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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정비업체에 대한 관리 이대로 괜찮은가?: 2012.03.26 01:21 입력 | 2012.03.30 08:02 수정

편집인 rknews@daum.net

/데스크칼럼/
비리·정비사업 따로 따로, 조합원만 골탕 기형적인 제도 만든 정부·지자체 책임 커
 
뇌물수수행위 등으로 처벌을 받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에 대한 감독당국의 무책임한 관리가 조합과 조합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정비업체의 임·직원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뇌물수수행위로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업무정지나 면허취소와 같은 행정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법 적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도시정비법 제84조에 형법 제129조나 제132조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공무원에 의제하도록 하였으면서도, 정작 이를 어겨 형법상의 처벌을 받은 자에 대해 도시정비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적 다툼을 차치하고서라도 관리·감독당국의 행정처분이 앞서야 한다는 주장이 크다.
 한편, 사실상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모든 분쟁의 중심에 있는 정비업체가 뇌물수수행위나 기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계약의 파기나, 도시정비법상의 등록취소 또는 업무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법률상 막강한 지위를 부여해놓고도 그들이 저지른 불법이나 손해에 대해 행정적 규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것. 
 
■ 비리업체 처벌강화 필요 비리를 저지른 정비업체가 버젓이 공공사업인 재개발·재건축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조합이나 조합원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사업이며,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의 임원이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공정성과 청렴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도시정비법 제84조(공무원의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정비업체와 관련한 대부분의 비리나 각종 불법행위들이 도시정비법상 규정된 절차에 따라 특히 공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시공자 등 업체선정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형법 제129조 등에 따른 비리행위자에 대한 정비업체 등록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시정비법이 정한 절차를 어겨 형법상의 처벌을 받았는데, 도시정비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니 해당 조합이나 조합원들은 문자 그대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한편, 대부분의 정비업체가 그 등록기준지를 서울시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상계동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리정비업체 L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취재결과 서울시 공공관리과 담당자는 정비업체 처벌 등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71조를 들어 ‘등록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정비사업 갈등조정을 위한 ‘재생지원과’의 설립취지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 정비업체 필요한 제도인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도시정비법 제69조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 또는 변경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공공성과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상,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컨설팅업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러한 이유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가 당초 목적대로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본·기술인력 등 정비사업 등록기준을 제대로 갖춘 업체들도 거의 없는데다가, 한국감정원·건축설계사무소 등 기준을 갖추고 정비사업등록면허를 취득한 업체의 경우에는 정비사업 자체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과거 행정용역을 하던 업체들이나, 공무원 또는 사업이 완료된 사업장에서 임·직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형식적인 등록기준만 맞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기술인력 등에서 형식적인 등록기준 만을 갖춰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대부분의 업무가 과거 도시정비법 제정 전, 행정용역업체가 수행하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당초 예상했던 기간 내에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지 못하다보니, 추진위·조합운영비 대여창구로서의 정비업체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업에 참여하려는 시공사·철거 등 업체들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에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재개발·재건축사업 전반의 전문영역을 관리하다보니, 갈등이 전혀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합원간 갈등이고,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치유하는 일이 정비업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본에 취약한 구조상 전문 인력의 확보는 거의 어렵다. 現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제도의 딜레마다.
 
■ 정비업체 관리기준 마련시급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갈등전담부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갈등조정관으로 하여금, 갈등을 치유하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차라리 서울시 갈등조정관은 추진위원회 준비단계에서부터 깊숙이 관여되어있는 정비업체에 대한 관리만 철저히 하고, 준비되고 정직한 정비업체로 하여금 갈등을 조정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
 정비업체들도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그저 ‘시비’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지금까지 정비업계에 뿌리내린 잘못된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비사업 갈등에 따른 비판에 대해서는 ‘발목잡기’로 몰아붙이는 현재의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할 구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