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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매몰비용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 2012.08.29 19:05 입력 | 2012.09.18 18:11 수정

송윤창 기자 rknews@daum.net

서울시․정비업계 모두 대안부재에 골머리 ↑
주민:서울시, 5:5 or 7:3? 어렵다 어려워~
출구전략, 매몰비용 보다 정상화방안이 우선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 해법을 마련한다며 마련한 공청회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무산됐다.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개발이익 실현에 실패한 사업자금을 갚아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일부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면으로 시민의견을 수렴해 매몰비용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사업추진을 위해 업체와 추진위․조합이 써버린 돈)을 시 예산으로 보전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다. 일부 주민과 용역업체들이 개발이익을 노리고 투자한 사업비를 국민 전체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뉴타운․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무늬만 공공사업이었지, 사실상 민간사업형태로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2002년부터 시작된 ‘뉴타운 붐’으로, 지분쪼개기 등 개발이익을 노린 무리한 투자가 이어졌고, 이로 인한 부동산가격 폭등이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려 하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서울시가 세금으로 보전하려고하는 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의 정확한 실체를 알아보고, 보전의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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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몰비용의 실체는?
올해 1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면서, 출구전략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에 앞서 이미 투입된 사업비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러한 기투입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불렀고, 매몰비용의 처리문제가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핵심과제가 됐다. 
 
문제는 매몰비용의 실체다. 뉴타운․정비사업이 무늬만 공공사업이었지, 사실상 민간사업으로 진행되면서, 업체들의 정비사업비에 대한 투자가 공공성보다는 개발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원칙 없이 무리하게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각 사업장마다 투입된 정비사업비를 측정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 기준이 없다보니, 각 구역별로 주장하는 매몰비용의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추정되는 매몰비용의 항목들을 보면, ‘추진위․조합설립동의서 징구비용(속칭 O/S비용)’, ‘각종 총회비용’, ‘정비계획수립 등 각종 업체용역비용’, ‘추진위 운영비용’ 정도다. 문제는 항목은 분명한데, 지출비용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보니, 구역별로 주장하는 비용의 차이가 너무 크다. 또 추진위단계와 조합설립 이후단계의 비용의 차이 역시 너무 크다.
 
거기에 구역별로 썼다고 주장하는 비용의 액수가 합리적인 것인지를 판단할 기준도 없다. 추진위나 조합들의 결산보고서를 참고해보면, 사업추진단계나 토지등소유자의 수, 사업면적, 주변의 객관적인 조건이 비슷한 구역인데도 사업비의 지출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들의 용역비용 역시 기준이 없다보니, 구역별로 차이가 크다.
 
그래서 문제다.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추진위단계의 매몰비용과, 수십억에서 100억 가까이로 추정되는 조합설립 후의 사업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명분도 없다. 서울시가 매몰비용의 보전방안 마련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매몰비용의 정확한 규모에 대한 파악과, 지원이 필요한 매몰비용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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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문제는 이렇게 기준도 없고, 내용도 엉터리인 소위 ‘매몰비용’을 누가, 얼마씩 부담해야 하느냐를 정하는 것이다. 현재 국토부는 근거가 없다며 매몰비용의 부담을 거부한 상태다. 대선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이 공약을 남발할 수도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뉴타운 등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을 보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각 주체별로 ‘매몰비용’을 분담할 기준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추진위나 조합, 정비업체 등 용역업체, 시공자, 서울시가 매몰비용을 얼마씩, 어떤 기준으로 부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에 시민공청회가 무산된 것도 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서다. 시민들은 개발이익에 대한 실패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비용분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진위나 조합이 빌려 쓴 돈을 추진위원회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들이나 조합원들이 갚아야 하는데, 대부분이 서민인 재개발지역 주민의 경우, 돈을 낼 능력도 없고, 아예 돈을 갚을 의사도 없다. 결국 업체는 추진위나 연대보증을 한 조합의 임원들을 상대로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현재까지는 추진위나 조합이 해산될 경우, ‘연대보증 한 조합임원’, ‘추진위나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 ‘추진위나 조합의 해산에 동의한 자’, ‘인허가주체인 공공’ 등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비)법인사단의 지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진위나 조합 외에 별도로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과, 총회결의가 아닌 일부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의 동의만으로 추진위나 조합의 해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개인에게 매몰비용의 책임을 지우게 될 경우 발생할 엄청난 혼란과 사회적비용도 논란거리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정 수 이상의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주민총회나 조합원총회에서 추진위 또는 조합해산을 결정하도록 하고, 총회에서 매몰비용에 대한 처리를 합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간 갈등이 원인이 되어 추진위나 조합의 해산까지 이르게 되는 현실에서는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이 아니라, 매몰비용에 대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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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흥적인 서울시가 문제
현재 서울시는 뉴타운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라 해산하는 추진위원회의 매몰비용 중에서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증빙이 불가능한 운영비, 업무추진비를 제외한 동의서징구비용, 용역업체선정비용 등 법정경비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증빙 외에는 서울시가 타당성을 입증할 기준이 없다. 매몰비용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기준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비율을 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비의 중요도와, 투입금액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원비율만 정하면, 업체들은 지원비율에 따라 지원금을 배분하라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서울시가 지원한 금액을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할지에 대하여, 추진위나 조합이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시가 결정할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채 지원금만 나가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급순위 등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 역시 복잡하다. 사업주체 간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용을 정산하고,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하기 위한 비용도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또 매몰비용의 배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러 가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소송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매몰비용의 산정기준도 없고, 금액의 타당성에 대한 조사도 없이 지원방안부터 고민하는 서울시의 즉흥적인 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건설사가 대여금을 손실 처리하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관급공사 입찰에서 건설사에 가산점을 주거나 추후 정비사업 재추진 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는 조합이 설립된 구역에 한정된 것으로, 추진위단계나, 조합은 설립됐으나 시공자를 선정하지 않은 대부분의 분쟁사업장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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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정상화 전략이 필요
섣부른 출구전략이 오히려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업을 정상화시킬 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정비구역해제나 추진위․조합해산 쪽에 무게를 두면서,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도시정비사업 전반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무리한 뉴타운․도시정비사업 추진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오히려 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매몰비용을, 서울시가 보전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너무 섣불리 심어주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때문에 뉴타운․재개발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이 추진위나 조합의 해산을 너무 쉽게 생각하게 했다는 것. 특히 토지등소유자나 업체 모두 개발이익을 예상하고 투입했거나 사용한 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타운․재개발사업 실패의 원인이 정치권이나 공공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미 시작된 사업을 너무나 쉽게 접도록 하는 것 역시 문제가 크다. 2008년 뉴타운 공약으로 수많은 타운돌이를 양산한 구한나라당의 정책만큼이나, 지금 서울시가 논의하고 있는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이 나쁜 정책이 될 가능성도 크다. 포퓰리즘에 따른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에 앞서 사업정상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매몰비용을 논의하기 전에, 갈등의 원인인 사업성저하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법․제도상 가능한 방법을 찾는 등 사업정상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