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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딱지 매입자는 매입금 반환청구 할 수 없다”: 수원지법 “적법한 입주권자가 아니다”…원고의 이례적 거래행태에 ‘과실’ 인정; 2010.07.20 13:39 입력 | 2012.02.05 11:26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이른바 ‘물딱지’를 매입하기 위해 매입가액의 일부를 송금한 뒤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자 이를 부당이득이라며 반환을 청구한 소송(2009가단7876)에서 원고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입주 권리를 얻은 것이 아니므로 그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물딱지’란 분양자 중 탈퇴자가 발생하는 경우 정당한 수분양자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그 분양분을 충당할 목적으로 조합원 자격이나 입주 조건 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시행자가 일반인들에게 입주 권리를 파는 것을 말한다.
 
수원지방법원(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17일 최 모 씨(65ㆍ여)가 피고인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한 선고에서 “원고는 피고의 조합장이 적법하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장의 적법한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청구 원인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조합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직무에 관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사단은 민법의 유추 적용에 의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피고의 대표자인 조합장 김 모 씨가 조합원 분양분을 분양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허위의 확인서 등을 교부하면서 분양 대금을 편취한 행위를 피고의 직무에 관한 행위로 본 것이다.
 
하지만 피고는 “원고는 김 조합장의 사기 분양 행위가 그의 직무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님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비법인사단의 경우 대표자의 행위가 직무에 관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 경우 비법인사단에게 손해배상책임(損害賠償責任)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대표자의 행위가 그 직무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직무 권한 내 행위라고 여김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注意義務)에 현저히 위반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항변에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분양분과 일반분양분이 상존하는데 전자를 분양받으려면 관련 규정에 따른 조합원 자격을 갖춘 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
 
▲원고가 황 씨의 말만 듣고 그에게 성격조차 불분명한 2000만 원을 포함한 2500만 원을 교부하고 피고 조합이나 김 조합장도 아닌 제3자 명의의 계좌로 7500만 원을 송금한 점
 
▲원고가 분양 대금 중 일부를 먼저 지급한 뒤 약 1년 6개월가량 지난 2007년 7월께 김 조합장과 분양 계약서를 작성한 점
 
▲원고가 받은 분양 계약서에 그 대금을 계약서에 명시된 D산업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지 않는 경우 대금 납부가 일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통상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분양 대금 1억3640만 원을 납부한 점
 
▲원고가 김 조합장으로부터 받은 확인서에는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관한 내용’까지 기재돼 있던 점 등이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이 사건에서 나타난 원고의 이례적인 거래 형태에는 김 조합장이 ‘물딱지’를 유통시키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지었다.
 

◆ 사건 관련규정을 살펴보면
이번 판결을 보다 잘 이해하려면 관련 규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합이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주택을 조합원에게 공급하고 남은 주택이 20호 또는 20가구 미만인 경우에 한해 ‘임의분양’ 방식에 의해 분양자를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은 20가구를 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분양이 불가능하다.
 
또한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가입하게 할 수 없다. 다만 조합원 추가 모집 승인을 받은 경우나 조합원이 무자격자로 되는 경우, 조합원 탈퇴 등으로 그 수가 일정 미만이 되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조합원 교체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주택법 시행령에 의한 무주택 요건 및 거주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피고 조합의 규약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규정돼 있다.
 
먼저 조합원 자격에 대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6개월 전부터 조합 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60㎡ 미만의 주택을 소유한 자(세대주 및 세대원 포함 1가구) 또는 소유하지 아니한 자’로 정하고 있다. 배우자의 경우에는 ‘세대별 주민등록등본상의 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호적등본을 확인해 무주택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자격 요건은 관계 법령에 따라 입주 가능일까지 유지돼야 조합원 자격이 계속 유지된다’고 돼 있다. 위 경우 반드시 세대주여야만 조합원 자격을 잃지 않는다.
 
조합원 신규 가입 및 교체에 관해서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구성원을 교체하거나 신규 가입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아래 사유로 인한 결원 발생의 범위 내에서 충원하는 경우에는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래 사유에는 ▲조합원의 사망 ▲조합원의 해외 이주 또는 2년 이상 해외 거주를 하게 되는 경우 ▲이혼으로 인해 조합원 지위를 배우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전용면적 60㎡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게 돼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 ▲조합원이 무자격자로 판명돼 자격을 잃는 경우 ▲분양권을 전매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 안양 B동 D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이 사건의 피고는 지난 2003년 12월 경기 안양시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B조합)으로, 2006년 9월 조합원 수 282명으로 해 변경인가까지 받았다.
 
B조합의 조합장 김 모 씨는 A사(社)의 재무부장 출신이며, A사는 피고의 시행 대행사로서 지난 2005년 11월 피고와 D산업을 공동 사업 주체로 하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피고는 같은 해 12월 D산업과 도급계약을 체결, 안양시 동안구 B동 D아파트 착공에 돌입했다. 이어 이듬해 9월 조합원분양분에 대한 동ㆍ호수 추첨을 실시했고 비슷한 시기에 일반분양분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일반분양자를 모집했다. 그해 11월 총 204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분은 100% 분양됐다.
 
원고인 최 모 씨는 지난 2005년 12월 황 모 씨로부터 32평형(106㎡)을 3억1650만 원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소개받아 2000만 원(최 씨는 준비서면을 통해 조합 가입비라 주장함)과 함께 대금 중 일부인 8000만 원을 지급했다. 위 합계액인 1억 원 중 2500만 원은 황 씨에게, 7500만 원은 채 모 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됐다.
 
한편 최 씨는 이 사건 아파트의 일반분양 이후 조합원 교체 및 임의분양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 임의분양이 불투명할 시 분양 대금으로 납부한 원금에 대해 환불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도 받았다.
 
2년 뒤인 2007년 7월 최 씨는 김 조합장과 피고 명의로 아파트 105동 302호에 대한 분양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도금 중 1억3640만 원에 대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해 이 차용금으로 위 돈을 납부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 후 최 씨는 나머지 중도금 및 잔금 명목으로 1억10만 원을 3회에 걸쳐 D산업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던 A사가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사의 대표였던 김 모 씨와 이 회사의 재무부장이자 B조합의 조합장인 김 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권을 할인 판매한다고 해 매수자를 모은 뒤 피고 명의의 각종 확인서 등을 발급하고 분양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분양 대금을 편취한 것이다.
 
결국 입주(2008년 10월) 직전인 지난 2008년 8월, 입주 예정자들 중 일부가 자신들이 분양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김 조합장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러한 위법행위의 전모가 드러났다.
 
안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B조합의 조합장 김 모 씨는 조합 아파트를 비조합원 수십 명에게 이중으로 분양해 분양 대금 210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수사 결과 김 조합장은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B조합 아파트 분양권을 비조합원인 원고 최 씨 등 70여 명에게 이중으로 매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 조합장은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고 그에 따르면 자신은 착복한 금액 중 일부만 가졌고 대부분은 A사가 S건설과 공동 추진 중인 사업의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공사인 D산업이 중도금을 회사 명의의 통장으로 받아 놓고도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발뺌하자 피해자들은 ‘D아파트 입주피해자대책회의’를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기소된 김 조합장은 지난해 6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역시 자신이 계약한 아파트에 정상적인 수분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분양받지 못했고, 결국 자신이 입금한 돈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