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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총회에서 변경 의결한 정관에 터 잡은 후속 의결의 효력: 전영상 변호사 한가람 법률사무소; 2011.05.25 12:38 입력 | 2011.05.25 12:52 수정

전영상 변호사 jeonlawy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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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소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2조의2 제4항은, 창립총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 관하여 ‘조합 정관의 확정, 조합 임원ㆍ대의원의 선임’ 등을 규정하면서, 제5항 단서에서 ‘다만 조합 임원 및 대의원의 선임은 제4항 제1호에 따라 확정된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조합 임원ㆍ대의원의 선임은 같은 날의 창립총회에서 먼저 의결을 받아 확정된 정관에 따라 그에 대한 의결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도시정비법령은 조합이 설립된 이후 정관 변경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의 처리와 그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창립총회가 아닌 조합 설립 후의 조합원 총회에서 정관의 변경에 대한 안건과 변경된 정관을 전제로 한 안건에 대한 의결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후속 의결의 효력에 관하여는 도시정비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준 정관을 좇아 작성하는 조합의 정관의 경우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조합원 총회에서의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후속 안건에 대한 의결의 효력에 관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바,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판례의 검토
 

조합원 총회의 의결에 따라 변경된 조합 정관의 효력 발생 시기와 관련하여 대법원(대법원 2007. 7. 24.자 2006마635 결정)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총회에서 해산 결의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결의를 하였으나 2년이 지나도록 정관 변경에 대한 인가를 받지 못하다가 변경 전의 구 정관에 따라 해산 결의를 한 사안에서,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은 ‘조합이 정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서 관할 시장 등의 인가는 그 대상이 되는 기본행위를 보충하여 법률상 효력을 완성시키는 행위로서, 이러한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 변경된 정관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후 “기록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2003년 7월 23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변경된 정관에 대하여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변경된 정관은 효력이 없고, 따라서 피고 조합이 해산 결의를 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이 변경되기 전의 구 정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위 결정이 고지된 후인 2007년 12월 6일에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은) 재건축 조합이 내부에서 이 사건 결의와 같은 정관 변경의 결의를 할 때 갖추어야 하는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재건축 조합이 정관 변경을 하고자 할 경우 대외적으로 그 정관 변경에 관한 관할관청의 인가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요건 및 절차를 정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된다. 
 
즉, 조합 내부의 결의와 그에 대한 행정청의 인가는 별개의 개념인 바, 정관 변경을 위한 총회의 결의는 재건축 조합의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지면 그로써 충분한 것이고, 그 결의의 효력도 재건축 조합의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위 도시정비법 규정이 요구하는 관할관청의 인가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3. 검토의견
 

필자는 향후 정관 변경에 대한 인가(또는 신고)를 전제로 하여, 동일 총회에서 조합 정관을 변경하는 의결을 한 다음, 그 의결에 터 잡아 변경된 정관을 적용하여 후속 안건에 대하여 의결을 하더라도 이는 유효한 의결로 봄이 상당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판시 내용이 옳다고 보는 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의 해석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은 “조합이 정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6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불구하고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 과반수(제1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8호 제12호 또는 제15호의 경우에는 3분의 2 이상을 말한다)의 동의를 얻어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 규정 형식에 비추어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과 유사하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및 제2항의 동의 요건에 대하여는 이를 인가 요건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판결에서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은) 재건축 조합이 내부에서 이 사건 결의와 같은 정관 변경의 결의를 할 때 갖추어야 하는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재건축 조합이 정관 변경을 하고자 할 경우 대외적으로 그 정관 변경에 관한 관할관청의 인가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요건 및 절차를 정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조합 내부의 결의와 행정청의 인가는 별개의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위 안산지원 판결과 같이 “정관 변경을 위한 총회의 결의는 재건축 조합의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지면 그로써 충분한 것이고, 그 결의의 효력도 재건축 조합의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위 도시정비법 규정이 요구하는 관할관청의 인가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나. 창립총회에서의 의결에 관한 도시정비법령의 취지
 

한편,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2조의2 제4항 및 제5항에 따라 조합 임원ㆍ대의원의 선임은 같은 날의 창립총회에서 먼저 의결을 받아 확정된 정관에 따라 그에 대한 의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위 도시정비법 시행령의 규정은 이를 ‘확인적ㆍ주의적’ 규정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여겨지며, 반대로 그 규정 취지가 위 규정이 없다고 하여 창립총회에서 조합 임원ㆍ대의원 선임을 못한다거나, 그리하여 조합 설립 이후의 조합원 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뒤 후속 안건에 대하여 의결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만일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이와 같은 규정을 두었기 때문에 비로소 조합 임원ㆍ대의원의 선임을 창립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면, 반대로 이러한 규정이 없을 경우에는 결국 일단은 창립총회에서 정관을 확정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다음 별도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 임원ㆍ대의원을 선임하여야 한다는 것이 되는 바, 이는 창립총회가 조합 설립, 따라서 조합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실체로서의 주요한 요건이 조합장 등 기관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위 도시정비법 시행령의 규정은 그 규정의 존부에 상관없이 당연한 법리를 확인한 주의적 규정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를 특별 규정으로 이해하여 조합설립인가 이후의 조합원 총회에서의 ‘총회의 의결 방법’에 관한 정관 변경의 안건과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후속 안건에 대한 의결을 금지하는 취지로 이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여겨진다.

 
다. 조합원들의 의사
 

그리고 무릇 조합과 같은 단체는 그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총회를 두어 그 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며, 이는 통상 다수결의 원리에 입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 의결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그 단체의 의사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합이 정관을 변경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바, 정관에 규정된 사항에 대하여 변경하는 의결을 하는 경우 이는 조합의 의사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총회의 의결 방법’에 대하여 정관 규정을 변경하는 의결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해 총회의 후속 안건에 대하여 그와 같이 변경 의결한 정관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는 조합원들의 의사, 따라서 조합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의 의사가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후속 안건에 대하여 의결하지 않을 의사라고 한다면 그 후속 안건에 대하여 부결하는 의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정관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정관의 변경을 허용하고 있는 마당에, 처음부터 그 변경한 정관 규정을 (아직) 인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단체 의사 결정의 법리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사료된다.
 
또한 이처럼 ‘총회의 의결 방법’을 변경하는 정관 변경에 관한 안건이 아니라, 별도의 안건으로 예를 들어 ‘총회의 의결 방법’으로서 다득표에 의한 의결 방법에 관한 내용을 상정하여 의결을 함으로써 정관에 규정한 의결 방법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의결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데, 그 안건이 형식적으로 정관 변경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막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라. 비용과 시간
 

게다가 총회의 개최와 관련한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도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여겨진다. 통상적으로 총회 개최는 상당한 시간과 절차를 필요로 하며 그 비용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1회의 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다음, 그 변경된 정관을 전제로 한 결의가 효력이 없다고 한다면, 결국 정관 변경만을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하거나, 그 이후 변경된 정관을 적용할 안건에 대한 총회를 별도로 다시 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도시정비법이 예정한 유일한 ‘적법’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조합 사업에 있어 중요시할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효율성의 원칙에 역행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