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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동산시장 대세하락기 접어들었나?: 2010.10.11 09:34 입력 | 2010.10.14 22:53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gmail.com

삼성연 "급락도 대세하락도 않을 것"
대출부실화 위험 낮고 가구수도 늘어
 

지난달 9월 29일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대세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가격조정과 인구구조, 불안심리, 주택담보대출 측면 등을 부동산시장 대세하락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때 ‘집값이 급락하거나 대세하락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대출규제의 효과, 가구 수 증가와 낮은 자가보유율 등 잠재 수요의 존재로 인해 향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거나 장기 부진에 빠질 우려는 작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먼저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LTV(담보인정비율)를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등 대출부실화 위험이 적고, 앞으로도 위험대출군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막아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주택처분이 급증하고 인구감소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노후세대는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needs)가 높고 주택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위축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자가보유비율이 낮아 잠재적 수요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비율은 55.6%로 세계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다. 추가적인 가격하락 기대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실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 또한 “가계채무부담 확대가 주택처분 증가, 주택가격의 추가적 하락,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가 있지만, 대출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자 지급부담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34.5%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LTV 50% 이상인 대출 비중도 16.6%로 전년보다 2.2% 떨어지는 등 지속적인 대출규제로 LTV 비율이 낮아져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것.
 
연구소는 다만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될 경우 금융부실 확대, 실물경제 부진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거래활성화 방안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거래부진은 가계소비 위축, 주거이동성 제약, 지방세 감소, 주택공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기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연구소는 특히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제의 시장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고 일반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최고 민간경제연구소의 이 같은 주장이 기존 부동산-건설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짜깁기 한 수준의 엉터리 보고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세보증금 고려 않은 LTV규제의 문제
 

한국의 경우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를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대출부실화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계가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주택구입을 했기 때문에 이를 간과하고 표면적인 지표만으로 주택시장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 못됐다는 지적이다. 
 
원래 LTV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살필 수 있는 기본 지표로, 한국 은행들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처럼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의 급격한 시스템 붕괴 위험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보증금 제도가 있어, 일반가계의 주택자산가치 대비 차입비율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려면 좀 더 까다로운 계산법이 요구된다. 보통 한국의 가계는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집을 산다. 그런데 전세금이라는 것이 무이자 차입이기는 하지만 계약 만료 시에 주택 소유주는 세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의 일종이기도 하다.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은 2005년 기준 328만호인 전세 가구당 전세금을 1억 원 씩만 잡아도 328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액이 올 2분기 현재 341.6조원에 이르고,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주택소유자들의 주택자산가치 대비 레버리지 비율은 평균 두 배나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방식의 투자(또는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만큼 전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부동산투기에 동원된 차입금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세보증금을 합산한 일반 가계의 주택 차입 비율은 매우 높고, 주택 가격 하락기에 주택 하락 악순환을 부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금 거론되고 있는 LTV수치가 이미 상당 폭 떨어진 실거래가 와는 달리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은행 호가를 근거로 하고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제2금융권 주택대출액 가운데 2006년 이후 대출액의 상당부분은 이미 LTV 비율 80~100%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1금융권의 경우에도 국민은행 가격 대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의 평균 LTV 비율이 이미 10% 가량 높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만약, 이들 대출액을 일반 가계가 연체해 경매처분에 들어가면 금융기관은 대출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김광수소장은 우려했다.
 
여기에 2012년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이 2009년의 두 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금융시스템에 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서서히 인상되고 있는 기준금리가 그 시점이 되면 정상상태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저의 제로금리 상황 속에서도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어려워하는 주택구입자들이 많은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감춰진 주택담보대출 부실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 살 여력있는 사람들, 이미 다 샀다
 

현재 주택거래가 부진하고 있는 최대 요인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까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6년을 기점으로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이끌어왔던 투기적 가수요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
 
가장 큰 문제는 주택구입을 위한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의 소득 대비 지나치게 고평가된 주택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 35~54세 사이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은 2011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든다.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의 감소가 당장 내후년부터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1인가구는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이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혼을 못하고 있는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억 원에 달하는 서울 및 수도권의 비싼 아파트를 이들 가구가 구입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문제로 지나치게 낮은 자가 주택소유률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95년 이후 주택보급률이 전국과 수도권에서 모두 20% 이상 급증했다. 반면 주택 자가소유율은 53.3%에서 2005년 55.6%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2010년의 경우 57% 전후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주택보급률은 급증했으나 자가소유율은 같은 기간 3~4% 정도 증가한 데 그친 셈이다.
 
이처럼 주택보급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자가소유율 증가가 낮다는 것은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가소유율 증가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그 동안 공급된 주택의 대부분이 2주택 이상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5년 수도권의 개인 주택보유율은 50.2%에 불과하다. 이는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절반 가까운 가계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소득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렀는데도 개인의 주택보유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거의 고갈돼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현재의 주택 가격이 유지되지 못하고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물론 주택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일정하게 늘 수 있으나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현재보다 대폭 떨어진 주택 가격이 형성돼야 생겨날 수 있는 현상이다. 
 
도시재생신문 songyc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