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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사직주공 재건축단지 일조권 침해 인정: 2010.08.17 18:13 입력 | 2012.02.05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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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받던 주민 10여 명이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청주지방법원 민사 제12부는 지난달 21일 사직주공 재건축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박 모 씨 등 15명이 “일조권을 침해당해 집값이 떨어졌다”며 재건축 조합과 시공자인 L건설, D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2009가합621 손해배상)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같은 달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축 공사의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일조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급인도 일조 방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급인이 스스로 또는 도급인과 서로 의사를 같이해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당해 건물이 건축 법규에 위반됐고 그로 인해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게 된다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모른 채 건물을 건축하는 경우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들이 단순히 수급인으로서 아파트를 신축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피고 조합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사업의) 비용을 상당 부분 제공하고 나아가 공사비를 자신의 비용으로 충당하는 등 해당 아파트의 신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재판부는 “피고 회사들은 이 사건 재건축의 사업계획 등에 관해 협의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다”면서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조합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했고 따라서 피고 회사들은 해당 아파트의 신축으로 일조권이 침해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 씨 등 15명은 “거주지 인근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ㆍ조망권ㆍ사생활 침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로 인해 소유한 주택의 시가가 떨어지고 난방비, 조명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으므로 피고들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일조권 침해의 기준 ‘수인한도’ 초과 여부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일조권 침해에 대해 대법원 판례(2007. 9. 7 선고 2005다72485, 2004. 9.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등)를 참조해 그 침해 기준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물의 신축으로 인해 그 이웃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것이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려면 그 일조 방해의 정도가 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가해 건물의 용도, 토지 이용의 선후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연속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고,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 방해는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동짓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해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이 확보되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통념상 참아야 하지만 일부 원고의 경우 일조 방해가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판결했다.
 

◆ 일조방해 배상액은 (시가 하락분+추가비용)×0.8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했지만 배상액 등의 책임 및 그 범위에는 어느 정도 제한을 뒀다.
 
특히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될 무렵이나 진행될 때 집을 산 원고들에 대해서는 “거주 기간이 짧아 법적 보호를 받을 만한 이익이 형성됐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조 방해가 있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소유한 주택의 시가 하락분 상당액과 이 사건 아파트 신축 후 주거 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원고 등이 부담하게 될 추가적인 비용(난방비+조명비+건조비+제경비) 상당액”이라고 명시했다.
 
손해배상책임은 시가 하락분 및 추가 비용 합계액의 80%로 제한하면서 그 이유로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 신축 공사 이전에도 아파트 단지가 존재했던 점 ▲신축 공사 이전부터 원고들의 주택 중 상당 부분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었던 점 ▲민법상 토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이웃 거주자도 그러한 사태가 토지의 통상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는 점 등을 꼽았다.
 

◆ 조망권ㆍ사생활 침해로 인한 배상은 “책임 없다”
한편 원고들이 조망권 및 사생활 침해로 인한 책임을 물은 것은 모두 기각됐다.
 
먼저 조망권 침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택은 일반주거지역에 건축된 주거용 주택일 뿐 특별히 조망 이익의 향유를 목적으로 건축되고 그 경관이나 조망이 객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등의 장소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조망 이익이 원칙적으로 특정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같은 조망 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해 그곳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에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07. 9. 7 선고 2005다72485 판결, 2004. 9.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 시 재판부는 “어떤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 이익이 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돼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그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조망 이익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인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어 위법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신축 후 이 모 씨 등이 소유한 주택은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외려 감소했고 나머지 주택도 침해의 증가 정도가 미미한 수준”이라며 “신축 아파트와 원고들의 주택 사이에는 왕복 2차로의 도로가 있어 확실히 구분돼 있고 이격 거리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 역시 건물의 신축으로 그 이웃 토지에 거주하는 자가 사생활 침해의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 신축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정도가 통념상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4. 9.13 선고 2003다61602 판결)를 참조한 것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