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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1-2구역마저 삼켜 버린 분쟁의 화마: 2009.12.23 15:39 입력 | 2009.12.30 15:38 수정

북아현1-2구역마저 삼켜 버린 분쟁의 화마

 
최근 들어 아현동 일대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아현3구역, 아현4구역, 북아현3구역, 충정로ㆍ냉천구역 등에 이어 조합원 간 분쟁의 ‘불길’이 북아현동 일대까지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북아현1-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174번지 일대ㆍ이하 북아현1-2구역)장도 ‘화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곳은 관할 구청장 등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마치 폭풍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가 구속될 것이고, 동시에 비리에 연루된 조합은 사업이 중단될 것”이란 말까지 나와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반대파가 발의한 총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임원 해임 위한 총회 성원 미달로 무산
명확한 근거 없는 사업비 증액에
조합원 동의 없는 예산집행도 도마에

 
지난달 19일. 북아현3동의 한 교회에서 북아현1-2구역 조합원들이 주최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조합 측에 반대하는 조합원 호 모 씨의 발의로 열렸던 이날 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조합장 및 감사, 이사 해임의 건’이었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는 과반에서 불과 20여 표가 모자라(성원 미달) 무산됐다.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한 이날 총회는 지난 2007년 11월, 전(前) 추진위원장인 김 모 씨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한 통의 서신에서 비롯됐다. 당시 김 위원장이 보낸 서신은 일종의 ‘양심선언’으로, 그동안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추진위원(현 조합 집행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6월, 대법원이 “선거 관리 규정의 일부 조항이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조합 측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규정에 의해 선출된 임원들에 대해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업 지연과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날 임시총회를 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근의 한 사업장에서 불거진 조합과 정비업체 간 비리 사건에 연루된 업체가 북아현1-2구역의 협력 업체인 T사(社)라는 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반대파인 ‘바른 조합을 위한 모임(이하 바조모)’ 측에 따르면 이에 대해 관할 서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바조모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서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기 위한 사유는 이 외에도 더 있었다.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조합원 김 모 씨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열렸던 정기총회에서 증액된 사업비(약 277억 원ㆍ1가구당 5000만 원 이상 추가 부담)에 대해 누차 산출 근거를 요구하였으나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부분(현재 이를 놓고 소송 중), ▲총회 준비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OS요원 등을 고용해 약 4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점, ▲이러한 예산집행에 있어 어떠한 조합원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점, ▲감사 및 이사의 업무 태만 등이 해임 사유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총회 당시 조합장 정 모 씨, 감사 강 모 씨 등 2명, 이사 김 모 씨 등 7명이 해임 대상자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원 부족으로 총회가 열리지 못해 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조합창립총회 개최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 ‘꼴찌’

 
북아현1-2구역은 북아현뉴타운 5개 사업장 가운데 갈등의 골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해관계자 간 아귀다툼이 치열해 조합창립총회마저 북아현뉴타운 내에서 가장 늦게 열렸다. 이는 그만큼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16일, 마포구의 한 웨딩홀에서 북아현1-2구역 조합창립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추진위가 승인된 지난 2005년 12월부터의 감사 및 결산ㆍ경과보고가 있은 뒤 조합 임원 선출을 포함한 총 7개의 안건이 상정ㆍ가결 처리됐다. 추진위원장이던 정 모 씨가 조합장으로 추대됐으며 정 모 씨 등 2명이 감사로, 이 모 씨 외 9명이 이사로 선출됐다. 또한 대의원 70여 명을 선출하고 조합 예산안 승인의 건과 사업시행계획(안) 승인의 건도 가결됐다.
당시 정 조합장은 “북아현 5개 구역 중 우리 구역은 면적과 조합원 수, 상가비율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타(他) 구역에 비해 (조합 설립이) 많이 늦어졌다”면서 “어떠한 이유로도 현재 상황에서 사업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 선정 당시 선정 기준 놓고 논란
국토해양부, “기준 적용 안 돼” 종지부

