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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뉴타운 정비업체 선정, 이곳에도 공공만 있고 주민은 없었다: 성수지구 문제점 전부 안고 출발; 2009.11.19 10:55 입력 | 2009.11.19 19:09 수정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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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지구 후 서울시가 시행중인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한남뉴타운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시범사업인 성수지구에서의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고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용역업체 선정 과정 등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은 채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 더욱 큰 문제가 우려된다. 한남뉴타운 정비업체 용역 입찰에 나선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심사의 기준이 불명확하며 공정성이 없다”며 “성수지구의 문제점이 하나도 치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용산구청이 SH공사에 맡긴 한남뉴타운 정비업체(재정비촉진사업 관리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이 끝났다. SH공사는 ‘한남뉴타운’ 1~5지구 정비용역업체의 제안서접수를 마감하고 그 결과 총 13개사가 이번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SH공사는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입찰참가업체들의 제안서 심사를 마친 뒤 25일 점수가 높은 5개사를 각 지구 협상적격업체로 선정할 예정이다.
 한남뉴타운 정비업체 선정기준은 △업체현황평가(기술인력보유, 유사용역실적, 업체 신뢰도 등) 20% △사업수행계획제안서 60% △입찰가격 20%로 평가기준에 명시되어 있다. SH공사는 이들 3개 항목을 합산해 점수가 높은 순(최저 80점 이상)으로 협상을 추진, 오늘 25일 정비용역 계약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기준으로만 평가됐다고 해서 논란이 됐었던 성수지구와 같은 방식의 선정기준이어서 입찰에 참여한 정비업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정 과정에서 배점이 높은 ‘사업수행계획제안서’는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점수 조작이 쉽다는 것이 그 요지다.
 정비업체 관계자들은 “20여명의 외부평가인들이 30여장에 달하는 사업계획수행서를 제한된 5분의 발표시간 동안 어떻게 객관적 평가를 할 것이냐”며 “이미 짜여있는 각본에 들러리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고 강한 의혹을 제기 하고 있다.  
 입찰에 참가한 A사 대표도 “성수지구와 마찬가지로 선정기준을 정해놓고 100% 주관적인 평가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업체를 선정할 것이 뻔하다”며 “직접적인 동의서 징구 작업을 해보지도 않은 외부심사단들이 1개 업체당 5분으로 제한된 발표만 듣고 어떻게 종합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SH공사의 대처도 가관이다. 이번 한남뉴타운 정비업체 담당자는 “당연히 주관적인 평가로 진행될 것”이라며 “외부평가단들이 직접적인 실무 경험이 없지만 편파심사는 없을 것”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수위를 다투는 정비업체 P사의 경우 “이번 한남뉴타운은 입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며 “똑같은 선정방식으로 주관적인 평가를 할 것이 뻔하고 짜여진 각본이 있을 것인데 이런 곳에다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남뉴타운 정비업체선정과 관련해 특정 정비업체인 A사와 B사가 사전에 용산구청 등을 상대로 상당한 로비를 했다는 소문도 파다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성수지구의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되는 한남뉴타운. 진정 주민을 위하는 사업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논란을 불식시키고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공공관리’가 시급하다. 
 한편 한남지구는 보광동, 한남동, 이태원동, 서빙고동 일대 총 111만205㎡의 부지에 주택용지 75만4109㎡(67.9%)와 도로, 공원·녹지, 학교 등 공공시설 35만6096㎡(32.1%)로 조성돼 기반시설을 확충될 예정이다.
 또, 지구 내 도로는 반포로와 한남로를 동서로, 이태원로와 두무개길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각각 1km에 이르는 간선도로와 이를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집산도로, 국지도로 등이 체계적으로 정비된다.
 아울러 공원·녹지계획으로는 4만3355㎡에 이르는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 등 대형공원 2곳, 어린이공원 2곳, 소공원 2곳 및 이를 연결하는 녹지를 배치해 그린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구내 교육·문화시설은 초등학교 1곳를 신설하고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2곳을 증설하며, 약 2만㎡에 이르는 공공공지를 확보해 미래 공공문화 및 복지수요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남지구에는 전체부지 대비 평균 용적률 220%를 적용해 4층 이하 89개동, 5∼7층 117개동, 8~12층 33개동, 13~29층 43개동, 30층 이상의 초고층형 4개동 등 총 286개동 1만2710여 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공동주택과 업무 및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어 공공관리자 제도 = 공공기관이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초기단계인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사업완료 때까지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추진하는 것.  
 
