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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일이 나의 일…성실함이 기본이다”: /인터뷰/ 김경식 감정평가사 (주)삼창감정평가법인 이사; 2011.02.07 14:34 입력 | 2011.02.11 10:21 수정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271px" align=left src="/PEG/12970734103665.jpg" width=680 height=383>[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누군가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열정과 패기 등에서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무뎌질 수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감정평가업계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대표 감정평가업체인 (주)삼창감정평가법인(이하 삼창)도 마찬가지.
 
삼창 역시 젊은 감정평가사들이 주축이 돼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일례로 지난 연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진행된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 참가한 이곳 감정평가사 대부분도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그렇지만 삼창의 장점이 단지 젊음뿐일까 하는 의문도 가시질 않았다. 이곳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경식 감정평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삼창 본사를 찾았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에 이어 점심 식사까지 같이하면서 지켜본 김 평가사의 모습에서 연륜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은퇴를 앞두고 노후를 걱정하는 게 다반사인 요즘 세태와 달리 김 평가사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말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그리고 현업에 종사하는 날까지 이제는 좀 더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능력 있는 감정평가사라면 일 처리는 당연히 완벽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매뉴얼대로 혹은 다른 감정평가사들이 다 하는 대로 한다면 뭔가 부족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평가사가 말한 부족한 ‘2%’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그와 인터뷰하는 동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오랫동안 현업에 있으면서 감정평가사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전문성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고객의 효자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죠.
 
이는 ‘고객의 일이 곧 나의 일’이란 생각을 갖고 고객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쏟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관심과 관찰을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그건 바로 고객과의 성실한 인간관계입니다.
 
직업의 특성상 주요 고객이 일선 정비사업조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합, 특히 (조합) 집행부와 성실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합은 엄격한 도덕성과 높은 인성 즉 성실한 인간관계를 요구하나 만날 때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하면 현장에 대한 감각도 잃게 되고 고객과의 스킨십이 줄게 돼 앞서 말한 인간관계 형성은 더 요원해지죠. 이를 절충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합니다.
 
 

#.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일선 조합에서 가장 가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해관계자가 많은 데다 주인도 많은 만큼 조합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꼽자면 ▲도급제와 지분제 방식의 문제 ▲수익성 분석에 있어서의 문제 ▲종전자산평가와 법인세 문제 ▲종후자산평가와 부가가치세 문제 등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선 조합에서 종전자산평가의 높고 낮음에 대하여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은 정비사업에서 창출되는 개발 이익을 배분하는 비율에 불과합니다.(비례율에 따라 조정됨) 오히려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은 종전자산평가 평균 단가의 높고 낮음보다 조합원별 평가액 단가의 편차와 균형이 적정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면?
 
정비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곧 일반분양을 최대화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일반분양 수입에 따라 해당 사업의 수익이 좌우되며 이것이 많고 적음에 따라 조합원별 부담(금)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일반분양 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분양가를 산정해 미분양을 줄여야 하고, 조합원 간 자발적인 커뮤니티 조성을 통해 해당 단지의 평판을 높이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실제 향(香) 내뿜는 매화 같은 사람 되고 싶다”

 
김경식 평가사는 인터뷰 내내 성실과 근면, 약속과 의리 등의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지난 수십 년간 현업에 종사하면서 뼛속들이 새기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을 고객과의 관계에서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평가사는 아침마다 피트니스클럽에서 2시간가량 운동을 한다고 한다. 또 매일 아침 국선을 통해 정신을 가다듬은 지도 벌써 10년이 다 돼 간다.
 
 
 

#.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색깔 있는 감정평가사가 됐으면 합니다. 나 자신을 브랜드화(化)하고 차별화를 통해 남다른 경쟁력을 가져야 하죠. 그것이 전문성 못지않은 전문가로서의 기본 자질이 되고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제 자신도 그런 선배이자 감정평가사로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 ‘마무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듯하다. 어떤 존재로 남고 싶나?
 
무엇보다 향(香)이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주변 사람들과 편안히 얘기하고 자주 만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죠.
 
그림 속 매화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것에는 향이 없습니다. 매화가 내뿜는 그윽한 향은 비바람을 맞아 가며 삶과 부대낀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제껏 최대한 이에 부응하며 살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후배들도 책상에만 앉아서, 혹은 고객과 사무적인 관계만 맺은 채 시간을 보내 그림 속 매화가 되지 말고 실제 꽃피운 매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