 
조합창립총회 약 3개월 뒤 시공사선정총회가 열렸다. 북아현1-2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 진입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당시 총회에서도 시공사 선정 기준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져 다시 한 번 이곳이 “갈등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지역”임을 각인시켜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마포구 한 웨딩홀에서 북아현1-2구역 주민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총회에는 조합원 561명 중 서면결의 320명, 직접 참석 38명 등 총 358명(63.8%)이 참석했으며,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 사이에 언쟁이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 장관 고시 제2006-331호인 2006년 8월 25일 시공자 선정 기준 부칙 제2조의 해석이었다. 부칙 제2조는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지난 2006년 8월 25일 이후 최초로 추진위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명경쟁에 의한 입찰의 경우 3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아현1-2구역의 경우,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만 참여해 위 조건에 위배된다고 지적됐다. 이에 당시 조합 측은 “부칙 제2조에 근거해 추진위가 지난 2006년 8월 25일 이전에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 기준을 따르지 않고, 조합의 정관 규정에 의거해 시공자를 선정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합 정관에는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시공사 수에 대한 제한은 별도로 규정된 것이 없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추진위가 지난 2006년 8월 25일 이전에 승인을 얻은 경우, 해당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해석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사업비 1년여 동안 650억(40%) 넘게 증가
직접공사비 지난해 10월 기준…계속 늘듯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3월 조합 측이 총회에서 명확한 설명 없이 사업비를 증액한 지 7개월 만에 사업비를 또 증액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 ‘바른 조합을 위한 모임’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 측은 최근 분양 신청과 관련한 책자에 조합원 동의도 없이 총 사업비를 377억 원이나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조합원 개별 감정평가금액에 대한 기준 제시도 없이 분양 신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조합설립인가 당시 사업비는 총 1585억 3600만 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 총회 때(지난 10월 사업시행인가 시)는 1862억 6200만 원으로 약 277억 원 증가하더니, 지난달에는 2240억 3000만 원으로 377억 원가량 늘어났다. 불과 1년여 사이에 당초 사업비의 40% 이상 급증한 데 대해 대다수 조합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조합원 박 모 씨(45)는 “대부분의 공사 계약서 등에는 기획재정부 등이 공시하는 물가 상승률에 준하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구역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사업비가 650억 원 넘게 올랐다. 더 기가 막힌 건 이에 대해 조합 측이 어떠한 설명도 명쾌히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합원 김 모 씨는 “이렇게 증액된 사업비 가운데 공사비는 여전히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라면서 “향후 착공 때까지 공사비 증액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사업비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업시행인가서상 명칭ㆍ조합원 수 틀려
뉴타운 로드맵 그린 건축위원 상납 의혹

 
최근에는 북아현1-2구역의 사업시행인가서상 어처구니없는 오자(誤字)가 발견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관할 서대문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인가서를 보면, 시행자 명칭이 ‘북아현1-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으로 돼 있지 않고 ‘북아현1-1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으로 돼 있다. 수천억 원이 오가는 사업을 인가해 주면서 인가서상에 이러한 오자가 있다는 것은 담당 공무원의 업무 수행과 이를 검토ㆍ인가한 지휘 계통에도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더욱이 조합설립인가 시 총 조합원은 561명이었던 데 반해 사업시행인가서상 조합원 수는 토지 소유자와 건축물 소유자가 각각 539명과 541명으로 명시돼 있다. 최대 20명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 대해 조합원 박 모 씨는 “단순히 잘못 기록된 것으로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면서 “나머지 20명의 분양권과 얽힌 문제인 만큼 향후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아현뉴타운의 로드맵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건축위원회 위원이 구역 내 5개 조합들로부터 매달 일정액을 상납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 김 모 씨는 “우리 뉴타운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신 모 교수(S대 건축학과)가 구역 내 5개 조합으로부터 매월 3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받고 있다”면서 “뉴타운과 관련된 용역 등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최근까지 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최 모 씨는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서울시 건축위원회 위원인 신 씨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이라면서 “신 씨와 구청 핵심 관계자가 동문으로 친밀한 관계라는 소문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알려지지 않은 ‘커넥션’이 있을 공산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실제로 이 구청 핵심 관계자는 S대 법대에서 학사를 받았다. 신 교수는 지난 10월, 서울시 건축위원회 도시 설계 분야 위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현재 S대 건축학과(건축학 계열)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현재 최 씨 등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친분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교수와 얽힌 상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자문에 응한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자 우려였다.
 
정훈 기자 <A href="mailto:hjeong25.rn@gmail.com">hjeong25.rn@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