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조합이 개발이익 독식?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조합이 개발이익 독식?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과도한 기부채납도 억울한데 오해까지 겹쳐 조합 ‘울상’…제도개선ㆍ功過구분 필요; 2010.10.23 01:30 입력 | 2010.10.24 10:15 수정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최근 모 신문이 3차례에 걸쳐 내보낸 기사에 대한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신문은 정비사업을 통한 개발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 구역 내 조합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사업 부지에 포함된 국ㆍ공유지에 대해 임차료도 내지 않고 무상으로 쓰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조합원들이 챙기는 부당이득이 수조 원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도시재생신문이 관련 법령 등을 재검토하고 업계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 자문을 한 결과 이러한 보도 내용에 간과한 사실과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를 지적코자 보다 심층적으로 다뤄 보았다.
 
S신문은 재개발ㆍ재건축 개발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 그 과실을 특정 조합원들이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사업부지에 포함된 공원, 도로 등 공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는 국ㆍ공유지와 관련해 정비기반시설의 귀속에 관한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다루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에는 ‘시장ㆍ군수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정비기반시설에 대체되는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국유재산법 또는 지방재정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종래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고, 새로 설치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다. 
 
동조 제2항은 ‘시장ㆍ군수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자체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그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을 종합하면 ‘(지자체가 사업시행자에게) 헌 집을 주고 새집을 받는, 일종의 거래의 형식을 띠고 있음을 알 있다. 게다가 도시정비법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과되는 수수료에 대해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비사업에 대해 다른 법률에 의한 인ㆍ허가 등이 있은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관계 법률 또는 시도(市都) 조례에 의해 당해 인ㆍ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 등은 면제한다’는 법 제32조 제6항이 바로 그것이다. 
 
판례 역시 도시정비법이 정한 무상 양도에 대해 이를 준수할 것을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6월과 7월 “용도가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서 무상 양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지난 2004년 8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ㆍ이하 국토부)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소유한 정비기반시설의 무상 양도 범위는 새로 설치하는 정비기반시설로서 같은 용도의 시설로 대체되는 경우로 한정한다’고 해석한 이른바 ‘기능대체성’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도시정비법이 정한 무상 귀속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넓게 보면 조합이 수수료 혹은 임차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S신문은 지난해 8월 ‘지자체 공유재산 관리ㆍ처분 기준’이 바뀌었고 이 규정에 대한 국토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해 임차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언론이 법령 미비를 지적할 수 있지만 그 근거로 조합 등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아니라 지자체 기준과 주무부처의 유권해석을 들고 나온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하위) 지자체의 기준과 행정기관의 유권해석을 앞세워 (상위) 법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설명인 셈.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이미 사용료 부과와 관련해 명확한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조합이 국ㆍ공유지에 대한 사용료를 내지 않아 개발 이익이 새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자체는 물론 핵심 이해관계자인 ‘조합(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세간의 편견을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초 서초구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과 서초구청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을 예로 들어도 조합에 무상 양도되는 국ㆍ공유지에 대한 사용료 부과는 잘못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시 법원의 판단에도 서초구청이 반발, 해당 조합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서초구청이 변상금 부과 처분은 취소했지만 구청 측이 “사용료는 무상 양도와 별개이므로 (조합이)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일선 조합 관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개발 전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국ㆍ공유지를 조합원들의 돈을 들여 조합원은 물론 신규 입주자,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활용 가능하도록 새 시설로 바꿔 놓은 데 대한 공(功)은 없고 과(過)만 따지는 것은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일선 조합이 정비사업을 통해 새롭게 구축한 인프라의 사회적 효용은 사업 기간 동안 해당 조합이 국ㆍ공유지를 부득이하게 사용한 비용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며 “거꾸로 일선 조합이 사용료를 낸 뒤 새로 설치한 시설에 대해 그것을 이용하는 신규 입주자나 인근 주민들에게 ‘사회적 효용-(원래 가치+개발비용)’만큼의 차액을 받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이 차액은 해당 조합이 유상으로 양도받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북의 재개발 조합 관계자 역시 “재개발은 재건축에 비해 갖은 규제를 적용받아 가뜩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데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을 기부채납까지 해 부담이 크다”라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사용료까지 납부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정비사업을 할 엄두를 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국ㆍ공유지 또는 정비기반시설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S신문 기사를 읽어 봤는데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 이익을 조합원들이 챙기고 있다는 식의 인식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민영 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논리”라며 “일선 조합원들은 사업 기간 동안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데다 기부채납을 하기 때문에 외려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몇몇 지자체가 국ㆍ공유지 무상 양도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그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지 또 다른 피해자인 조합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언론 플레이는 국민들이 정비사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또 다른 폐단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지자체 감평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평가시점 앞당긴 이득 < 사업지연 따른 피해 
 
S신문이 국ㆍ공유지의 가치 평가 방식과 관련된 법이 없다고 지적한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신문은 “도로와 공원 등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사실상 무법 상태”라며 “이에 따라 공유지 땅값을 부담하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을 망각한 주장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 A씨는 “S신문은 도로 등의 가치 평가를 조합이 주도하고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ㆍ공유지 가치 평가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감정평가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고 조합은 이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해 달라 요구할 수도 없거니와 설령 그런 시도가 이뤄진다면 후폭풍을 염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한 S신문이 지자체가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일선 조합으로서는 지자체가 감정평가 업무를 해줄 경우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며 “실상은 지자체가 감정평가에 관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봐야 하며 지자체가 대행할 경우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에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 2003년 7월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양도 대상이 된 공원ㆍ도로 등에 대한 처리 기준이 불분명해 조합 측이 제출한 평가 결과를 지자체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내용도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S신문은 조합이 국ㆍ공유지 가치 평가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평가 시점이 법이 정한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아니라 신청일로 바뀐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처리 기준의 불명확성은 이를 만드는 관계 당국의 책임부터 먼저 따지는 게 올바른 순서이며 지난 수년간 지자체가 사실상 ‘수수방관’해 오다가 이에 와서 그 책임을 조합들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평가 시점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아니라 신청일로 잡아 조합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그로 인해 지자체 재산이 조합에 헐값에 넘겨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평가 시점을 문제 삼으려면 그것을 실제로 행한 감정평가사와 제도, 그를 용인한 관계 당국의 태만을 아울러 비판해야 하며 신청일과 고시일 간 시차로 인한 부분도 그것이 조합만의 책임이 아니며 고시 지연에 따른 조합(원)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조합 측이 평가 시점을 신청일로 삼아 얻는 이익보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는 현실까지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조합원도 해당 지자체 주민인 데다 그들은 단지 남들보다 먼저 정비사업을 추진한 것일 뿐 엄청난 개발 이익을 노리고 사업에 뛰어드는 시대가 지난 만큼 개발을 통한 일확천금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한 채 ‘조합이 평가 시점을 앞당겨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비난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차제에 좀 더 포괄적으로 국ㆍ공유지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비기반시설 조성이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는 특정 조합원은 물론이고 신규 입주자와 인근 주민 모두의 사용 편익을 위한다는 점 ▲국가나 지자체의 정비기반시설 조성 목적이 ‘돈벌이’가 아니라는 점 ▲나아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점에서 국ㆍ공유지의 실제 주인도 국민이고 조합원 역시 국민의 일원인 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힌 국ㆍ공유지 관련 문제에 대한 책임을 조합원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 용어 정리 
 ㆍ정비기반시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조 4호에 따르면 도로ㆍ철도ㆍ광장ㆍ공원ㆍ녹지 등과 같은 기반시설로서 정비사업을 통해 폐지 또는 신설되는 시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