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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분쟁조정위원회, 유명무실 논란 잠재울까?: 안양호계주공 사례 거울삼아 제도개선 목소리 '쑥'; 2010.11.03 16:23 입력 | 2010.11.03 23: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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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정비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도시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가 유명무실하다는 그간의 비판에서 벗어나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지를 판가름할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서울시 공공관리자제도의 전면 시행에 따라 변화된 시장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했던 각종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던 시공자의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후로 연기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대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분쟁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조정위의 역할 정립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초 경기도 부천시가 조정위 발족을 발표하면서 제도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사실 그동안 조정위의 역할과 실효성과 관련해서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현행법과 각 시(市) 조례 등에 설립 근거 등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적용된 사례가 드물었던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조정위가 분쟁 조정에 들어갔던 첫 번째 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도 안양시 호계 주공2차(이하 호계주공) 분쟁에서 보듯 조정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함에 따라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비사업과 관련한 분쟁 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시 한 번 이 제도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조정위 제도는 분쟁을 조정함에 있어 이렇다 할 강제 규정이 없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차제에 구속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정 기간이라든지 협상 기술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률 전문가 B씨는 “조정위는 법정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과 운영 부분 등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법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뒤에 (조정위의) 업무 수행에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만 조정위가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민원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조정위의 역할ㆍ범위 등의 확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 법정기구임에도 ‘유명무실’ 논란 지속
그동안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실제로 조정을 이끌어낸 사례 또한 전무해 그 실효성에 의심을 받아 왔던 조정위. 하지만 조정위는 앞서 언급했듯 현행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과 각 지자체 조례 등에 그 설립 근거가 명시된 법정 기구다.
 
도시정비법 제77조의2와 3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발생된 분쟁의 원만한 조정을 위한 조정위의 구성과 조정 절차 등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의 신설 조항인 제42조의2~4에도 ▲조정위 구성 및 운영 ▲조정위 위원 자격 ▲조정위 조정 신청 및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주공 재건축 분쟁 때 활약한 조정위 역시 경기도 도시ㆍ주거환경정비 조례(2009.12.31 개정)에 명시된 제23~33조에 의해 (조정위가) 구성돼 분쟁 조정에 들어간 사례다.
 
호계주공 조정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당시 조정위는 제도 적용의 첫 번째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조정 위원들이 그러한 의미를 숙지해 분쟁 조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끝내 당사자 간 접점을 찾지 못해 합의를 도출하진 못했다”고 회상했다.
 

/호계주공 재건축 분쟁史/
단독주택 “추진위 방식 손해, 조정 or 분할” 주장
추진위 “법 악용 무리한 요구로 사업방해” 일축

 
최근 부천시의 조정위 신설보다 실제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경기도 안양시 호계1동 977번지 일대를 사업 구역으로 하는 호계주공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곳 분쟁 조정이 조정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쟁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조정 신청에 의해 조정위가 구성돼 활동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의 무대인 호계주공 주변지구 정비구역은 호계주공 770세대와 동화연립 30세대, 단독주택 61세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지난 2006년 8월 ‘2010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ㆍ고시에 따라 개발이 시작됐고 이듬해인 2007년 1월 안양시로부터 추진위원회(추진위) 설립 인가가 떨어져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 8월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이뤄졌고 그해 9월까지 이곳 추진위가 공동주택(아파트) 주민 83%와 인근 동화연립 주민 90%의 동의를 얻었으나 단독주택 소유자의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해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추진위가 같은 해 11월 사업 지연에 따른 토지등소유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단독주택지를 사업 구역에서 제척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변경지정을 위한 주민 제안을 하면서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결국 호계동 982-□□번지에 단독주택을 소유한 조 모 씨 등 54명은 이에 반발해 지난 4월 분쟁 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신청인들은 “단독주택 부지에 관해 아파트 등과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평가해 재건축해야 한다”며 “조정위에서 여러 사정을 참작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구역을 분할해 단독주택지를 자체 개발(재건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호계주공 추진위는 “신청인들이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동의율(주택단지 이외 지역 토지ㆍ건축물 소유자의 3/4 이상ㆍ토지 면적의 2/3 이상)을 악용해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은 (기본적으로) 도시정비법에 의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비용 분담 사항 등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며 “비용 분담에 관한 조합원 출자금은 감정평가 기관에 의해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추진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게 지속되는 바람에 호계주공 재건축 분쟁은 결국 양측이 별도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안양시 관계자는 “당시 조정위가 5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평가) 가격 부분에 있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법상 강제력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록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다 보니 신청인들은 신청인들대로 (자신들의) 주장이 무리하다는 점 등을 깨닫게 됐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돼 민원 감소와 행정 신뢰도 제고 등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계주공 추진위 측과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현재 각자 원하는 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전의 호계주공 추진위는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충족해 조합 설립 직전에 도달한 상태고, 단독주택지의 경우 안양시가 추진위 설립을 위한 정비구역지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단독주택 소유자들 “아파트ㆍ연립주택 소유자들이 합의 깨”
분쟁 조정 신청인 측에 따르면 이곳 분쟁은 지난 2006년 1월 호계주공과 동화연립, 단독주택 대표자들이 ‘대지 면적 지분을 모두 통합해 동일한 가격으로 재건축을 추진키로 합의’한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신청인 측은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호계주공과 동화연립 측이 감정평가 방식에 의한 종전자산 평가를 주장, 합의 파기의 책임이 호계주공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합의를 번복하는 것도 모자라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그들의 방식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단독주택지를 제외하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조정 신청인 측이 비난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단독주택의 대지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비해 각 소유자별로 2~3배에 달하고 ▲단독주택 대지의 활용 가치가 아파트 등에 비해 높아 건설사들이 추가부담금 없이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사업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이다.
 
신청인 측은 호계주공 추진위 측이 주장하는 감정평가에 의한 사업 방식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면 공시지가가 낮고 거래 실적이 미미한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 손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을 추진함에 있어 사업에 대한 기여도는 높은 반면 그에 대한 합당한 권리 보장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던 셈이다. 이에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조합 설립 전에 최소한 대지지분의 평가 방식에 대한 합의라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대지는 건물과 달리 주택 유형과 상관없이 단일한 재건축 사업 용도로 제공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그(단독주택지) 가치를 (아파트 부지와) 동등하게 할 것을 사전 요구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 아파트ㆍ연립주택 측, “무슨 합의? 법ㆍ원칙 따라 사업시행”
이에 대해 호계주공 재건축 추진위 측은 신청인들이 내세우는 근거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도시재생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추진위 측은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주장하는 지난 2006년 1월의 합의는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총회는 물론이고 이후 열렸던 추진위원회와 주민총회 등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추진위는 또 “주공아파트와 동화연립 소유자들이 추진하려는 감정평가(방식)는 법과 원칙을 준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법에 근거하지도 않은 합의를 통해 권한도 없는 일부의 주장을 수용해서는 재건축을 추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주공아파트와 동화연립의 토지등소유자들이 구역 변경에 따른 부담(금) 증가를 인지하고 있는 데다 (그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안양시 측은 피신청인인 호계주공 추진위 측 주장에 다소나마 힘을 싣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먼저 대지 평가에 대한 사항은 종전자산에 대한 평가로 관리처분 단계에서 2개 이상의 감정평가 기관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해야 하며 이는 총회에서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으로서 시에서 협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조정위에 상정ㆍ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단독주택지의 자체 개발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 시행령이 규정한 정비계획의 수립 대상 요건(300세대ㆍ1만 ㎡ 이상)을 갖추지 못해 어렵지만 조정위 상정 후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