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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 공공·기업·주민의 탐욕이 불러온 참사: 2013.03.14 16:09 입력 | 2013.03.14 16:15 수정

by 송윤창 rknews@daum.net

[도시재생신문]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리던 31조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용산사업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자산담보부어음(ABCP) 이자 52억 원을 13일 오전 9시까지 갚지 못해서다. 채무불이행이 되면 대출액 2조4000억 원(ABCP1조1000억+ABS1조3000억)원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돼 이를 상환해야 한다. ABCP는 3개월간 상환 유예기간이 적용돼 6월 12일까지 갚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응방안도 없고,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사업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공공, 민간, 주민의 과도한 탐욕이 불러 온 재앙이다. 참여주체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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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욕심이 불러 온 ‘대 재앙’, 현재 상황은?
용산역세권개발은 전날 대한토지신탁과 우정사업본부 부당이득 배상금 257억 원 중 코레일이 지급보증 한 64억 원을 돌려받아 52억 원을 상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지급보증 등을 놓고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갈등이 재현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코레일은 민간출자자들이 지분만큼 지급 보증을 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간출자자 측은 코레일이 지급보증 범위 변경과 우선 변제 확약서 제공 등을 요구하면서 지급보증 확약서를 제공하지 않는 등 채무불이행을 고의로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부도를 염두에 둔 방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하지만 대주주간 갈등이 계속돼 사업이 최종부도 처리되면 우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출자자들이 낸 자본금 1조 원과 1차 전환사채(CB) 1500억 원은 증발된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출자자의 부도, 구조조정, 자본잠식 등도 점쳐진다. 이 외에도 토지에 대한 코레일 보증으로 조달한 2조4167억 원, 코레일 랜드마크 계약금 4161억 원 등을 포함한 4조208억 원이 공중분해 되게 생겼다.
 
지금까지 지출된 돈은 토지대금 2조9271억 원과 연체이자 1200억 원 등 코레일에 지급된 3조471억 원과 토지매입 세금과 취득세 등 부대비용 3037억 원, 자본시장 금융조달 비용 3409억 원, 기본설계비 1060억 원, AMC 운영·홍보·용역비 1195억 원 등 9737억 원 등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이중 돌려받기 힘든 매몰비용만 9737억 원이다.
 
발등의 불은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떨어졌다. 1대 주주(25%)인 코레일은 반환해야 하는 토지대금 3조 원, 지급보증 2조4000억 원 등 총 5조 원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2조7000억 원을 반영해도 총 자본금 8조 원 중 2조5000억 원이 잠식된다. 2대주주(15.1%)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의 32%에 달하는 1748억 원을 용산 사업에 쏟아 부었다. 회사존립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외에도 출자자인 KB자산운용(국민연금 위탁자금), 미레에셋, SH공사, 우리은행, KT&G,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도 150억~1000억 원대 손실을 입게 된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보험사들도 불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푸르덴셜생명이 770억 원, 삼성생명이 300억 원 그리고 삼성화재가 95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로 2007년 사업지구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현재 서부이촌동 주민 2298가구 중 절반이 넘는 1250가구가 가구당 평균 3억4000만 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엄청난 규모의 소송전이 예고돼 있다. 정치적 판단과 출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 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업주체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총체적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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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이 불러 온 막장드라마, 누가 책임지나?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부는 일치감치 개입하지 않기로 선을 그었다. 이자를 갚지 못하면, 사업 부도로 구역 지정 해제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시개발법상 개발구역 지정 후 3년 내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해야 한다. 용산 사업은 2010년 4월 22일에 지정돼 다음달 21일까지 서울시에 인가 접수를 하지 않으면 자동 해제된다. 
 
문제는 책임이다. 일각에서 극적 타협을 통한 회생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부도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문제는 생겼는데,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향후 출자자간, 주민과의 대규모 소송전도 예고돼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용산사업이 끝내 파국을 맞은 데는 부동산 불황이나 투자유치 실패 같은 외부 요소뿐만 아니라 핵심 참여 업체 수장들 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도 단단히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롯데관광개발, 용산역세권개발AMC, 삼성물산 등 대주주 및 주요협력사 수장 간의 감정싸움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것. 결국 모두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와 서울시의 무관심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사업구도가 복잡해지고 사업성이 나빠진 데는 오세훈 시장 시절 기존 코레일 소유 철도용지에 서부이촌동을 얹어 통합개발하기로 결정한 게 결정타였다는 주장이다. 서부이촌동이 개발용지에 편입되면서 주민제안, 수용동의서를 징구하는 데만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일단 일은 터졌고, 이 상태에서 사업을 더 끌고 가는 것은 섶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행위다. 용산개발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수면위로 올랐고,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더 이상의 돌려막기 식 투자는 안 된다. 포기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책임이다. 그런데 이번만은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