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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을 약속 ‘확정지분제’의 불편한 진실: 사업비·분양수익 예측가능여부가 관건; 2010.05.08 21:43 입력 | 2010.05.11 18:11 수정

도시재생신문

‘무상지분율’ 변동 범위 갈등의 ‘불씨’ 
 

최근 시공사선정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장들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도급제와 지분제’ 중 어떤 계약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조합원에게 유리한가 하는 논쟁이다.
 
사업장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부동산 대세하락에 따른 불안과 미분양에 대한 문제의식 등으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지분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능여부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지분제 중에서도 ‘확정지분제’에 대한 선호는 거의 절대적이다.
 
도급제와 지분제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사업비와 분양수익의 예측가능여부다. 사업비 구성항목의 안정성 여부와 향후 분양가 예측가능여부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는 도급제나 지분제 중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급제와 지분제란 무엇이고, 각각의 계약방식을 선택했을 때의 득실여부, 그리고 확정지분제의 가능성 여부를 살펴본다.
 

◆ ‘도급제와 지분제’ 어떤 것?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으로 기대되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눠가지느냐에 따라 시공사와의 계약방식은 크게 도급제와 지분제로 나뉜다.
 
도급제 방식은 일반적인 건축공사 발주 방식으로, 건축물의 평당 공사비를 정해 체결한다. 대부분 계약시점에 공사비가 정해지지만 공사 중 비용증가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급제는 조합청산 때까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 외에 발생하는 공사와 관련된 손실은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는 방식이다. 조합과 시공사간에 공사 계약을 함으로써 시공사는 계약서에 준하는 공사를 집행하고, 조합은 공사금액만을 지불하게 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물가상승이나 설계변경 등 증가요인이 있을 경우 조합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개발이익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금융비용 추가 발생 등으로 인한 조합원의 금전적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분제 방식은 조합원 소유의 토지 또는 건축면적에 따라 일정비율의 아파트면적을 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잔여주택과 상가·복리시설을 분양해 공사비에 충당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조합원 부담금은 계약 당시로 고정시키고 확실한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대신, 사업결과에 따른 손익은 시공사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대물보상제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지분제 방식에는 지분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확정지분제와 변동지분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확정지분제는 계약시점에 조합원의 지분보상율을 확정하는 것으로, 한번 계약이 이뤄지기만 하면 이후 조합과 시공자간 큰 다툼이 없이 사업이 완료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변동지분제는 사업시행에 따fms 용적률변화·이주기간 지연여부·토지가격평가결과 등에 따라 지분을 변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계약형태다. 양측의 이익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상지분보상비율 변동의 요건과 범위를 명확히 해 놓지 않으면 사업이 시행되는 내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방식이든 주어진 대로 현장에서 지켜지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확정지분제’ 가능한가?
 
확정지분제란 시공사선정 시 개별조합원들에게 각각의 소유지분에 따른 ‘무상지분율’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추후 일반분양에 따른 손실은 모두 시공사가 떠안는 방식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미분양 위험 증가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확정지분제로 시공계약이 체결될 경우 시공사의 손실보전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아파트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지분제아파트는 투자기피 대상이 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시공사와 조합이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계약하더라도 사실상 수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된 이후 현장에서 ‘개념으로서의 확정지분제’는 사라졌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개 시공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확정지분제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확정지분제가 단순히 공사비나 지분율만을 의미하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확정지분제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확정지분제가 되면 추가부담금 같은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용적률·세대수·사업소요 기간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조합설립 후 곧바로 시공사선정을 하기 때문에, 사업에 따르는 모든 부담금이 확정될 수 없는 계약서상에는 추가부담금에 대한 사항을 삽입하게 된다. 
 
시공사들이 확정지분방식으로 계약을 했더라도 100% 위험부담을 안고 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업계획 변경, 사업기간 지연, 마감재 변화에 따른 추가 공사비 등에 관한 사안들을 계약서 부관사항으로 정한다.
 
갈등이 표면화된 대부분의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반발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현장 전문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구조적으로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조합의 사업자금 대출이 가능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K씨는 “보통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는데, 선정 당시 시공사가 추가부담금 자체를 없애겠다고 선언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조합원 지분 자체를 시공사가 전량 매입해 가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확정지분제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무상지분율’이 뭐 길래~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재건축단지에서 시공사들이 조합에 제시한 무상지분보상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조합원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무상지분율 때문에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인근 사업단지 간 최고, 최저 무상지분율 차이가 40%넘게 차이가 나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 후 추가부담금 없이 입주할 수 있는 평형을 대지지분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49㎡(15평) 아파트(대지지분 20평)의 무상지분율이 180%라고 가정할 때 대지지분에 무상지분율을 곱하면 118㎡(36평=20평×180%)이 나온다. 대지지분이 높고,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추가분담금 없이 넓은 평형을 입주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언제 꺼지나? 조합․시공사 유착의혹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둔 조합집행부와 특정시공사간 유착의혹은 이사회, 대의원회, 총회까지 이어지는 해묵은 논란이다.
 
시공자선정을 위한 현행규정은 도시정비법11조와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공자선정기준을 작성하고, 정관에서 별도로 정하지 않은 방법 및 절차에 대해서는 대의원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일반․제한․지명경쟁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고, 참여 시공사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세부기준안을 대의원회에서 채택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조합과 시공사간 유착과 비리가 이러한 느슨한 규정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에서 시공자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 등을 제시하지 않고 전문성이 부족한 대의원회의에 맡김으로써 조합집행부나 혹은 특정시공사의 입맛대로 시공자선정기준을 마련할 근거를 마련해 줬다는 비판이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K씨는 “대부분의 경우 대의원들이 정비사업을 처음 접하거나 아예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며 “결국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창 기자 songyc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