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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보는 窓] 매몰비용1: 서울시 ‘출구전략’ 외치면서 ‘매몰비용’ 모르쇠; 2012.05.16 01:26 입력 | 2013.02.01 17:04 수정

발행인 송윤창 rknews@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145px; HEIGHT: 227px" align=left src="/PEG/13370991884147.jpg" width=166 height=220>서울시가 올해 1월 30일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른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출구전략에 앞서 전제가 돼야 할 매몰비용이나 주민동의율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뉴타운·재개발사업 취소 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투입비용이나, 사업에 찬성하는 다수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서울시는 지난 5월 14일 뉴타운·재개발 해제요건을 갖춘 18곳을 우선적으로 구역 해제하기로 하고, 추진위원회·조합 등 추진주체가 설립되지 않은 265곳은 실태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추진위·조합 등 사업주체가 있는 305곳이다. 서울시는 2월 1일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10% 이상 동의가 있다면 실태조사를 나설 것이라고만 밝혔다. 또 논란이 됐던 매몰비용 해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에 따라 구역지정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 현재 도시정비사업 업계가 추정하는 매몰비용의 규모는 대략 2000억~4000억 원 정도다. 서울시가 추진 주체가 있는 곳은 손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며칠 전 수원 세류동 재개발사업장의 경우처럼 시공자나 관련 업체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매몰비용에 대해 정부·건설사의 공동 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나 현실성이 없는 서울시의 이러한 입장이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을 키워 재개발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출구전략을 강조하다보니 재개발에 반대하는 일부의 목소리만 커져 재개발조합들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구역해제를 위한 동의서를 받기 위해 토지등소유자를 설득하고, 재개발에 찬성하는 조합이나 다수의 조합원들은 매몰비용을 주민들이 뒤집어쓸 수 있다며 동의서 제출을 막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민·조합원 동의율이 생명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특성상 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출구전략이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이나, 반대하는 주민 모두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비구역해제를 위한 주민동의율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추진 주체가 없는 구역은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반대하면 구역해제가 가능하고, 추진위·조합이 설립된 곳은 50% 이상의 동의로 추진주체를 우선 해산한 뒤, 구역해제 수순을 밟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곳 중 주민 50%이상이 구역해제를 원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한 이러한 정책방향이, 재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쪽에만 毒으로 작용한다는데 있다. 사업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 구역해제를 위한 동의율을 채우든 못 채우든, 자신들의 구상대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를 압박하고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정책방향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주민 50%이상이 찬성하는 재개발사업을, 30%의 주민이 반대한다고 해서 중단시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이냐?”에 대한 비판이다. 또 주민 75%이상의 찬성으로 시작한 사업을 반대 10%의 동의로 해제검토를 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구역해제가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는 재개발사업 특성 때문에, 서울시가 재개발사업 반대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업이 표류하고 갈등만 반복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지에 대해서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동안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인·허가 주체로서 사실상 사업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서울시가 ‘정상화 대책’은 뒷전으로 하고,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는 ‘출구전략’에 지나치게 몰입되어 있는 점은 실망스럽다. ‘갈등=부담금폭탄’인 현실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보다는 ‘정상화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