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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조합원들에게 제시해야 할 목표는?: 2009.10.22 10:33 입력 | 2009.11.04 12:04 수정

김용석 편집위원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 본 조합원들의 손해,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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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7년 4월 모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서울 강남 소재 C재건축조합 총회의 사회를 맡아 본 일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업계에는 강단(剛斷)있는 사회자(?)로 알려져 있던 터라 만만찮은 총회의 적임자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재정비사업의 특성상 의장의 권한과 역할 속에서 사회자가 어떻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찾아 성의를 갖고 회의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총회의 질과 성패가 결정됩니다. 
 
당시 C조합은, 초대 조합장이 철거업체 선정과 관련된 잡음 때문에 사직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 40명이 조합장직무대행자(부조합장)를 조합사무실에서 강제로 쫓아내고 직접 조합업무를 관장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업무방해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시공사는 15개월 동안 공사를 중단하여 이주비 이자만 월 7억 원씩 모두 105억 원이 지급된 상태였습니다. 위 총회는 조합원 40여명을 이끌고 조합의 업무를 직접 관장했던 조합원(이하 J조합원으로 칭함)을 포함해 3명이 조합장후보로 등록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사회자의 입장에서)으로 3명의 조합장후보가 각 2명씩 추천한 선거관리위원 6명이 한 치 양보 없이 총회진행에 일일이 간여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극복해야 할 악조건이 하나 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총회는 필자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250여회의 총회진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연출하면서 J조합원(여.60세)을 새로운 조합장으로 선출하고 총회는 무난하게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반쯤 지난 2008년 9월경 모 전문지에 위 C조합 관련기사가 게재된 것을 보았습니다. 시공사와 조합은 여전히 분쟁 중이었습니다. 
2차에 걸친 공사 중단으로 추가 발생한 금융비용 178억 원과 자재비 인상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분 156억 원 등 총 334억 원의 부담주체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한 치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334억 원은 조합원 1인당 6000만 원씩 추가로 부담해야 할 거액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청난 결과에 비하면 다소 사소해 보일 수도 있었던 최초 분쟁의 원인은 참으로 필자의 마음을 안타깝고 아프게 하였습니다.
전임 집행부에 대한 시공사의 운영비지원 과정에서 일부 투명해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과 시공사가 장담한 용적률을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약속을 어기고 안전진단비용을 조합에 떠넘겼다는 것이 J조합원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된 분쟁의 원인이었습니다. 
모두 합쳐봐야 2억 원 남짓 추정되는 비용의 부담주체를 따지는 과정에서 비대위 측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시공사는 분양계약 미체결을 빌미로 공사를 중단시켜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대참사(大慘事)가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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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에 보면 공자가 노나라에서 법집행을 담당하는 관리에 취임한지 7일 만에 조정을 어지럽히던 소정묘를 처형합니다. 제자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권력을 믿고 설치던 소정묘이긴 하지만 노나라의 유력자인지라 뒷감당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선생님께서 정치를 맡으신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를 죽이시면 어쩌자는 겁니까?」라고 말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습니다. 
 
『통치자로서 제거해야 할 인물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도둑질하는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첫째가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이고, 둘째가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이고, 셋째가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이고, 넷째가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이고, 다섯째가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의 자들을 보면 모두 말을 잘하고, 지식이 많고, 총명하고, 이것저것 통달하여 유명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실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런 자들의 행위는 속임수 투성이 이며, 그 지혜는 군중을 마음대로 몰고 다니기에 충분하고,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이런 자들은 간악한 무리의 우두머리라 죽이지 않으면 큰 일을 저지른다. …(중략)…꼭 죽여야 할 자는 낮에는 강도짓을 하고 밤에는 담장을 뚫고 들어가는 도둑이 아니다. 바로 나라를 뒤엎을 자를 죽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군자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며, 어리석은 자들을 잘못된 길로 빠뜨린다.』 
 
위 공자의 말씀을 요즈음 재정비사업에 대입하면 대략 이렇게 설명이 될 것입니다. 
 
첫째,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란 공익을 우선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의 ‘사익’을 우선하는 자로 해석될 것입니다. 
 
둘째,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란 조합집행부를 공격하면서 단골로 사용하는 ‘분담금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무슨 동의서를 내라는 말이냐?’는 둥 그럴듯한 말로 ‘순수한 조합원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셋째,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는 각종 회의 때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해대고 상대의 의견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분들이 귀담아 들으셔야 할 것이고, 
 
넷째, ‘뜻이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란 어떻게든 조합 집행부를 전복시키고 자신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고자 ‘집행부 임원보다 더 열공하는 조합원’들이 해당될 것이고, 
 
마지막으로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란 사업을 위한 공부는 일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허가 업무 등 모든 일을 협력업체에만 맡기고 자기는 임원으로서의 혜택만 누리는 조합임원(아마 이런 분은 없을 겁니다) 정도로 정리하면 무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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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춰, 만약 J조합원이 조합장직무대행에게 건전한 대안을 내놓아 현안문제를 해결코자 하였다면, 그리고 조합장 당선 후에라도 시공사와 안전진단비용 문제나 철거업체 문제 등 쟁점을 진솔하게 조율하였다면 결코 지금처럼 사태가 확대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초 사업의 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작은 문제를 너무나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완벽하게 고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분양계약을 거부케 하였고, 어쨌든 그 결과 수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J조합원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그녀의 손가락만 바라본 조합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조합장이 되고나서 과거의 명분과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사태의 본질에 접근해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지 아니한(또는 못한) J조합원의 실질적 책임이 오히려 더 크다는 생각이, 조합장 당선순간 그녀가 흘리던 감격의 눈물과 서로 오버랩되는 이유가 진정 무엇인지…필자의 마음이 착잡할 뿐입니다. 
김용석 편집위원(jskys1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