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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부작용…삐걱대는 공공관리자 제도: 자금 융자 대한주택보증만 좋은 일…‘옥상옥’; 2011.11.10 16:18 입력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투입 공무원들 전문성 없어…사업 혼란 가중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알맞은 시간 그리고 적절한 자금, 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거나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년이 넘은 서울시의 공공관리자 제도는 자금 조달 문제 뿐 아니라 전문성 없는 인력 투입으로 인해 토지등소유자 및 추진위원회 집행부에게 어려움만 줬다는 게 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자금 문제에 있어서는 융자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줬을 뿐 아니라 사업 기간을 지연시켰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전문성 없는 인력의 투입 또한 사업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높은 이자의 사업비, 융자도 쉽지 않아=공공관리자 제도 아래 진행되는 일선 추진위원회나 조합들이 서울시로부터 융자를 받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융자 이자, 복잡한 신청 절차, 심사 및 대출을 맡은 대한주택보증의 비싼 수수료 등이 융자를 기피하는 큰 이유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금이 부족해도 융자를 기피해 사업 기간이 늘어나지만 서울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 바 있다.
 
특히 서울시 자금 지원에 대해 추진위원회나 조합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 하나가 비싼 이율이다. 서울시가 작년 7월 발표한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 조합 및 추진위원회 융자 계획’에 따르면 담보에 의한 융자는 연 4.3%, 신용에 의한 융자는 연 5.8%의 이율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일선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이율이 높고 대여금도 너무 적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공공관리자 제도 적용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다. 
 
또 아무런 사고 없이 사업을 추진했을 경우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4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시공자를 뽑기 전까지 적어도 4년 동안 공공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융자 한도액인 5억 원을 지원받았을 경우 한 해 이자만 2900만 원에 이른다. 이를 다시 4년으로 환산할 경우 4년간 이자 총액은 1억1600만 원이다. 추진위·조합은 한 달에 약 241만6700원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셈이다.
 
이 수치도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소송이 없거나 인허가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등 원만히 사업이 진행될 경우 추산된 것이다. 실제로 사업 기간은 시공자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시행인가 이후까지 더 소요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적은 융자금액도 문제로 대두됐다. 한 추진위원회 임원은 “자금을 받으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나 설계자에게 용역비를 줘야 할 것이다”며 “용역비를 주고 나면 남은 금액으로 한 해 예산을 꾸려가기 힘들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융자를 받는 절차도 복잡해 문제점으로 대두된 바 있다. 융자를 받으려면 해당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의결을 한 뒤 자치구에, 자치구는 서울시에 각각 융자 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서울시는 융자 금액을 결정해 수탁 기관인 대한주택보증에 통보를 하게 된다. 이후 대한주택보증이 여신 심사를 거쳐 서울시에 융자금 대하(민간에 융자하도록 정부가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 주는 것)요청을 하면 서울시는 대출을 실행하도록 대한주택보증에 통보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융자금을 받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의 한 추진위원회의 경우 융자를 신청한 후 받기까지 2달 가까이 소요됐다.
 
이자가 비싸고 절차와 기간이 오래 걸려 일선 사업장에서는 융자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일어났다. 실제로 올해 초 성수전략정비구역의 4개 사업장 중 한 곳만 융자를 신청하고 나머지는 비싼 이자와 절차, 기간 등의 이유로 신청을 하지 않은 바 있다.
 
당시 한 추진위원회 임원은 “추진위원장 재산에 담보를 설정했는데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융자금을 썼다가 사업이 중단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우리 구역은 비싼 이자 등 때문에 융자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융자를 받은 곳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한주택보증의 높은 수수료율과 까다로운 심사 때문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한주택보증의 수수료율은 담보대출인 경우 1%, 신용대출인 경우 3%이다. 수수료율을 제외하면 연이율로 담보는 3.3%, 신용은 2.8%만 각각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이 수수료 ‘장사’를 하는 이른바 ‘옥상옥’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대한주택보증 담당자의 무리한 심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 대한주택보증의 심사를 받은 한 재개발구역 관계자는 “대한주택보증 담당자가 규정에도 없는 서면결의서를 보여 달라고 하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회수해야 하는지 물었다”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것을 걱정한다면 공공관리자 제도를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갈팡질팡…전문성 없는 공무원이 사업 ‘발목’=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관계자들은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공무원들에게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잦은 부서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져 사업 지연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 조합 및 추진위원회 임원들의 주장이다.
 
한 추진위원회 임원은 “기존의 담당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 나 새 담당이 오면 간단한 문제 하나 처리하는데도 3~4일이 걸린다”며 “담당 공무원이 처음 업무를 하다 보니 금방 답해 줄 수 있는 것도 즉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대파들의 주장에 휘말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다른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제도와 절차에 맞지 않는 말을 해도 그냥 수용한다”며 “이러한 점들이 사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담당 공무원 뿐 아니라 전문성이 없는 타 공무원이 총회 등에 개입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와 ‘공공관리 추진위원장 공명선거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 선관위는 ‘공공단체 위탁선거 관리 규칙’에 따라 부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해 40여 일 간의 선거기간에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선거 과정의 부정행위 단속과 조사 활동은 물론 투·개표 업무 관리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선거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나 자치구 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들이 사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개최한 서울 J구의 한 조합의 경우 총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해당 선관위 담당자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반 선거 기준으로 총회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도정법에 따르면 보통 총회의 의결은 전체 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당시 총회에서 관리·감독을 맡았던 선관위 담당자가 조합 임원을 뽑는 과정에서 다수결에 의해 당선된다고 말해 물의를 입은 바가 있다. 또 서면결의서에 대한 이해가 적어 개표 과정이 오래 걸려 3시간이면 끝날 총회가 8시간가
량 시간이 소요됐다는 전언이다.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법령과 같은 제도적인 측면과 현장 상황을 동시에 파악해야 전문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며 “1~2년 내에 이러한 점들을 숙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재개발·재건축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만큼 인센티브 도입 등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