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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 여론 몰이 그만해야: 2009.10.30 13:53 입력 | 2009.11.03 13:13 수정

임해중 기자

세종시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개발 사업에 대한 담당자들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 마인드가 혼란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겉으로는 입장 표명을 계속 미룬 채 총리실이 수정안을 만들면 여론을 살펴 그때 가서 나서든지 하겠다는 태도다. 속에 날선 칼을 삼키고 몸 사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정운찬 국무총리는 ‘좋은 방안을 만들 테니 기다려 달라’며 총대를 어깨에메고 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원안 추진에 변함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9개 행정부처의 이전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거나, 9개 부처 가운데 교육·과학 등과 관련된 일부 부처만 이전하는 방안이 청와대 주변의 분위기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나라당도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법 개정보다 고시 변경을 통한 ‘축소이전’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도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에 대해 담당자들의 자세가 일관돼지 못해 혼란만을 가중하고 있는 셈이다. 행복도시와 혁신도시로 요약되는 대규모 국토이용계획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지는 않다.
현재 여권의 움직임을 볼 때 9개 부처냐, 5개 부처냐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행정중심’을 빼버려 사실상 세종시의 원안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행정부처가 두 곳으로 나뉘어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명분이 제기됐을 때 사실은 세종시의 출발점인 전 정권의 국토 균형발전 철학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 총리가 지적한 세종시의 ‘자족기능 미비’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의 기능이 진심으로 걱정돼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면 논의의 출발은 자족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에 두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일관성과 본질에서 어긋났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떻게 하면 행정기관을 이전시키지 않고, 이를 무엇으로 대체해 충청 민심을 달랠 것이냐를 저울질하는 것이 논의의 중심이다. 
특히 10월 재·보궐선거와 맞물려 ‘대체수단’에 골머리를 쏟는 모습은 오랜 논란 끝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탄생한 세종시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건설은 수없이 토의하고 선거 때마다 많은 약속을 한 사안”이라면서 “세종시 추진은 원안을 준수하되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α)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세종시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데는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 자체가 본질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오랜 논의를 통해 귀결된 국토이용계획의 본질에 대한 합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있어왔고 그 논란이 진행 중이지만 합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는 만큼 차후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을 뒤바꾸고 혼란을 가중하는 일은 정책 책임자의 책무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박 전대표도 이런 본질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시 건설은 국가 최대 현안이면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어렵게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해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세종시 원안의 결정적 하자인 것처럼 들고 나온 일부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도 과거에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다. 하지만 정치계는 항상 ‘망각’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 듯하다. 여론몰이를 하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못된 버릇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여권은 세종시 원안의 문제점만 얘기하면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엄청난 문제와 비효율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 건설을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종시 건설은 근본적으로 ‘충청권을 배려’한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탄생했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모습도 우스운 일이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 수정 논의를 그만 접기 바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원안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면서 일부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자족기능을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장래를 위한 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얼마 전 “충청도민이 섭섭하지 않게 괜찮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은 ‘뭐가 됐든 큰 떡만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최고 정책 책임자의 인식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