 분담금 경감”, 현재는 자취 감춰
 
서울시에서 아니 주택정비사업에서 공공관리자 제도란 말이 나온 지도 벌써 2년 6개월이 됐다. 
 
공공관리자 제도는 2009년 6월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정비사업 프로세스 혁신안’을 확정·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공공관리자 제도는 시작부터 뜨거운 이슈가 돼 왔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표 당시 조합원 1인당 1억 원의 분담금을 낮춰 준다는 ‘어불성설’격 발언을 한 이후부터 찬반 논란이 거셌다. 
 
재개발·재건축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쪽이나 구역 내 이른바 반대파들은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을 적극 찬성했으나 업계의 프로세스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그 실현 가능성을 극히 낮게 잡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오 전 시장의 1억 원 분담금 경감은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도입 당시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업계 전반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공공관리자 제도에 대해 본지는 창간2주년을 맞아 어떻게 도입됐는지 그리고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되짚어 본다.

 
◆투명성 확보 명분으로 도입된 공공관리자 제도=공공관리자 제도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6월 서울시 자문위의 판단 아래 공공관리자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문위는 당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에 맡겨 왔는데 그 결과 비리나 부패로 얼룩졌다는 판단을 했다. 따라서 공공이 사업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렇게 제시된 공공관리자 제도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초기 단계인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 완료 때까지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초기 안은 구청장이 구역지정 이전에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SH공사나 구 주택공사(현 LH공사) 등을 공공관리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투입되는 용역비는 공공이 부담토록 했다.
 
정비업체 용역비의 경우는 추진위 승인 이후부터는 추진위가, 공공관리자 용역비는 시공자 선정 이후에는 조합이 부담해야 했다. 

 
◆총회 직접 참석 비율 향상, 세입자 대책도 강화=도입 당시 공공관리자 제도에서는 총회 직접 참석 비율을 향상시키고 세입자 대책도 강화토록 했다.
 
자문위는 당시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토지등소유자(조합원)들이 사업 추진 내
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동의서를 징구하고 조합 총회 등 의견 수렴 시 직접 참석보다는 서면 동의를 유도해 조합이나 정비업체의 의도대로 의사가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정보 공개 요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이를 거부해 결국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러 비용 분담액 등을 알게 돼 갈등을 유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문위는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발표 당시 현행 10%로 돼 있는 총회의 직접 참석 의무 비율을 상향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정비사업 홈페이지 구축 및 자료 공개 의무화를 제시했다. 
 
자문위는 강화된 세입자 보호 대책도 제시했다. 용산참사 이후 이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반영된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세입자 의견 수렴 절차 외에도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 상향 조정, 영업권 확보 기간을 고려해 가중치 부여, 세입자 대책 개별 통지, 주거이전비 차등 지급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자문위는 철거공사의 경우 시공자 시행의 의무화를 법제화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때는 공공도 기반시설비 부담토록=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무렵에는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공공에게도 부담시키는 방안이 제시됐었다. 
 
자문위는 20m 이상의 도로, 근린공원, 공공공지 등은 공공이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아울러 인센티브 적용 대상 기반시설을 확대해 시프트, 시회복지시설, 문화시설 등을 포함시켰다. 
 
필요한 공공시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100%의 인센티브가 부여되고 조성 원가로 제공할 경우 33%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도록 제안됐다.
 
당시 자문위는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해 기준을 마련한 뒤 법령 개정을 제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공공관리 시범지구 정비업체 선정 특혜 논란도 
일부 업체 밀어주기 의혹 제기 등 ‘뒷맛’ 씁쓸
“특정업체에 들러리 선 셈이다” 탈락업체 반발
공공관리자 제도가 시행된 후 성수 전략정비구역 내 4개 지구가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2009년 이 4개 지구의 정비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2009년 8월 성동구는 공공관리자 제도 시범 지역인 성수지구의 정비업체 입찰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5개 업체(2지구는 2개사 컨소시엄)가 선정됐다.
 
성수지구의 정비업체 선정 기준은 ▲업체 현황 20점 ▲사업수행계획서 60점 ▲입찰가격 20점 등을 합산해 80점 이상인 자를 협상자로 선정하고 협상 순서는 고득점순으로 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 배점이 높은 사업수행계획서 심사 시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인력이나 실적 등의 심사는 점수차를 거의 안 둬 의구심을 증폭시킨 바 있다.
 
예를 들어 정비업체 현황은 ▲기술인력 보유 상태 20점 ▲유사 용역 수행 실적 30점 ▲경영 상태 30점 ▲신인도 및 업체 소속 인원수 20점으로 구분돼 있다.
 
이 때 유사 용역 수행 실적의 경우 절대 평가하며 최근 5년간 조합설립인가가 난 조합의 조합원 수가 700명 이상이면 만점인 30점을 받는다. 또 실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기본점수가 20점이나 배정돼 있다. 
 
성수1지구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수가 1450여 명인데 비해 4지구는 730여 명이다. 즉 700명인 현장에서의 능력과 2배나 많은 1450여 명 현장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이 같을 수 없는데 이를 똑 같이 평가한 것이다.
 
성수지구는 정비업체 선정 당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시기도 3개월로 정했다. 따라서 사업수행계획서 평가 시 동의서 징구 업무를 어떤 업체가 잘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실무 평가는 실무와 거리가 먼 ‘교수’나 ‘건축사’가 맡았다. 재개발·재건축의 현장 경험이 적은 교수나 건축사가 평가를 맡아 현실성이나 전문성이 다소 결여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한 정비업체 대표는 “기술인력 보유 현황이나 직원 수, 입찰가격 등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사업수행계획서는 주관적인 평가로 인해 점수 조작이 가능하다”며 “동의서 징구 등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교수나 연구원이 1개 업체당 5분으로 제한된 프레젠테이션만 듣고 어떻게 종합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성수지구의 정비업체 선정 과정에서는 저가 용역비 및 과열 경쟁도 지적이 됐다. 성수지구의 경우 용역비가 가장 높은 곳이 1지구(1억8000여 만 원)이며 2지구(1억6100여 만 원), 3지구(1억5380여 만 원), 4지구(1억4240여 만 원) 등이었다.
 
이처럼 업계 평균보다 용역비가 높은 수준이 아닌데도 입찰 당시 55개 업체(지구 당 중복 포함)가 참여했다. 
 
이와 같은 저가 용역비는 비리나 부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당시 전문가들은 지적했었다. 정비업체가 적절한 용역비를 받지 못하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른바 뒷거래나 비리에 손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