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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유감! 알박기 소송, 문제있다.: 조합원의 손해를 볼모로 한 소송은 안됩니다.; 2009.10.02 17:40 입력 | 2009.10.22 10:43 수정

김용석 편집위원 jskys1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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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소재 모(某) 조합총회의 사회를 본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회의진행이 결코 쉬운 조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뤄야 할 주요안건이 일반분양가 인하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진행과정에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됐습니다. 
 
일단 경과보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총회는 1호 안건심의부터 안건과 상관없이 대의원을 몽땅 해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집행부와 시공사가 작금의 시장상황을 감안하여 일반분양가를 평형별로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씩 낮춰 재수립한 관리처분계획변경의 건에 이르러서는 비대위의 반발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흔히 이런 성격의 안건에 임하는 집행부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여 조합원들을 설득하는데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며, 비대위 관계자들은 감성적인 주장으로 조합원들을 선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 안건심의 과정에서 비대위 대표격인 K조합원은 두 가지 모순된 주장을 동시에 제기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졌습니다. 
 
그는 먼저 “어떤 일이 있어도 일반분양가를 낮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높은 분양가 때문에)미분양이 되면 그 책임과 손실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여기까지는 조합원으로서 충분히 총회에서 주장할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문제제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어도 일반분양가를 낮춰서는 안 된다며 열변을 토하는 그가 뒤에서는 조합과 조합집행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총회의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한 쪽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내려서는 안된다’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K조합원이 제기한 소장(訴狀)의 결론부분입니다. 
 
【(전략).......따라서 피신청인 조합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하여 주택법 등 관계법령이 규정하는 분양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관리처분계획 중 일반아파트 분양가격 결정 및 분양수입금과 정비사업의 추산액 및 그에 따른 조합원의 부담규모 및 부담시기가 크게 달라지는 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경우에 대한 제반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피신청인 조합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관리분계획을 세워 관련 법규를 위반 하였으므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필자는 K조합원에게 물었습니다. “2007.10.경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려고 서둘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총회결의를 받은 것인데 그게 잘못됐다는 말인가요?” 
“귀 조합원께서 제기한 소송에서 조합이 패하면 수백억원의 분양수입이 줄어들어 조합원 1인당 3억4천만원 이상 추가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렇게 해서 조합원님이 얻는게 따로 있습니까?”
 
필자의 수 차에 걸친 반복되는 질문에 할 말이 없어진 그는 결국 “만약 조합장과 총무, 감사가 물러나면 언제라도 소송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하여 소송을 제기한 진짜 이유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위 소송은 조합원들을 위한 소송이 아니라 집행부와의 감정싸움 내지 일종의 알박기로, 적절한 타협만 이뤄지면 소취하(訴取下)를 하겠다는 속마음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참으로 “비대위, 유감!”입니다. 조합원의 손해를 볼모로 알박기했다는 오해를 받을만한 소송을 자기 돈 들여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달을 가리킬 때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응시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조합 집행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조합원 전체의 손해를 볼모로 소송행각을 벌이는 비대위에 부화뇌동하여서는 안 됩니다. 
 
필자는 창간호에서 2200년 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가 통일 13년 만에, 진시황 사후 3년 만에 멸망하였으며 그 배경에는 환관 조고의 농간이 결정적이었음을 말씀드린 일이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환관 조고가 진나라 승상이었던 이사를 회유하여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하여 태자 부소를 자살케 하고 무능한 차남 호해가 황위를 이어받도록 설득하는 광경입니다. 
 
“황제께서 돌아가실 때 맏아들에게 유서를 남겨 후계자로 삼는다고 하셨습니다. 유서가 발송되기 전에 황상께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맏아들에게 내린 유서와 옥새는 호해왕자에게 있습니다. 이제 태자를 결정하는 문제는 승상과 이 조고의 입에 달렸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시렵니까?”라는 조고의 말에 이사는 깜짝 놀라 화를 내며 조고를 야단을 쳤으나 조고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가 듣기에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따르고 시의를 쫓으며, 끝을 보고 근본을 알며 나아가는 바를 보고 돌아갈 곳을 안다고 했습니다. 사물의 본질이 이런 것 아닙니까? 어찌 고정불변의 법칙이 있단 말입니까?” 
 
“위 아래가 힘을 합치면 오래 갈 수 있고, 안팎이 하나가 되면 일을 하는 데 겉과 속이 다를 수 없습니다. 승상께서 이 몸의 계책에 따르시면 길이길이 제후의 지위를 누리고 대대로 존엄한 명예를 한 몸에 얻으실 것이며, 신선의 수명을 얻고 공자나 묵자 같은 지혜도 얻으실 것입니다. 지금 이 기회를 버리신다면 화가 자손에까지 미칠 것이니, 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처세를 잘하는 사람은 화를 복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승상,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이사는 조고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끝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며 길게 한숨을 쉬면서’ 조고의 음모에 발을 담그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나라의 재상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내시의 유혹에 넘어간 이사는 얼마 후 조고의 손에 죽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말을 맞게 됩니다. 지금 조합원님 곁에서 “조합집행부가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이 있다면 그가 조고와 같은 사람은 아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김용석 편집위원(jskys1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