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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관(官)이 나서 매듭 풀었다: 새 집행부 구성에 일조…용적률 상향 실마리; 2011.03.22 13:50 입력 | 2011.03.22 14:22 수정

다른 분쟁 구역도 적용될지…업계 큰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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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1월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아현3구역 임시총회 현장. 접수대를 철거하려는 당시 조합 측에 맞서 한 조합원이 온몸으로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로부터 1년 3개월여가 흐른 최근 서울시 등이 나섬에 따라 이곳 재개발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에 입주가 시작됐어야 할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재개발 현장. 하지만 이곳은 전(前) 조합장의 비리와 조합원 간 내분으로 지난 2009년 4월 이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조합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 눈길이 가는 더 큰 이유는 특정 재개발 사업장의 분쟁과 그로 인한 사업 표류를 서울시와 관할 구청 등 관(官)이 앞장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타(他) 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 당국의 용적률 상향 조치에 힘입은 바가 컸다.
 
따라서 아현3구역과 같이 조합원 간 내분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서울시내 기타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아현3구역에서와 같은 관(官)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확대되는 공공의 역할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이 보다 명확한 개입 명분과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해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시정비법상 ‘감독권’ 발동=아현3구역은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전면 시행 중인 공공관리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시(市)가 분쟁에 개입한 근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래야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진 기타 사업장에도 서울시가 개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아현3구역 사업 정상화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른 감독권을 발동해 조합 집행부와 반대 조합원 간 합의를 유도했다.
 
도시정비법 제77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ㆍ처분이나 사업시행계획(서)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위반되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비사업의 적정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시장ㆍ군수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주민대표회의, 사업시행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그 처분의 취소ㆍ변경 또는 정비, 그 공사의 중지ㆍ변경, 임원의 개선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 도출 및 이행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측은 합의문에 대해 “조합 집행부, 조합원, 시공자, 구의원, 자치구 및 서울시 등 다자가 참여한 합의 사항으로 조합원 간 신뢰 회복 및 조속한 착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지도ㆍ감독에도 불구하고 조합 집행부 측이 합의문 이행에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아현3구역 재개발 입주자 모임’이 주축이 돼 임시총회를 열고 집행부를 해임한 것.
 
이미 같은 달 20일 조합 측이 소집했던 조합원 총회는 이곳 조합원이 제기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서 무산된 상태였다. 반면 조합원들이 예고했던 27일 총회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해 달라는 조합 측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해 대조를 이뤘다.
 

◆용적률 상향-신속한 행정처리 ‘당근’=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아현3구역 재개발은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서울시 등이 제시한 ‘인센티브’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서울시는 이달 초 “조합 정상화 합의문에 따라 조합 임원이 선출되었기 때문에 사업 지연으로 증가한 아현3구역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조합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다음 2가지가 제시됐다.
 
먼저 ▲기준 용적률 20% 상향과 이를 통한 사업성 제고다. 지난 2년 동안의 분쟁으로 아현3구역 조합원들은 가구당 수천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현3구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발생한 추가 비용은 약 6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단순히 조합원 수로 나누면 조합원 1인당 약 2500만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한 사업성 제고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아현3구역의 경우 용적률을 상향해 소형 주택을 짓게 되면 일반분양 물량이 약 670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측은 이와 더불어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과 외관 등에서 불합리하게 설계됐던 부분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또 구역 내 초등학교 예정 부지를 주택 용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한 행정 처리도 약속했다. 특히 시(市)는 아현3구역의 시공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 등에 협조를 요청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아현3구역이 조합설립 변경인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 등을 거친 뒤 공사에 돌입하면 오는 2014년께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시의 용적률 상향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적률을 높인다고 해도 관건은 일반분양인데, 수요 예측도 없이 무분별하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게 되면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이 돼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지금 당장은 용적률 20%가 달콤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전반적인 사업성 분석을 끝내고 결정됐던 사업 요소를 중도에 바꾼다면 그에 따른 시간적ㆍ경제적 비용이 추가될 것이고 이 경우 조합원들이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용적률 상향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뉴타운이다 뭐다 해서 서울시내 곳곳이 고층 아파트 일변도로 정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대다수 재개발 사업장에서 용적률 상향을 요구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며 만약 서울시가 이러한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뉴얼化-전파 他구역에도 적용=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아현3구역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공공의 역할 확대를 암시하는 대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특히 장기간 공사가 중단돼 조합원 피해가 크게 늘어난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조합원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현3구역과 같이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간의 합의를 유도하고 이를 이행토록 함으로써 사업을 정상화한 사례를 매뉴얼로 작성ㆍ전파해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며 “공공의 역할 확대를 위해 사업 지연 시 구청장이 조합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의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市)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사업 추진에 힘을 싣는 한편 법률 자문단을 구성해 정비사업 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사전에 막을 계획이다.
 
아울러 ▲조합 임원 유고 시 일정 기간 내 재선출 의무화 ▲조합의 총회 개최 발의 회피 시 공공에 총회 소집권 부여 ▲도시분쟁조정위원 중 정비사업 전문가 지정 등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마포구 역시 관내 타 구역 분쟁에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포구 관계자는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아현3구역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구청 주도로 10여 차례 관계자 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됐다”면서 “지난했던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어 유사 분쟁에 휩싸인 타 구역의 문제 해결에도 구(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현3구역의 경우 선례가 없어 해결에 이르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이를 통해 구청도 노하우를 쌓은 만큼 앞으로는 보다 쉽게 분쟁 해결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의 역할 확대는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서 아현3구역과 같은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도의 전면 시행으로 관의 개입 여지가 넓어진 상황에서 이미 사업이 일정 수준까지 진행된 사업장에까지 공공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 B씨는 “일선 조합의 경우 반대파의 무분별한 총회 소집 요구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은데 이를 고려치 않고 단지 총회 소집 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공공에 총회 소집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칫 지나친 간섭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현3구역 정비계획 변경에 주력=자신들의 분쟁 해결 모델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현3구역은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이 조합장에 선출된 구 모 씨는 이달 초 관할 마포구청에 조합설립 변경인가 신청을 했다. 확인 결과 마포구청은 지난 11일 이를 인가했다.
 
그에 따르면 새 집행부는 현재 용적률 상향의 내용을 담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에 관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구 씨는 “현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마련,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접수 중이며 현재 67%가 동의한 상태로 조합원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주민 동의 요건인 75%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에 대해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 정비계획 변경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