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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의 하자와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 2010.02.25 11:23 입력

전영상 변호사(한가람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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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건설교통부장관이 제정, 고시한 이른바 표준운영규정 별지 3 서식인 조합설립동의서(이하 ‘표준동의서’라 하며, 이하의 논의는 이 표준동의서로 동의를 받은 것을 전제로 한다.)상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란과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란이 공란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동의서에 기한 조합설립인가신청에 대하여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과 관련하여 필자에게 조합관계자나 인가청으로부터 특히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위 판결과 관련한 필자의 견해를 개략적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에 아래에서는 먼저 위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의의에 관해서 살펴보고, 조합설립동의서의 기재 유형에 따른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에 대한 예상과 향후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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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판결의 내용과 의의
가. 먼저 위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판단을 하였다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서면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고 그 동의서를 행정청에 제출하도록 한 취지를 설시하였다는 점이다. 즉 대법원은 “(그 취지는) 서면에 의하여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동의 여부에 관하여 발생할 수 있는 관련자들 사이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재개발조합설립인가신청시에 제출된 동의서에 의하여서만 동의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동의여부의 확인에 불필요하게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데 있다.”고 판시하였다. 둘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을 제기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무엇보다도 ① 동의의 내용에 관하여는 동의서에 (구)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호의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② 동의의 진정성에 관하여는 그 동의서에 날인된 인영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동일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각 심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이러한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의서의 효력에 관하여 판단하였다는 점이다. 즉 대법원은 “위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동의서에 대하여는 이를 무효로 처리하여야 하고, 임의로 유효한 동의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나. 그리고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제1호의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 및 제2호의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에 관한 각 사항에 대한 기재란이 공란인 동의서에 의한 동의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내용에 관한 심사기준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러한 동의를 유효한 것으로 처리한 것은 위법하고,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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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법정동의사항의 기재 유형과 동의의 효력
가. 법정동의사항의 기재 유형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징구하고 제출하는 표준동의서상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호의 법정동의사항에 대하여 기재하는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이 대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들 법정동의사항에 대하여 부동의 문자로 기재한 양식으로 동의서로 징구하여 이를 제출하는 경우, 둘째, 이들 법정동의사항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공란으로 두고 징구한 다음 공란인 채로 행정청에 제출하는 경우, 셋째, 그 중간 영역으로 이들 법정동의사항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공란인 채로 징구한 다음 개별적 혹은 창립총회 의결 형식으로 위임받아 공란을 보충하거나 아예 임의로 이를 보충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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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각 유형에 따른 동의의 효력
(1) 먼저,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중 두 번째 경우에 대한 것으로, 이러한 경우까지 동의를 유효하다고 보고 그에 터잡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여겨진다. 
(2) 다음으로,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위 세 번째 경우 중 법정동의사항에 대하여 공란으로 징구한 다음 창립총회의 의결 형식으로 그 보충에 대한 위임을 받아 공란을 보충한 다음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안에서, “문서의 보충행위는 문서의 명의자로부터 작성권한을 위임받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데, 조합설립동의서는 주택재개발사업에의 참여 여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개별적 의사가 표시된 문서이고, 그 작성 명의자는 토지등소유자 개인이므로, 그에 대한 보충권한의 위임 역시 해당 토지등소유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피고 조합 창립총회의 결의 그 자체로 이 사건 쟁점 동의서의 공란 보충권한이 적법하게 발생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창립총회에 출석하여 피고 조합에게 공란의 사후 보충권한을 부여한다는 안건에 찬성을 한 조합원의 경우라면, 개별적으로 그와 같은 보충권한을 피고 조합에게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유형의 동의에 대해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창립총회에 직접 혹은 서면으로 참석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이 제출한 동의서는 무효라고 보았다. 이러한 판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세 번째 경우 중 법정동의사항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공란인 채로 징구한 다음 아무런 위임 없이 임의로 이를 보충하는 경우는 이를 무효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며, 타당하다고 본다.
(3) 그런데, 첫 번째 경우에 관하여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 중 동의의 내용에 관하여는 동의서에 (구)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호의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의서에 대하여는 이를 무효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반대로 (구)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호의 법정동의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경우에 있어서는 그 기재정도를 불문하고 그 동의서에 의한 동의를 무효로 처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인지 따라서 그 동의서에 터잡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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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의의 효력 여하에 따른 조치
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
위에서 본 판결의 태도에 따라 조합설립동의서가 무효라고 한다면 조합설립인가처분 역시 무효 내지 취소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없다면 다시 과연 누가 조합설립을 하여야 하는 것인지 등이 문제될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의문과 관련하여 보면, 종래 민사소송으로써 조합설립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 있어서는 새로운 동의서 또는 보완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하자의 치유가 가능하였지만, 조합설립결의를 조합설립인가요건으로 보아 그 효력을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하는 현재에 있어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하자를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그 처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먼저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난 다음 사후에 음주단속에 걸렸다고 하여 종래의 면허취소처분을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동의서 내지 보완동의서를 징구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적법한 조합설립을 전제로 하는 것인만큼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승계되거나 인가처분이 무효이므로 변경인가처분 역시 취소되거나 무효를 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새로운 처분으로 보는 경우에 있어서도 문제가 복잡하다. 이미 종래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을 기초로 수많은 법률행위 내지 처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법률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합설립인가처분에 기해 매도청구를 당한 토지등소유자의 처리문제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결국 이러한 경우 새로운 조합설립행위로써 정비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길만이 있는 듯하다.
다음으로 그렇다면 이때 조합설립은 누가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추진위원회가 부활하는지, 더 정확히는 추진위원회가 소멸하지 않은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된 것인데, 필자의 견해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라고 한다면 추진위원회가 소멸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인바, 이에 관해서는 본보 2009. 11. 4.자에 기고한 바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있음을 전제로 한 기성상태를 유지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당장 판례의 태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는 이에 관한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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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구)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호의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이 경우에 관한 직접적인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고, 위 대법원판결은 법정동의사항의 기재정도에 관하여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하급심 판결의 경향을 보면, 이들 법정사항이 모두 기재된 동의서의 경우 그 기재정도가 구체적인지 추상적인지 여하에 따라 그에 터잡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무효로 보는 것과 유효로 보는 것으로 나뉘고 있는 듯하다. 이때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위 가.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른바 건교부 표준동의서에 법정동의사항이 모두 기재되어 있으나 그 정도가 추상적인 경우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인지 취소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의 견해로는 설령 토지등소유자들이 취소사유를 주장하더라도 제소기간 등에 있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으며, 다만, 본안판단에 있어서 조합설립당시의 상황은 물론 현재 당해 조합이 처한 구체적인 사정을 두루 감안하고 판결의 파장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한 기타 내용은 본보 2009. 11. 4.자 기고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