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지방 재개발·재건축 ‘현금청산’만이 살 길인가

지방 재개발·재건축 ‘현금청산’만이 살 길인가: ‘조합 CEO적인 마음을 견지해야’; 2009.11.19 11:11 입력 | 2010.12.18 10:30 수정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제발 현금으로 돌려 주세요”
 한때 건설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던 지방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다. 재개발ㆍ재건축 후 들어설 새 아파트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가치만큼을 현금으로 챙겨 조합에서 빠져나가길 원하는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70~80%에 달하고 있다.
 서울에선 재개발ㆍ재건축을 하면 조합원들이 돈을 버는데 지방에선 되레 손해 볼 수도 있어서다.
 반면 업체 측은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금을 받고 조합원이 빠져나가면 업체 측은 그 자리를 일반분양분으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미분양이 넘쳐나는 마당에 이를 원할 업체는 없다.
 이 때문에 현금청산 문제를 놓고 업체 측과 조합원간 마찰을 겪고 있으며, 시공사 측은 아예 지방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손을 떼고 있는 형국이다.
 현금청산은 지방 주택시장 악순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조합원이 빠져나간 만큼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또 다른 미분양 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분이 넘쳐나는 마당에 이를 원하지 않아 현금 청산 문제를 놓고 업체 측과 조합원 간 마찰을 빚고 있는 것도 큰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사업성이 불투명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많아 졌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해 5년 이상 재개발사업 준비를 해온 대구시 수성구 재개발사업과 남구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사업성 등의 문제와 시공사 선정이 힘들어지자 추진위를 해산한 바 있다.
 관리처분총회를 마친 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절반이 현금 청산을 요구했고, 현금 청산 희망 조합원이 너무 많아 결국 사업 추진을 보류했다. 재건축조합을 이끄는 조합장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현금 청산을 요구한 조합까지 발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던 재건축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지방의 재건축의 현실이다. 
 현금 청산 요구가 늘고 있는 것은 각종 규제나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미분양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도 불가능하고 추후에 매매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현금 청산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조합원도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산지역의 경우 조합장이 현금 청산을 신청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대형시공사도 지방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일반분양이 적체됨에 따라 굳이 지방에 들어와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시공사의 중론이다.
 대형 시공사 A업체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서도 지방 주택사업에 사업비 대출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현금청산이라는 위험까지 감내해 가며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는 일”이라며 “조합의 요구대로 사업을 집행한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냐”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시공사 B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안정적인 분양물량으로 인식되는 조합원 물량이 일반분양 대상으로 뒤바뀌는 현금청산이 워낙 많아 부담감이 크다”며 “평균적으로 30~40%의 조합원이 현금청산을 택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 대부분의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시공사들의 행태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시공사도 하나의 기업이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위해 하는 행위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시공사는 ‘돈’이 되지 않는 다면 굳이 찾아와 시공을 맡을 필요가 없다. 
 조합은 조합원을 대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의 수장인 조합장은 CEO의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시공사를 유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수장인 CEO 즉, 조합장의 마음가짐이다.
 지방의 경우 현재도 미분양 적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및 각종 정비기반시설 설치 등 정책적 의무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보조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조합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 혹시 먼 산 불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불평, 불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진정한 기업(조합)의 CEO라면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고 조합의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주민을 대표하고 한 기업의 수장인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의 기업가적인 마음가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