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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으로 정한 사항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범위: 2010.10.13 14:05 입력

김학성 변호사 songyc1@gmail.com

(대법원 2010. 6. 24. 판결 2009도14296 판결)
 

1. 문제의 소재
최근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 의결은 사전의결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법 제24조제3항5호의 규정에 의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하여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85조제5호의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도시정비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조합에서는 정비사업에 필요한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하여 우선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 후 사후에 총회의 추인의결을 거쳐 사업을 추진해 온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만약 정비사업에 필요한 각종 용역계약이 모두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해석될 경우, 이 같은 모든 행위가 위법한 행위가 되고, 향후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모든 계약의 체결을 위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에 이하에서 위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서 말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범위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관련 법 규정 및 의미
도시정비법 제24조(총회 개최 및 의결사항)의 제3항, 같은 법시행령 제35조(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는 사항), 법 제85조(벌칙) 규정 등에서는 정비사업에 있어 반드시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과 대의원회의가 대신할 수 없는 사항,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법 규정에 의하면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대한 것은 대의원회에서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지만,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한 것은 대의원회에서 대행할 수 없는 조합원 총회의 전권 의결 사항이라는 것이고, 조합원 총회의 전권 의결 사항에 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정비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임원에 대하여는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총회 의결의 의미(사후 의결 포함 여부)
가. 문제의 소재
도시정비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하면 동 규정 각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되어 있을 뿐, 그 총회의 의결의 의미가 사전 의결만을 의미하는지, 사후 의결도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조합 및 관할 관청에서는 실무적으로 사후 의결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고, 실제로 하급심 판결에서도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의 의미에는 사후 의결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한 총회 의결은 사전 의결만을 의미하고, 사후 의결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판시가 있었는 바, 이같은 판시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 관련 판결례
(1) 총회 의결이 사후 의결을 포함한다는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04가합8973호 판결(항소기각으로 고등법원에서 확정)
위 판결에서는 “도시정비법 제2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 정관의 변경,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철거업자･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조합의 합병 또는 해산 등에 관하여는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고 반드시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나, 위 총회의 의결은 사전의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추인의 방법에 의한 사후의결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2) 총회 의결이 사전 의결만을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위 판결에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하여 같은 법 제85조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 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로써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범행 성립시기가 추후에 이루어지는 총회에서 추인 의결이 부결된 때라거나 추후 총회에서 추인 의결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 범행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결국 위 판결에서는 도시정비법 제24조 규정에 의한 판결에는 사후 의결은 포함되지 않으며 사전 의결만을 의미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일단 총회 의결의 의미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 의한다 하더라도 조합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체결한 용역계약이 대의원회에서 대행할 수 있는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총회 전권 의결사항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여전히 검토하여볼 필요가 있는 것이며, 그에 대한 판단에 따라 위 판결의 적용 여부와 범위가 명확해 질 것이다. 
 

4. “정비사업비의 사용”과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의미 및 관계에 대하여
가. 정비사업비의 의미
정비사업비의 의미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은 “공사비 등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도시정비법 제20조 제1항 제12호)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비사업비와 관련하여 (1) 도시정비법 제16조 및 동법 시행령 제26조의 규정에 의하면 조합설립동의서에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2) 도시정비법 제40조 및 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에는 사업시행계획서 작성과 관련하여 “자금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으며, (3) 도시정비법 제48조의 규정에 의하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는 관리처분계획에 “정비사업비의 추산액 및 그에 따른 조합원 부담규모 및 부담시기”를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비란 원칙적으로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필수적인 비용으로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인정되거나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의미
(1) 이처럼 정비사업비를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될 것이 예정되거나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비용이라고 한다면, 도시정비법 제24조제3항제5호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의미는 이 같은 정비사업비로 사용될 것이 예정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만약 이처럼 해석하지 않고 “정비사업비의 사용”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계약을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보고 이에 대하여 모두 사전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볼 경우, 그로 인한 시간과 비용으로 인하여 조합 및 조합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정비사업의 시행자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우선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총회 자체의 비용만으로도 조합원 수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고, 특히 총회 개최를 위하여는 이사회 개최, 대의원회 개최, 총회 공고 및 통지 등의 절차를 거칠 경우 보통 1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 정비사업의 시행에 있어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기간은 곧 조합원의 부담이 될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4. 결 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의 범위
가. 결국 도시정비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란 정비사업비로 사용될 것이 예정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9도14296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상가인테리어 공사 도급계약’에 관한 건인데, 동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일응 도시정비법 및 표준정관의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보면 ‘상가 인테리어공사 도급계약’에 대한 사항이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될 것이 예정되거나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비용에 해당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동 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판단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