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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의 사임에 따른 조합 정관에 의한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 전영상 대표변호사 한가람 법률사무소; 2011.09.16 11:22 입력 | 2011.09.16 16:04 수정

전영상 변호사 jeonlawyer@hanmail.net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src="/PEG/13161397175097.jpg" align=left>1. 서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조합장 등이 자기를 위한 조합과의 계약이나 소송에 관련된 경우에는 감사가 조합을 대표하고(도시정비법 제22조 제4항),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의 경우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그 밖의 조합장 직무와 관련해서는 조합 임원의 권리ㆍ의무 등에 관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고(도시정비법 제20조 제1항 제6호) 실제 표준 정관을 좇은 대부분의 조합 정관에서는 이른바 국토해양부에서 보급한 표준 정관을 좇아, 조합을 대표하고 조합의 사무를 총괄하며 총회와 대의원회 및 이사회의 의장이 되는 조합장이 유고 등으로 인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조합장 기타 (상근)이사 중에서 연장자순에 의해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조합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이사를 통상 조합장 직무 대행자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조합장 직무 대행자가 대행할 수 있는 직무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는 바 본 글에서는 표준 정관의 규정에 입각해 조합장이 그 임기 중 사임한 경우에 있어서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에 관한 필자의 견해를 개진해 보고자 한다.
 

2. 조합장의 사임에 따른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
 
가. 견해의 대립
조합장이 사임함으로써 조합장 직이 공석인 경우에 있어서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와 관련해서는 조합장 직무 대행자는 현상 유지적인 직무만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과, 본래의 조합장과 같은 직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조합을 대표하고 조합의 사무를 총괄하는 등의 조합장의 직무의 중요성을, 후자는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은 점과 조합장 직이 공석에 따른 사업 수행의 차질 방지의 필요성을 그 근거를 드는 것으로 보인다.
 
나. 판례의 태도
일부 하급심 판결은 “피고의 규약에서는 직무 대행자의 권한에 관해 제한하는 등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바, (중략) 단지 직무 대행자는 위 관리처분 총회를 소집할 뿐인데 총회 소집 권한은 직무 대행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할 뿐”이라거나(서울행정법원 2008. 8. 21. 선고 2007구합6830 판결), “직무 집행 정지 시의 조합장 직무 대행자는 가처분의 잠정성에 비춰 상무에 속한 행위밖에 할 수 없음에 반해 정관에 의한 직무 대행자는 조합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울고등법원 2006. 6. 30.자 2006라222 결정),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에 제한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 
 
필자의 견해
 
(1)우선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임기 만료된 종전 대표자에게 후임자 선임 시까지 업무 수행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임기 만료된 대표자의 업무 수행권은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그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가려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임기 만료 후 후임자가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임기 만료된 대표자의 사무 처리에 대해 유추 적용되는 민법 제691조는 종전 대표자가 임기 만료 후에 수행한 업무를 사후에 개별적ㆍ구체적으로 가려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케 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그로 하여금 장래를 향해 대표자로서의 업무 수행권을 포괄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으므로 법인 아닌 사단의 사원 기타 이해관계인이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의 직무 수행 금지를 소구해 올 경우 민법 제691조만을 근거로 이를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해(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74817 판결 참조)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의 업무 수행권이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임기 만료된 조합장이 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표준 정관 제15조 제5항 참조)은 조합장이 자의로 사임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새로운 임원을 선출해야 하되(표준 정관 제18조 제2항 참조)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결에 따라 그 직무 수행을 정지하지 않는 경우라면 새로운 조합장이 선임ㆍ취임할 때까지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표준 정관 제18조 제4항 참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말하자면 새로운 조합장이 선임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위 대법원 판결처럼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의 업무 수행권이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사임한 조합장의 직무 수행권을 정지시키지 않고 새로운 직무 대행자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한 조합장에게 포괄적인 업무 수행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으며 그리하여 조합장이 사임함에 따라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 의결로써 새로운 직무 대행자를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그 직무 대행자가 사임한 조합장의 업무 수행 권한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에서 본 판례의 태도를 확립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조합장의 사임에 따라 조합 정관에 기초해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결로써 직무 대행자로 선임된 자는 조합장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첫째, 정관에 의한 직무 대행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조합장이 사임한 경우에는 조합장 직이 궐위됐으므로 보궐 선임을 해야 하고 통상 보궐 선임된 조합장의 임기는 전임 조합장의 잔여 임기이므로 조합장 직무 대행자 또한 잠정적인 지위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때문에 그 권한 범위도 현상 유지에 국한된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직무 집행 정지 시의 조합장 직무 대행자는 가처분의 잠정성에 비춰 상무에 속한 행위밖에 할 수 없음에 반해 정관에 의한 직무 대행자는 조합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위 서울고등법원 2006년 6월 30일자 2006라222 결정의 판시 이유는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조합장이 사임한 경우는 조합장 직이 공석인 때에 해당하므로 그 직무 대행자에게 현상 유지적인 직무만을 수행하게 이유나 필요는 없다고 보여진다.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 행사로 인해 위법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사법적 통제와 구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직무 대행자의 직무 수행이 적법한 권한 행사로 평가받는다면 그것은 곧 조합원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법적 상황을 전제로 처음부터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은 없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제1차적으로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는데(헌법 제71조) 대통령이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와는 달리 대통령이 사임하는 등의 사유로 궐위된 때에는 대통령직이 공석이 된 경우이므로 그 대행은 반드시 현상 유지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통설인 바 조합장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셋째, 조합 정관은 조합의 내부 규범으로서 조합 설립 동의 사항의 하나인 바(도시정비법 제26조 제2항 제5호) 정관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들 따라서 조합원들의 의사 또한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해 보인다. 조합원들은 아래에서 살펴볼 것과 같은 맥락에서 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이 조합장의 사임 등의 이유로 지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궁극에 조합의 의사는 조합원총회에서의 의결이라는 조합원들의 총의로써 결정되는 바 그와 같은 권한이 조합원들에게 유보돼 있기 때문이다.
 
넷째, 만일 조합장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가 현상 유지적인 것에 국한된다면 정비사업의 시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바 특히 주지하다시피 정비사업에 관한 법령이나 정책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적시에 조합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 지연 그 자체로 인한 손해뿐만 아니라 실기로 인한 불측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의 적법성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비사업이 ‘조속히’ 시행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3. 결론
 
법적 근거나 조합원들의 의사 또는 실질적인 필요성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사임한 조합장의 직무 대행자의 권한 범위는 조합장과 그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표준 정관, 따라서 인가받은 정관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나 반대로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분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표준 정관을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