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신길12구역, 시공사 금품 로비 딱 걸렸다?

신길12구역, 시공사 금품 로비 딱 걸렸다?: 2010.02.09 15:22 입력 | 2010.02.10 15:31 수정

신길12구역, 시공사 금품 로비 딱 걸렸다?
반대파, “주민총회 앞두고 무차별 살포”
조합, “검찰 조사서 ‘무혐의’ 처리”

 
뉴타운 사업의 시공사에 선정되기 위해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서울시 영등포구의 신길뉴타운 내 제12구역(이하 신길12구역ㆍ신길동 347-246번지)으로, 이곳에서는 지난 2003년 초 L건설 등이 주민들에게 가전제품 등을 선물로 제공하고 ‘모델하우스를 구경시켜 준다’면서 식사를 제공하는 등 광범위한 ‘로비(lobby)’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시공사가 고용한 OS요원들이 주민들에게 선물을 주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면서 “현재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및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설립이 무효’라며 대립 중인데 그 이면에 시공사의 막대한 선물 공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월 22일 신길동의 모처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 당시 추진위 총무였던 김 모 씨(69ㆍ현 조합 총무이사)는 “5월 한 달 동안 두 시공업체(L건설과 I건설)가 들어와서 잘 먹고 잘 놀았다”면서 “뷔페도 먹고 모델하우스 본다고 구경도 많이 하고, 선물도 많이 받고… 잘 놀았으면 되었으니까 이제 공동사업단을 인정해 주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 모 이사는 “시공사가 금품을 살포했다는 내용은 이미 관할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라면서 “반대파는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몇 년 동안 계속 우려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원 강 모 씨(71)가 쓴 자술서에는 L건설 등이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하거나 총회에 참석케 하기 위해 현금을 건넨 것으로 나와 있다. 자술서에서 강 씨는 “지난 2003년 5월, 총회에 가던 차 안에서 OS요원이 차에 타고 있던 6명에게 각각 20만 원씩 줬다”고 말했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시공사의 ‘금품 로비’가 사실로 밝혀지는 셈.
게다가 시공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현금을 지급한 게 한 번에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이 모 씨(53)는 “5월 22일뿐만 아니라 그해 6월 10일에도 통장으로 20만 원이 송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 외에도 또 다른 강 모 씨(76)를 포함해 다수의 조합원들이 당시 L건설로부터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반대파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20만 원 어쩌고저쩌고하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진위ㆍ조합설립인가 효력 놓고 격돌
반대파, “추진위ㆍ조합설립 무효”
조합, “변경승인까지 마쳐 이상無”

 
현재 신길12구역은 전체 조합원 430여 명 가운데 180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속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들어 조합 측과 대립하고 있다. 그들은 “현 조합은 물론 그 이전 단계인 추진위의 설립인가도 무효”라고 주장하며 관할 구청을 상대로 조합 설립 동의서 및 관련 업무에 사용된 인감증명 등의 공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주민 권 모 씨 등은 지난달 27일 조합 설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결의서와 토지대장, 인감증명 등을 열람하기 위해 영등포구청을 찾았다. 이날 오전 구청 3층 ‘구민과 구청장 대화실’에서 만난 권 씨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면서 “오늘 열람하게 될 동의서와 인감증명 등을 일일이 대조해 (조합의) 위법 행위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비업체 직원이 조합 측 대리인으로 참관하려 하자 조합원들이 격렬히 반발했고, 이를 중재하려는 구청 도시관리과 김 모 주임의 표정에는 난감함이 역력했다.
이날 반대파 변호인으로 참관한 법무법인 정평의 심재환 변호사는 “금일 이곳에 온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빙 자료에 대한 적법한 열람 요청을 통해 해당 자료를 확인코자 온 것”이라면서 “이런 자리에 소송 당사자인 조합 측 인사는 물론이거니와 정비업체 직원이 참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씨 등은 “현재까지 추진위 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중에서 자격이 없는 19명, 중복 산정된 12명, 동의를 철회한 14명 등 45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들을 제외하면 설립인가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므로 추진위 설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일 관련 자료를 열람, 대조하면 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조합 측과의 소송에서 유리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는 “반대파가 주장하는 결격 토지등소유자는 우리 구역이 5-2구역이었을 때의 얘기”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금의 12구역으로 변경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에 추진위 설립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진위 설립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합설립인가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철 지난 얘기를 또다시 꺼내 우리 조합원들에게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확인 결과, 신길12구역은 지난 2008년 3월에 현재의 12구역으로 변경승인을 받았다. 당시 동의율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437명 가운데 244명의 찬성으로 55.8%에 달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3조 제2항에는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도시정비법 제13조 제3항은 ‘제2항에 따라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위 45명 중 상당수를 동의율에 포함시켰다면 조합설립인가까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신길12구역의 경우, 추진위 승인 당시 전체 토지등소유자 407명 중 205명(50.4%)의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권 씨 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길12구역은...
신길12구역은 지난 2005년 12월 16일 지정된 제3차 뉴타운지구 중에서 ‘신길지구’에 포함된 곳으로 2007년 11월에 구역지정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8년 3월에 앞서 언급한 추진위 변경승인을 받은 뒤 지난해 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곳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인근의 3ㆍ5ㆍ7ㆍ8ㆍ11구역 등과 함께 신길뉴타운 내에서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빠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