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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주공2단지 시공사선정 ‘완전경쟁입찰’로: 조합장 해임 징후에 과잉 수주전 우려까지…불확실성↑; 2010.05.05 23:44 입력 | 2010.05.06 10:30 수정

조합원 내분으로 시공사선정총회마저 무산됐던 고덕 주공2단지(서울 강동구 고덕동 217번지ㆍ2600가구) 시공사 선정이 ‘완전경쟁입찰’ 방식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일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그 결과를 4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지침서 심의’의 건이 논의됐다. 
 
주된 논의 내용은 ▲(반대파가 요구했던) 완전ㆍ자유경쟁입찰(컨소시엄 허용) ▲마감재 수준의 대폭 삭제 ▲조경 특화 200억 원 삭제 ▲최저 평균무상확정지분율 제시 및 분양가별 평균무상지분율 제시 ▲평균무상지분율 산정표 제시 등이다. 
 
조합 측은 이를 통해 (무상) 지분율 상승 및 이주비 증액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하고 시공사선정총회 당시 비방과 선동을 일삼았던 조합원들의 마음을 헤아릴 것이라고 해 반대파까지 포용할 수 있는 조합으로 거듭나리란 점을 간접 시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6일 대의원회의를 다시 소집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음 달 27일 시공사선정총회를 재개최하는 내용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완전ㆍ자유경쟁입찰을 통해 대다수 조합원들이 원하는 시공사를 선정, 조합원 간 갈등을 봉합하고 7월 중순 본격 시행되는 공공관리자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곳의 시공권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시공사로 선정됐던 삼성물산 건설부문-GS건설 컨소시엄, 대림산업, 코오롱건설을 포함해 지난 3월에 열렸던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동부건설, 동양건설산업, 서희건설, 진흥기업, 한진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이 이곳 시공권 수주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도 이곳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조합장을 해임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이곳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 K씨는 “현(現) 조합 집행부는 건설사의 금품 살포, 비리 의혹, 시공사선정총회 무산 등으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그러한 조합이 재건축 사업의 ‘꽃’인 시공사 선정 절차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덕 주공2단지ㆍ삼익그린12차아파트 소유자 모임(이하 소유자 모임)’ 측은 “조합장이 공지를 통해 조합원들의 눈과 마음을 흐리고 있다”며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소유자 모임이) 향후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유자 모임 측은 오는 6일 오후 7시에 조합 사무실 앞에서 모임을 갖고 소유자 모임 측 지지자들을 비롯한 상당수 조합원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 이것의 수렴을 적극 촉구할 계획이다. 
 
고덕 주공2단지 조합 관계자는 “반대파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조합 집행부를 해임시킨다면 조합원 분열과 그로 인한 혼란으로 우리 재건축 사업은 ‘가락시영’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이 재건축 절차상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인 만큼 이를 놓쳐 먼 길로 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맞섰다. 
 
조합 집행부와 반대파의 충돌이 시공사선정총회를 기점으로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이곳의 재건축 사업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시공사선정총회가 일단 한 번 무산된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경험칙’을 들며 조합 측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6일) 대의원회의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입찰 방식 등이 변경될 경우 사실상 시공사 선정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인 만큼 공공관리자제도 본격 시행 전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에 맞는) 건설사들의 입찰 제안서 마련, 조합 측의 입찰 공고 등 이뤄져야 할 절차가 많은 데다 재건축 사업 특성상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인근 재건축 시공권 수주양상 변할 듯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 선정을 놓고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의 ‘교과서’ 역할을 하면서 이곳의 갈등 양상이 이 일대 재건축 단지들에 미칠 영향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강동구에서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추진 중인 단지는 둔촌주공 외에 고덕 주공 2~7단지 8250가구(3단지 2580가구ㆍ4단지 410가구ㆍ5단지 890가구ㆍ6단지 880가구ㆍ7단지 890가구)와 고덕시영(1500여 가구→2500여 가구) 등이다. 
 
동시에 재건축에 들어가다 보니 예비 시공사마다 주력 단지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인근 단지의 시공권 수주전에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단적인 예가 고덕 주공6단지로 인한 고덕 주공2단지의 총회 무산. 시공사 선정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던 둔촌주공의 사례가 두 단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무엇보다 이 일대 주공아파트 가운데 가장 사업 규모가 큰 고덕 주공2단지의 입찰 문호가 전면 개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강동구 최대 단지인 둔촌주공(1단지 1370가구ㆍ2단지 900가구ㆍ3단지ㆍ1480가구ㆍ4단지 2180가구 등 총 5930가구)을 제외하면 고덕 주공2단지의 규모가 다른 단지를 압도, 사업성이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삼성-GS 컨소시엄 독주 체제가 약화되고 그동안 관망세를 취하던 건설사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주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애초 시공사 선정 기준에서 비상장 회사나 워크아웃 전력이 있는 회사를 제외한다는 규정 때문에 입찰조차 못했던 건설사들의 경우에는 6일 열리는 대의원회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둔촌주공 시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건설사로선 향후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고덕 주공2단지 수주전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 
 
고덕 주공2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이 공사비 마진을 줄이고서라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2단지 시공권 수주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구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과 인근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에서는 컨소시엄 2곳이 공사비 4조 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짝을 이뤘다.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대우건설은 고덕 주공6단지에서 전략적으로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6단지에서 대우건설이 163%, 두산건설이 174%라는 파격적인 무상지분율을 제시하자 삼성-GS 컨소시엄이 137%를 제시한 2단지에서 ‘담합’ 의혹이 불거지며 총회가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오는 15일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있는 6단지에서는 대우건설, 두산건설, 현대건설-포스코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덕 주공5단지에서는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이 다투고 있다. 고덕 주공7단지에서는 대림산업의 독주 속에 삼성-GS 컨소시엄과 롯데건설 등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고덕 주공3단지는 현대건설-대림산업, 고덕 주공4단지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돼 가계약을 맺었다. 
 
이래저래 고덕 주공2단지 시공권 수주전은 위 단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공공관리자제도 본격 시행 등의 ‘악재’ 속에서 ‘재건축’이 건설사들의 ‘최고 수익원’이란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