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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 민-민 갈등으로 확산: 공영개발 '찬성 Vs 반대' 공청회 ‘시끌’; 2010.02.24 18:12 입력 | 2010.02.25 11:07 수정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 민-민 갈등으로 확산
공영개발 '찬성 Vs 반대' 공청회 ‘시끌’

 
인천시가 공영개발로 추진 중인 동인천역 개발사업 지구 내 주민들이 극렬하게 사업을 반대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인천시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도시재생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지자 이를 도화선으로 공영개발방식과 민간개발방식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동구 송현2동 거주자와 상가세입자 등 주민들은 지난 4일 “송현2동 66-75번지 일대를 동인천 도시재생사업에서 빼달라”고 시에 강력히 요청했다. 시의 공영개발 방식을 원치 않으며 민간개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요청의 요지다.
 
이들은 “주민들은 2007년 이 지역이 구역지정 되기 이전부터 지정에 반대해 왔는데 시가 애매한 입장을 취해오다 갑자기 공영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165명의 송현2동 주민 중 153명이 시의 개발방식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사업 구간에서 이곳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인천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찬반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영개발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역, 제물포역, 가좌나들목, 동인천역 4개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중 유일하게 동인천역 지구만 찬성표가 많았다”며 “주민 대다수의 의견이 찬성이니만큼 동인천역을 개발사업 지구에서 제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전수 조사 결과에 따라 동인천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구는 지구지정이 해제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전수조사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동인천역을 인천도시재생사업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시에 제출한 청원서를 통해 “시 공무원이 직접 설문지를 발송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와 세대주가 아닌 사람에게 용지를 남발하고 거주소유자보다 비거주소유자에게 더 많은 설문을 받는 등 의도적으로 찬성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시가 해당 구역을 제척할 때까지 단체 행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동인천역 개발사업이 공영개발방식과 민간개발방식을 둘러싼 마찰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0일 열린 주민공청회에서는 공영개발방식을 찬성·반대하는 주민들 간 갈등까지 불거져 동인천역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민공청회, 찬·반 첨예한 대립
 
동인천역 지구 도시재생 사업을 둘러싼 주민들 간 갈등은 이번 주민공청회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인천시가 10일 오후3시부터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연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시의 공영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청회 무산을 시도하며 처음부터 공청회 진행이 어려움에 빠진 것.
 
송현2동 일부 주민들은 “시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된다”며 “일방적인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공청회 무산시도와 더불어 공청회 진행과정에서는 공영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민간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 간의 민-민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져 찬·반 양론이 극심해졌다. 
 
주민공청회에서 열린 토론에서는 △ 배다리, 화수, 만석동 지역을 주민이 원하면 제척해 주겠다고 시가 약속했는데 정말 의지가 있는지 △ 송현2동 주민들은 공영개발을 반대하는데 송현동이 빠진 동인천역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주민 이주대책이 있는지 등 인천시의 공영개발 방식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동인천역 개발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여러 사안을 검토 중이며 올해 하반기 실시계획 수립 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며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수립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송현2동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계획도 내놓지 못한 이번 공청회는 인정할 수 없다”며 “공영개발 찬·반 주민투표를 다시 할 것과 재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을 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공영개발 방식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주민들이 동인천역의 공영개발을 찬성하고 있는데 몇 몇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공청회를 기점으로 민-민 갈등이 표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양상이다. 


 
갈등 왜 폭발했나? 루원시티 사업이 단초 제공

 
동인천역 사업에서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된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인천의 첫 도시재생사업인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민간사업자 공모가 기약 없이 늦어지는 것이 단초를 제공했다”며 “지난해 예정됐던 핵심 상업지역 사업자 모집이 올해 7월로 미뤄졌다가 다시 내년 3월로 연기돼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거지에 머물지 않고 기업과 투자자를 끌어오려고 시작된 루원시티사업의 핵심은 땅이다. 이에 루원시티 개발사업자인 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곳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2005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민간사업자 공모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두 기관은 아직 공모의 뼈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도시재생사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원시티의 경우 사업자 공모면적, 위치, 사업비, 사업기간, 설계지침 등이 사업시작 6년째인 지금까지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루원시티 97만3천㎡의 기존 건물 철거공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시작돼 올해 말이면 마무리될 예정이고 개발을 위해 건물은 철거되고 있는데 정작 사업은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사업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다”며 “인천시는 사업지연의 원인에 대해 대규모 도시개발 투자시장이 오랫동안 얼어붙은 채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루원시티 개발은 지하철·고속도로 등이 교차하는 지하 공간과 지상을 동시 개발하는 국내최초의 입체개발이라 투자위험이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루원시티의 상황이 이런데 동인천역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겠느냐”며 “주민들의 구역배제 요구가 큰 것은 공영개발 방식이 지니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동인천역 구역사업을 축소해서라도 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인천시는 일명 '배다리' 일대 2만5천㎡와 만석·화수동 일대 1만8천㎡가 동인천역 재생사업구역에서 제외하기로 최근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두 곳 모두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역배제를 강하게 요구해온 곳으로서 시는 지금 당장 두 곳을 제외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오는 4월 동인천역 일대의 재정비 촉진지구 확정고시를 기존 안대로 한 뒤 그 이후 배제절차를 밟기로 했다. 
 
두 곳이 빠지면 동인천역 일대 재생사업구역은 현재 31만㎡에서 26만7천㎡로 줄어든다.
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의 기본 취지가 광역단위 개발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크고 두 곳 모두 구역의 가장자리에 있어 전체적인 사업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리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배다리와 만석·화수동 일대는 지난해 말부터 개발반대 여론이 확산돼 시가 구역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재개발전문가S씨는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개발 반대의견이 높아지고 있는 동인천역 구역은 그대로 포함되게 돼 공영개발을 둘러싼 마찰이 민-민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송현동 일대를 뺄 경우엔 전체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워진다고 보고 이 같이 결정했다”며 “전수조사 결과 찬성의견이 많기 때문에 사업진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