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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시공사 선정 조합설립 후 총회 추인 유효 여부: 2010.01.27 03:43 입력 | 2010.01.27 03:44 수정

김학성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17. 선고 2008가합120342판결 對 서울동부지방법원 2009가합10766 판결)
 

1. 문제의 소재
 
위 두 판결은 모두 제13차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006. 5. 24. 법률 제7960호, 2006. 8. 25. 시행,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 시행전에 설립승인된 추진위원회(또는 제정 도시정비법 시행전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추진위원회)에서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후, 조합정관에 “추진위원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전에)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에 대하여는 총회의 결의를 얻음으로써 본 정관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라는 내용을 정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그 후 조합 총회를 개최하여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자에 대한 추인결의를 한 경우 이같은 결의가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판결례이다. 
 
동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서는 위와같은 내용의 조합정관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시공자에 대한 추인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을 하였고,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판결에서는 이에 상반되게 조합정관 및 시공자에 대한 추인결의가 모두 유효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하에서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법률의 변경 과정 및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시공자 선정 관련 규정 변경 과정관련법규
 

가. 제정 도시정비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 2003. 7. 1. 시행)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①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한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촉진법 제6조의3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업자로 보는 등록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②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를 조합의 정관등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나. 6차 일부개정 도시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 2005. 3. 18. 시행)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①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②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를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 13차 일부개정 도시정비법(2006. 5. 24. 법률 제7960호, 2006. 8. 25. 시행)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① 주택재개발사업조합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03.5.29, 2005.3.18, 2006.5.24>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합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를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부칙
① (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 (시공자 선정에 관한 적용례) 제11조제2항의 개정규정 중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

라. 현행 도시정비법(2009. 6. 9. 법률 제9774호, 209. 12. 10. 시행)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① 조합은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 
 

3.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자선정의 적법여부: 무효(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6298 판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행위의 유효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① 도시정비법 및 그 시행령에 의하면 주택재개발사업은 조합이 이를 시행하거나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건설업자 등과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도시정비법 제8조) 
② 시공사의 선정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을 뿐(도시정비법 제24조), 주택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업무로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도시정비법 제15조, 시행령 제22조) 
③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현재는 4분의 3)가 필요한 반면 추진위원회는 토지 등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만으로 구성이 가능하므로(구 도시정비법 제13조 제2항, 제16조 제1항) 그 정당성, 정통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점
④ 조합의 경우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조합의 임원은 이를 공무원으로 보므로(도시정비법 제84조) 시공사 선정 등과 관련한 업무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지만 추진위원회의 경우 그러한 장치가 없는 점
⑤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향후 설립될 조합이 포괄승계하므로(도시정비법 제15조 제4항) 추진위원회의 권한범위는 가능한 한 명백하여야 하는 것이 향후의 분쟁예방을 위해 바람직한 점 등을 종합하여, 시공사의 선정은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의 권한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개최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한 결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4. 조합설립인가 후 추인결의의 유효여부
 

가. 문제가 된 조합 정관의 규정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조합 정관에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정관 제12조 제1항
“시공자의 선정은 일반경쟁입찰 또는 지명경쟁입찰 방법으로 하되, 1회 이상 일간신문에 입찰공고를 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후 참여 제안서를 제출받아 총회에서 선정한다.(중간생략) 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전에 주민총회에서 선정된 시공자에 대하여는 총회의 결의를 얻음으로써 본 정관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모두 위 단서규정이 유효인지 여부 및 이에 따른 시공자의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의 추인결의가 유효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것이다. 
 