 ‘사업수행계획제안서’ 로비력이 승부짓는다? 외부 평가원, 주관으로 상대평가
 
이번 정비사업 선정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수행계획제안서’. 이번 입찰에 참여한 정비업체 들은 지난 11일까지 약 30여장에 달하는 제안서를 SH공사에 제출했다. 이에 SH공사는 사업시행자인 용산구청에 대행받음으로 임의로 약 20명의 외부평가단을 구성,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제안서 검토와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회의 세부평가지표로는 △기술?지식능력(20점) △정비사업 관리 수행조직(30점) △정비사업 관리 세부계획(30점) △상호협력 관계(20점)가 기준이다.
 이는 공공관리자 제도 첫 시범사업지인 ‘성수구청’의 선정기준과 같은 방식이다. 즉, 외부평가단의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점수 조작이 쉽다는 것과 발표시간이 5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다는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은 것.
 업계에서는 외부평가단의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면 업체는 로비를 통해 사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이미 성수지구에서 ‘공공관리자 제도’의 부조리를 경험한 국내 굴지의 정비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대거 참여하지 않고 있어 더욱 문제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주민들은 구청이 임의로 외부평가단을 구성했기 때문에 ‘싫든 좋든’ 선정된 정비업체를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력이 있는 업체인지, 대 주민서비스를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업체인지 등은 따져볼 수도 없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주민을 위한 사업이 구청을 위한 사업이 돼버렸다”며 “구청에서 임의로 외부평가단을 모집하고 그들의 주관적 판단기준에 따라 평가된 정비업체라면 구청에 로비를 가장 잘 한 업체일 가능성이 크고 주민들은 구청을 위한 업체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문제가 됐던 5분정도의 짧은 발표시간도 치유되지 않았다. 사업수행계획제안서의 분량은 총 30장 내외. 이 많은 분량의 자료를 단 5분의 설명을 듣고 대부분 정비사업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는 기관 및 교수들이 판단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5분의 시간을 주고 제안서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동의서 징구 작업을 해보지 않은 연구원 및 교수들이 객관적으로 평가 할 수 없을 것”고 주장했다.
 앞으로 ‘공공관리자제도’가 확산되는 만큼 주민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비업체 선정의 올바른 기준과 투명성이 확보가 시급하다. 
 “한남뉴타운 사업시행자 SH공사” 용산구청 공무원, ‘모르쇠’ 전략 ‘공공관리자제도’에 주민은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남뉴타운 정비사업 선정 절차. 특히 용산구청은 정비사업에 관련,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주민 및 사업관계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더욱이 정비업체 제안서 접수가 마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밀실행정으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해당 사안에 대한 취재를 위해 본지 기자가 공공관리자제도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용산구청에 “어떤 용역업체가 이번 입찰에 참가를 했냐”고 묻자 용산구청 담당자는 “정비업체 선정은 SH공사가 하고 있으니 그 쪽으로 문의하라”는 통보를 해 왔다. 이어 SH공사에 물으니 “서울시에 문의하라”고 했고 서울시는 다시 “용산구청에 물어보라”고 했다. 
 
다시 용산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도시정비법상 명백한 정보공개사항인 입찰업체 명단 여부를 기자가 알아보기에도 이렇게 힘든데, 만약 주민들이 알아보려고 하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문의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용산구청 관계자의 답변도 가관이다. 기자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구청담당자에게 “사업시행자가 용산구청인데 어떻게 정비용역업체 중 입찰에 참가한 업체에 대해서도 모르냐”고 물어봤더니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 뭘 안다고…”였다. ‘사업시행자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사업시행자는 SH공사”라고 답변했다.(/본 기자가 '시행자'로 표현하였지만  '사업주관자'가 보다 정확한 표현임 )
 이번 취재에서 기자가 얻은 정보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컨소시엄을 포함해 13개’라는 것과 ‘선정기준이 성수지구와 동일하다’는 ‘정보 아닌 정보’가 전부였다.
 한남뉴타운 주민들은 “정비업체 제안서 접수가 끝났다면 어떤 정비업체가 이번 입찰에 참가 했는지는 주민으로서 알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용산구청은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시급하니 어떻게 공공관리자제도를 믿을 수 있겠냐”며 구청에 대한 비난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벽한 ‘밀실행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남뉴타운 정비사업업체 선정과정. SH공사 역시 “25일 날 정비업체 선정 결과가 발표되니 그 때 확인하면 된다”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 주민 B씨는 “사업의 주체가 주민이 되고 주민들과 사업종료 시까지 함께 해야 할 정비사업 용역업체인데 선정결과를 물어본 것도 아니고 어디가 입찰에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구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로서 주민들은 사업시행자인 용산구청과 SH공사의 임의로 선정해주는 정비업체를 ‘싫든 좋든’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함께 사업을 진행 할 ‘파트너’가 실력이 있는 업체인지, 대 주민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등은 따져볼 수도 없다. 
 사업의 전 과정을 함께 할 가장 중요한 파트너를 ‘공공관리자’가 점지해 주는 시스템도 문제다. 앞으로 ‘공공관리자제도’가 계속 확산되는 만큼 정비업체 등 업체선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업의 주체인 주민이 참여 할 수 있는 통로의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홍순재 기자 <A href="mailto:loving9417@gmail.com">loving9417@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