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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뉴타운ㆍ재개발 ‘좌초’ 위기: 2010.03.10 10:08 입력 | 2010.03.10 15:59 수정

서대문 뉴타운ㆍ재개발 ‘좌초’ 위기
前구청장 구속ㆍ일부 “사업 중단” 촉구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추진 중인 뉴타운ㆍ재개발 사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 8년 동안 이곳의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을 이끌던 전(前) 구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ㆍ기소된 데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내 정비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대문 뉴타운ㆍ재개발 비대위 조합원 연대(이하 서비연)’는 서대문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정비사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북아현뉴타운 1-3ㆍ2ㆍ3구역, 홍은12ㆍ13ㆍ15구역, 연희1구역, 가재울뉴타운5ㆍ6구역 등 구내 비대위 조합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11일 부동산업자가 소유한 다가구주택을 도시계획에 포함시켜 주는 조건으로 1억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현동훈 전 서대문구청장이 구속된 뒤 연이은 악재가 터지고 있는 셈.
 
사실 그의 구속 전에도 서대문구 내 상당수 비대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조합 비리와 이권 등에 현 구청장이 연루돼 있다”며 “조만간 그가 구속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북아현1-2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구청장 구속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덤덤하다”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 전 구청장 재임 시절 무리하게 비정상적으로 추진됐던 각종 정비사업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의 개최 이유를 밝혔다.
 
서비연 측이 구내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이유는 현 전 구청장 재임 당시 추진된 사업들이 비정상적으로 추진됐다는 데서 기인한다. 인ㆍ허가가 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승인되는 바람에 비정상적으로 추진됐고, 그에 따른 주민 분쟁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북아현2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현 전 구청장 재임 8년 동안 서대문에서는 각종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이 타 지역에 비해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진행됐다”며 “구청 측의 과속ㆍ방만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누차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 측은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기자회견까지 열게 됐다”고 성토했다.
 
북아현3구역 비대위 관계자 역시 “애당초 구청 측이 무리하게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ㆍ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조합의 경우 조합설립 무효소송에서 패소해 사업 주체가 사라졌고, 심지어 모 조합에서는 조합장이 구속되고 비리를 저지른 정비업체 관계자들이 해외로 도피까지 한 상태”라고 구내 정비사업의 실태를 소개했다.
 
홍은동에서 온 한 주민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감증명 및 동의서 미비, 추가부담금 미(未)고지 등 조합의 불법 행위와 업무상 하자 등을 관리ㆍ감독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줄곧 묵살(黙殺)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대문구는 현재 가재울뉴타운, 북아현뉴타운, 연희동, 홍은동, 홍제촉진지구 등에서 재개발을, 남가좌, 북가좌, 홍제 등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비연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및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향후 ‘전국 뉴타운 비대위’ 측과 연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검찰, 前서대문구청장 구속ㆍ기소
한편 서울서부비장검찰 형사 제5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업체의 청탁을 들어주고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현동훈 전(前) 서대문구청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기획부동산업자 오 모 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구청장은 지난 2005년부터 3년 동안 특정 지역에 도시계획을 입안해달라는 오 씨 등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억여 원을 받는 등 업체들로부터 2억2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 전 구청장 재임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김 모 씨(52) 등 2명은 이들에게서 각각 1억8000여만 원과 1억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