나. 무효라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17. 선고 2008가합120342판결)
이에 대하여 위 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는 
①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시공자의 선정이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의 권한이 아니라 조합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②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결의된 시공자선정에 대해 조합 총회의 추인결의를 얻으면 족하다고 보는 것은 불법상태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기선정된 시공사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게 되어 법의취지에 반하여 조합의 시공자 선택권한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며
③ 사건 조합 정관 제12조 제1항 본문은 경쟁입찰의 방법에 관하여 참여제안서를 제출한 시공자 중에서 한 개의 시공사를 총회에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에 의한 시공자 선택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그 단서에서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는 위 본문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의 시공자 선택권을 상당부분 제한하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1개 회사만이 미리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된 경우 총회에서 단순한 찬반 투표만이 가능하게 되며 나아가 제12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그 본문의 규정에 의한 조합원에 의한 시공자선정 규정은 사실상 적용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점
④ 사건 조합 정관 제12조 제1항 본문에서는 경쟁입찰의 방법까지 자세히 규정함에 반하여, 단서에서는 단순히 공개경쟁입찰이라고만 규정하여 요건 자체가 완화되어 있는 점(총회에서의 시공자 선정방법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이 없다면 위 단서의 규정을 새로운 시공사 선정방법의 하나로 볼 여지도 없지 아니하나, 정관에서 경쟁입찰을 규정하는 한 위 단서는 본문의 본래 취지와 위 ②항에서 본 법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한다)
⑤ 여기에 조합이 주체가 된 공정하고 투명한 재개발사업의 추진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주택재개발사업의 목적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사건 조합 정관 제12조 제1항 단서는 도시정비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같은 정관의 같은 항 본문을 통하여 조합원에게 부여된 시공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므로, 위 정관 규정에 의하여 추인결의가 가능하다는 전제에 선 피고 조합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 유효라는 판결(서울동부지방법원 2009가합10766 판결)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위 판결에서 2006. 8. 25.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는 도시정비법이 시공자 선정에 대하여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조합설립인가전 추진위원회 단계(이 사건에서는 제정 도시정비법 제정전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추진위원회)에서 주민총회를 통해 선정한 시공사를 조합설립인가후 조합총회 결의로 선정하도록 한 정관규정이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도시정비법은 앞서 살펴본 법률 개정내용과 같이 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제정될 당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 후 조합의 정관 등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하다가, 2005. 3. 18. 법률 제7392호(2005. 3. 18. 시행)로 개정되면서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만 위와같은 제한을 두었을 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시공자 선정시기나 선정방법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가, 2006. 5. 24. 법률 제7960호(2006. 8. 25.시행)로 재차 개정되면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하였는데, 그 부칙 제2항은 동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 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얻은 조합의 경우에는 제11조 제2항의 시공자 선정방식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동부지방법원의 위 판결은 위와같은 도시정비법 개정경위에 비추어 위 2006. 5. 24. 법률 제7960호의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전에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을 받은 사건 조합의 경우에는 그 부칙 제2항에 의하여 시공자 선정방식의 제한에 관한 개정법 제11조 제2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사건 조합의 경우 조합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법에는 법률상 아무런 제한이 없어 반드시 공개경쟁입찰방법에 의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시공사 선정방식을 정할 수 있다 할 것이며, 사건 조합이 정관에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결의로 시공사를 선정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시공자 선정이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5. 판결의 의미에 대하여
 

결국 위 두 개의 하급심 판결은 2006. 8. 25.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전에 선정된 시공자에 대하여 정관으로 조합설립인가후 조합 총회에서 추인결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서로 상반된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위 두 판결중 동부지방법원의 판결은 2006. 8. 25. 시행된 개정 도시정비법(법률 제7960호) 개정시 부칙 제2항의 입법취지가 ‘개정안 시행 이전에 이미 추진위원회가 특정 건설업체를 시공자로 내정하여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 경우 추진위원회를 지원한 건설업체가 개정안에 따른 경쟁입찰에서 시공자로 선정되지 못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률개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개정 도시정비법 국회 본회의 수정안)이라는 입법취지에 근거하여 법률관계의 안정성의 보장을 그 판단의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추진위원회단계에서의 시공자선정이 무효라는 대법원판결에 기초하여 조합원들의 시공자선택 권한을 최대한도로 보장하기 위한 판결인 바, 시공자의 선정 및 시공자와의 도급계약은 조합에서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성패 및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인 점, 그리고 실제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자에 대한 추인결의를 위한 조합 총회가 대부분 홍보요원들을 동원한 서면결의서의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사가 상당부분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합원들에게 시공자 선정을 위한 선택권한을 보장할 필요성이 높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중인 만큼 상급심 판결의 결과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물론 위 두 사안은 2006. 8. 25.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전에 설립승인된 추진위원회와 관련된 것이며, 그 후에 설립승인된 추진위원회는 당연히 국토해양부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여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