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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10구역, 시공사 선정기준 ‘잡음’: 2010.02.09 15:20 입력 | 2010.02.15 14:48 수정

수원 팔달10구역, 시공사 선정기준 ‘잡음’
긴급 이사회서 선정방법ㆍ입찰기준 의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원 간 분쟁이 발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합 측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방법과 입찰 기준 등을 ‘의결’하는 등의 불법적인 ‘월권’을 통해 대의원회를 무력화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팔달10구역(115-9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벌어진 일로, 이곳이 수원 재개발의 ‘롤모델(role model)’ 지역으로 통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팔달10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곳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은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2일 인계동에서 만난 조합원 이 모 씨 등은 “조합이 일요일 저녁에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방법 등을 의결했다”면서 “이는 대의원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것이며 불법적인 월권을 통해 특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오후에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는 시공사를 ▲도급순위 1~30위 업체 중 ▲비상장회사를 제외한 회사를 ▲지명경쟁입찰의 방식과 ▲컨소시엄 형태로 선정하는 내용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같은 달 27일에 열린 대의원회에서는 위 내용 모두가 그대로 의결됐고, ▲입찰보증금 80억 원을 입찰 마감 전까지 납부한 업체를 뽑되 ▲속칭 비상대책위원회에 동조한 업체는 제외시킨다는 내용도 함께 의결됐다는 전언이다.
 
조합 측은 도급순위를 30위까지 넓게 잡은 이유에 대해 “보다 많은 업체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지명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한 데 대해서는 “일반경쟁입찰은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해 구역을 어지럽힐 공산이 크고, 제한경쟁입찰은 5개 이상의 회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므로 유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 데 대해서는 “대단지라 단독으로 참여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 이 모 씨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며 반박했다. 그는 “우리 구역보다 큰 인근 111-1구역도 1개 업체가 단독으로 수주했다”면서 “도급순위 30위까지 참여하게 하면서 다수 업체가 난립한다는 이유로 지명경쟁입찰을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비상장사를 배제한 데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이상 조합원들로서는 특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조합의 꼼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합원 김 모 씨는 “벌써부터 G건설 등 3개 업체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최근 벌어진 조합 측의 무리수는 이러한 소문을 사실처럼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긴급 이사회가 소집된 뒤 벌어진 일련의 과정이 조합 측과 결탁한 특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정상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첫째, ▲이사회는 조합 정관과 관계 법령 등이 규정한 대로 대의원회의 또는 주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심의하는 기관인데도 ‘의결’했다. 이는 명백히 월권이다. 둘째, ▲이사회 직후 OS요원이 돌아다니면서 대의원들로부터 서면결의서를 걷은 것은 사전 작업이 없이 진행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셋째, ▲지난달 27일 열린 대의원회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을 다루기 위한 회의로, 안건의 상정 여부를 미리 밝힌 뒤 의결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 또 정관상 긴급한 사유를 다루기 위한 소집은 소집일 3일 전에 통보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 2일 전에 통보받은 대의원이 있다. 넷째, ▲시공사 선정 기준 등에 ‘시공사의 선정은 대의원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한 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서면결의서로 대체됐다. 이는 기준에 위배되는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이날 대의원회의 성원은 미달됐다.
 
이 씨 등은 자신들도 조합원이기 때문에 현 집행부의 해임 등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거수기로 전락한 대의원회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위와 같은) 절차상의 하자가 명백한 만큼 지난달 27일에 열렸던 대의원회의는 무효”이며 “새로운 대의원회의를 열어 자유로운 경쟁입찰 등을 골자로 하는 시공사 선정 방법을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씨 등이 속한 ‘좋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 모임’ 측은 이러한 사안들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서명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이를 통해 ‘제한 요건 없는,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