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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추진위 승인前 경쟁 허용 당연”: 관악구 S재개발 추진위 승인 무효 판결서 인정; 2010.12.27 21:10 입력 | 2010.12.27 23:07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5일 동의서 제공 신청 반려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2009구합47392)의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 중 동의서 제공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원고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이유 있다며 인용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 서울 관악구청장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인 신림4정비예정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대해 행한 승인 처분은 무효가 됐다. 
 
참가인 추진위 승인 처분이 무효가 된 것은 재판부가 ‘해당 추진위에 대한 처분이 재정비촉진구역(이하 재촉구역) 지정ㆍ고시 전에 이뤄진 것으로, 승인 당시 이미 뉴타운 사업에 따른 구역지정 변경이 예상되고 있었던 만큼 그 하자가 명백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참가인 추진위가 설립 승인 신청 시 제출한 동의서 중 상당수가 추진위 설립 동의서가 갖춰야 할 본질적인 내용이 결여된 상태라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참가인 추진위에 대한 승인 처분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재촉구역에 이미 승인받은 추진위가 존재함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거부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추진위 설립 당시 동의서상의 하자를 문제 삼아 그 승인 처분을 무효로 한 것만 보면 이 사건은 과거 비슷한 결론을 내린 판례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판결에는 ‘1개의 정비구역 내에서 승인된 추진위가 없다면 이를 구성하려는 다수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원칙이 담겨 있다. 
 
◆ 처분의 경위 =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이 사건은 1개 정비구역 내에 기존 승인 추진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2의 추진위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자 관할 구청(장)이 이에 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된 사례다. 
 
분쟁은 해당 구청장이 기존 추진위(참가인)에 변경 승인 신청을 요구했으나 기존 추진위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해당 추진위원 등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확대됐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장이 지난 2004년 6월 관악구 신림동 일대 12만여 ㎡를 ‘신림4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고시 제2001-204호’라고 할 수 있다. 
 
참가인인 재개발 추진위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1311명 중 685명의 동의(52.25%)를 얻었음을 전제로 하여 서울 관악구청장에게 추진위 승인 신청을 했고 관악구청장은 그해 6월 이에 대한 설립 승인을 내줬다. 
 
1년 뒤인 2005년 12월, 서울시장은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 고시(제2005-405호)를 통해 신림4정비예정구역을 포함한 관악구 신림동 일대 53만7100㎡를 신림뉴타운으로 지정ㆍ고시했다. 
 
서울시장은 이어 지난 2006년 10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재촉법)’ 부칙 제2조의 특례에 따라 위 신림뉴타운을 신림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촉지구)로 지정ㆍ고시(서울시 고시 제2006-357호)했다. 
 
2008년 4월에는 지구 면적이 소폭 축소됨에 따라 신림재촉지구 내 신림4정비예정구역 등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예정구역의 면적 등이 확대되거나 정비예정구역이 신설 또는 위와 같이 변경된 정비예정구역은 재촉법상 재촉구역으로 신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 재촉계획에 따르면 신림재촉지구 중 신림4정비예정구역을 포함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23만3000여 ㎡는 신림1재촉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시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원고 송 모 씨를 포함한 이 사건 재촉구역 내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은 참가인 추진위와 별도로 이 사건 재촉구역에서 별도의 추진위를 만들기 위해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침내 지난 2008년 10월 주민 총회를 개최, 이 사건 재촉구역에 관한 추진위 임원 선임 등에 대한 결의까지 마쳤다. 이에 지난해 1월 원고 등은 피고에게 추진위 변경 승인 신청을 했으나 이후 신청이 모두 반려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관악구청(장)은 이후 참가인 추진위에게 이 사건 재촉구역에 대한 추진위 변경 승인을 신청할 것을 3차례에 걸쳐 행정지도(行政指導) 했으나 참가인 추진위는 이러한 행정지도가 정한 기한 내에 변경 승인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구청 측은 지난해 9월 이 사건 재촉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신림1구역 추진위 변경 구성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당시 구청 측은 ▲1개의 정비구역에는 1개의 추진위만 승인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재촉구역에서는 기존에 승인된 추진위인 참가인 추진위가 추가된 구역이 포함된 이 사건 재촉구역의 추진위로 변경 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점과 ▲참가인 추진위는 추진위원에 결원이 있고 임기가 만료됐으므로 신림4정비예정구역의 주민들의 총회를 거쳐 참가인 추진위의 추진위원과 임원 등을 새로 선출해 승인을 받은 후 이 사건 재촉구역 중 신림4정비예정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을 추진위원으로 추가 선임한 뒤 이 사건 정비구역의 추진위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 점 등을 설명했다.
 
제반 절차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시간을 부여했다고 판단해서인지 피고 구청은 지난해 9월 18일, 참가인 추진위의 추진위원 전원에 대해 ▲추진위 변경에 관한 통보 사항이나 행정지도 등을 이행하지 않은 점 ▲추진위원 임기 만료 후 위원의 연임ㆍ선임 등을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에 원고 등은 같은 해 10월 피고에 대해 연번이 부여된 추진위 설립 동의서를 제공해 줄 것을 신청했다. 하지만 피고는 일주일 뒤 “이미 승인된 추진위가 현재 추진위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거부했다. 
 
이후 권 모 씨 등은 참가인 추진위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참가인 추진위를 이 사건 재촉구역의 추진위로 변경 승인하기 위해서 지난 4월 신림4정비예정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만으로 총회를 개최, 참가인 추진위의 임원 및 추진위원을 선임했다. 
 
이를 승인한 피고는 참가인 추진위로부터 이 사건 재촉구역의 추진위 구성을 위한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를 제공해 달라는 신청을 받고 이를 발급해 줬다. 
 
한편 참가인 추진위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원고 등을 상대로 해 “참가인 추진위가 징구하는 추진위 변경 승인 동의서와 별도로 추진위 설립 동의서를 징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그해 9월 기각됐다. 
 
◆ “승인 처분 전에는 추진위 설립 위한 자유로운 경쟁 가능” = 참가인 추진위와 별도의 추진위를 설립하려던 원고 등은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인지 피고가 참가인 추진위 측에 발급한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동의서 발급은) 참가인 추진위에 대한 승인 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것으로서 근거가 없는 데다 참가인 추진위가 이를 이용해 이 사건 재촉구역의 추진위로 변경 승인되는 경우 자신들에게 이 사건 구역에 추진위를 설립할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 회복 불가능한 권익 침해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승인 처분은 무효라고 할 것이나 참가인 추진위가 이 사건 재촉구역의 추진위로서의 적법 요건을 갖춰 새롭게 승인 처분을 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효하게 승인받은 추진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단계에서는 추진위 구성을 위한 활동은 자유롭게 허용돼야 하는 것이며 비록 참가인 추진위가 적법하게 승인을 받게 된다면 원고로서는 추진위 승인을 받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해도 참가인 추진위가 승인을 받기 위해 동의서를 징구하는 행위 자체는 원고 등이 추진하려고 하는 다른 추진위의 동의서 징구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며 “원고가 현재 연번을 부여한 동의서 양식을 제공받지 못함에 따라 동의서 양식을 제공받은 참가인 추진위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연번을 부여한 동의서 양식 제공을 거부당함에 의해 발생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가 참가인 추진위에게 동의서 양식을 제공한 행위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의 참가인 추진위에 대한 이 사건 동의서 제공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동의서 발급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설령 이 부분 소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추진위 승인을 위해 동의서를 징구하는 행위는 다른 추진위의 동의서 징구와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서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며 “이 사건 동의서 제공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