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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함정’에 빠진 한국, 기준금리 내리면 돈이 도나?: 2015.04.03 12:25 입력 | 2015.05.22 11:41 수정

by 송윤창(도시분쟁관리센터 대표) rknews@daum.net

<img width="605" height="908" align="right"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103px; height: 154px;" src="/PEG/14322624490468.jpg">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한민국도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금리인하를 결정한 이유는 생각보다 저조한 경기회복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돌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투자와 민간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편으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해소할 목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은이나 금통위의 생각처럼, 금리를 내린다고 돈이 돌까?<div id="article_text"> 간단히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물가앙등 우려로 물건을 많이 살 것이고, 수요가 늘어나면 실물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사람들은 은행에 잠자고 있는 돈보다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실물자산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를 두고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면 한국은행은 다시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편다. 금리가 오르면 다시 개인들은 저축을 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강당에서 배웠던 경제학의 기본원리다. 그래서 정부는 경기부양 또는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한은은 한국은행법 제1조제1항의 한은 설립목적에 맞게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추게 된다. 무리한 경기부양을 해서라도 외형적 성장을 통한 정치적 업적을 이루려는 정부와, 물가안정을 통해 서민경제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한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경제는 조화를 이룬다. 정부조직법상 ‘하나의 기관은 하나의 기능만’이라는 대원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계속하여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은행대출금리가 1%대에 진입했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투자도, 민간의 소비도 전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기업은 투자를 회피하고, 개인은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업은 현금이 쌓이고, 수년 째 소득이 제자리인 가계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바로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것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시장에는 돈이 넘치는데, 가계는 계속해서 빚에 허덕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 이러한 유동성함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구성원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경제를 지탱하는 신뢰인프라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추가 고용이 없으니 가계·개인들에게는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1%대 초저금리시대에, 여전히 고리사채시장을 맴도는 개인들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유동성함정’에 빠진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 때 미국정부가 뉴딜정책으로 공공사업지출을 확대해 극심한 불황을 탈출한 대표적 사례도 있다. 이것도 우리가 대학교 경제학원론시간에 배운 가장 기초적인 이론이다. 그런데, 100년 전 미국의 뉴딜정책과 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바로 공공투자를 위한 재원의 마련과, 증세문제다. 최근 무상급식문제로 불거진 복지지출 논쟁과 맞물려 엄청난 저항과 논란 중이다. 지난 수십년동안의 주기적 불황곡선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똑똑해 졌기 때문. 정부가 재정정책을 쓰겠다고 하면, 일단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묻는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증세 없는 투자를 발표해도 이제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오늘의 재정지출이 미래의 증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기업이나 가계는 미래에 닥칠 세금폭탄에 대비해 투자와 소비를 계속 꺼릴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리카르도 이퀴밸런스(Ricardian equivalence)’라고 한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경제주체들이 증세 없는 재정지출이나,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은, 정부의 재정적자를 다시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눈속임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의 4대강사업’ 등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확장적 재정정책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경기부양효과를 얻을 수 없다. 잘못하면 자산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눈여겨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지갑을 채워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인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시행한 통화·재정정책의 흐름과 부자감세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가계와 서민근로자의 지갑을 채워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은 아주 신선하고 논리적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도 적극 추진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한국에서도 제대로 인식되어 이 길고 깊은 불황의 탈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