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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동의=조합설립 동의’ 논란: 개략적 사업계획 비용분담 없어 ‘문제’; 2010.02.09 20:03 입력 | 2010.02.10 15:20 수정

‘추진위 동의=조합설립 동의’ 논란
개략적 사업계획 비용분담 없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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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7일부터 적용된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자동 간주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대한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추진위 동의가 조합설립 동의로 의제되는 도시정비법의 규정이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및 의결권을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해 2월 6일 개정돼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현재 시행 중인 도시정비법 제13조제3항은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이하 추진위원회 동의자)는 제1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른 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물론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에 반대 의사표시를 한 경우 동의자에서 제외된다. 
 
동법 제16조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에 시장·군수 및 추진위원회에 조합설립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한 추진위원회 동의자의 경우에는 조합설립 동의자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추진위 동의서에는 조합설립 동의서에서 정하고 있는 △건설되는 건축물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비용의 분담기준 △사업 완료 후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등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8월 13일 개정된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별지 제2호의2 서식에는 △조합설립 동의 의제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반대 표시 등만 기재돼 있다.
 
법무법인 시티의 윤영현 변호사는 “추진위설립 동의서와 조합설립 동의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며 “개략적인 비용분담 내역 없는 조합설립동의가 유효한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추진위 동의서가 조합설립동의로 의제되는 것은 차후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실제 현장에서 추진위 동의서를 조합설립 동의서로 의제하고는 있지만 사업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규정이 차후 법적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진위설립 동의서가 의제됨에 따라 더 큰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가람 법률사무소의 조창혁 변호사 또한 추진위동의서가 조합설립동의서로 의제되는 것에 대해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조 변호사는 “일단은 조합설립 동의자로 의제한 뒤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요구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이 소요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합설립동의자로 의제되고 차후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 그들의 재산권 및 의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행령이 아닌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반대의사 표시의 기회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추진위 동의서가 조합설립 동의서로 의제되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K변호사는 “추진위 동의자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된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추진위 동의 자체를 중요시할 이유는 없다”며 “단순히 인가 신청 전에 반대의사가 없다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도시정비법상 토지등소유자가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행 도시정비법 상 추진위설립 동의를 조합설립 동의로 무조건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의사 표시의 기회를 분명히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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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사’ 표시 안정장치 제대로 작동하나
조합설립 전에 ‘적극적으로 정보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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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추진위구성동의자가 조합설립동의자로 의제되는 것이 원활한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진위동의자가 조합설립동의자로 의제되면 조합설립을 위해 나머지 동의서만 징구하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진행이 빨라지게 되기 때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 도시정비법은 이 밖에도 ‘토지소유자의 동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17조에서 ‘인감증명서를 한 번 제출하면 동의·반대 등의 의사표시 때 다시 첨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함’으로써 사업추진 시간을 단축하도록 하고 조합설립 동의서의 효율성을 제고했다”며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추진위 동의서를 조합설립 동의서로 의제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반대의사 표시’가 토지등소유자의 의결권을 보장할 안정장치의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조창혁 변호사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28조4항에는 동의가 의제되는 경우를 포함해 인·허가 등의 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거나 반대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며 “하지만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가 힘들고 이럴 경우 조합설립동의서로 의제된다는 것이 도시정비법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설립무효소송에서 보듯 비용분담과 관련된 조합설립동의서가 하자가 있다면 어느 누구든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추진위동의서가 조합설립동의서로 의제됐을 경우 조합설립동의서에 하자가 없다면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추진위구성에 동의했던 A씨가 조합설립신청 이후에 사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사업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조합설립동의서’에 하자가 없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추진위동의서 의제규정에 대한 핵심쟁점은 어떻게 사업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토지등소유자가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조 변호사는 “이럴 경우 동의서 의제 규정이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및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이런 해석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제규정의 위헌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는 조합설립 전에 적극적인 정보제공만이 토지등소유자의 정당한 재산권과 의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부천시뉴타운 현장의 경우 부천시 자체적으로 동의서양식을 바꿔 추진위 동의서를 징구하도록 했고 조합설립 전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천시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동의서 내에는 조합설립과 연결된다는 문구와 함께 일련번호가 들어가 차후 법적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 S씨는 “도시정비법 곳곳에 함정이 있고 추진위동의서가 조합설립동의서로 의제되는 것도 이런 함정 중 일부”라며 “잠재적 소송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일선현장에서는 조합설립 전에 적극적인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꼼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임해중 기자 lovecharlotte.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