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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7구역 재개발 일부 조합원 반대에 ‘몸살’: 2010.09.02 17:57 입력 | 2010.09.04 15:56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서울 동대문구 전농7구역 재개발 사업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 브랜드를 단 아파트 2397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데다 일반분양분만 500가구(492가구)에 달해 일찍부터 사업성이 좋은 ‘알짜배기’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곳 조합은 올 하반기 관리처분변경인가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그에 맞춰 분양ㆍ착공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후반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반대파가 발호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대파인 ‘전농7구역 조합원 동호회(동호회)’는 “우리 구역 재개발이 조합장과 그를 따르는 집행부, 시공자인 삼성물산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전농7구역 재개발 조합은 “단지 조합이라는 편견으로 우리를 마치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억울하다”며 “할 말이 많은 데도 들어주는 곳이 없어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업 막바지에 오죽하면 반대파가 득세해 조합을 방해하겠느냐는 동조론도 있으나 착공까지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도시재생신문은 동호회와 조합을 각각 찾아 양쪽의 얘기를 들어 보고 쟁점별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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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찾은 전농7구역 현장은 철거가 99% 정도 진행돼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호회 “조합장 개인적 연루 사건 처리에 공금 썼다”
조합장 “당사자가 먼저 요구해 합의…공금유용은 오해”

 
지난 7월 26일 찾은 동호회 사무실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조합 관계자가 기자를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게 발단이 됐다. 동호회 관계자들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그에게 떠나라 했다. 버틸 재간이 없던 그는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반면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 그런지 지난달 23일 찾은 조합 사무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조합 측은 “저들이 전임 조합장 등과 힘을 합해 현 조합을 음해하고 사업의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조합장 김 모 씨는 전농7구역의 두 번째 조합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현 조합장 취임(2009년 3월) 전후로 불거지기 시작해 그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동호회 측이 가장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는 것은 김 조합장이 자신이 연루된 폭행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소인 홍 모 씨 등에게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2억여 원을 지급한 부분이다.
 
동호회 관계자들은 “현 조합장이 조합장으로 선출될 무렵 발생한 사건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그가 조합장에 취임한 뒤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1월 김 조합장은 홍 씨와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2억 여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그들은 “합의 후 홍 씨는 고소를 취하했고 실제로 홍 씨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금액을 뺀 2억여 원이 지급됐다”며 “김 조합장이 조합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개인적인 범죄를 해결하는 데 조합의 재산을 전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조합장은 “당시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무혐의 처분에 가까웠지만 제 풀에 지친 홍 씨 등이 먼저 합의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당시 소송에 휘말려 사업 진행이 어려웠던 부분도 고려해 (청산) 합의를 한 것이고,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금액도 세금 등의 문제에서 저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분리ㆍ지급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조합장은 “자꾸 개인적인 일을 조합의 돈으로 해결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무장이 합의서를 작성할 때 더 이상의 소송이나 사업에 대한 발목잡기를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형사사건’이란 문구를 넣는 바람에 빚어진 오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호회 측은 김 조합장이 홍 씨와 작성한 합의서에 언급된 내용들로부터 이를 추정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김 조합장은 홍 씨에게 2억여 원을 지급하기로 하며 이와 동시에 진행 중인 모든 민ㆍ형사소송을 즉시 취하한다”라든지 “조합에 제기한 ‘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의 공동 원고인 채 모 씨의 소 취하에 적극 협조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서 사본을 제시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 조합장은 이를 부인했다. 게다가 업계 전문가들은 설령 그러한 합의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공개해 문제 삼는 행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 S씨는 “가정이기는 하나 그러한 합의가 사실이라면 2억 원에 조합설립 무효 소송을 취하시켰고 그로 인해 사업이 표류 위기에서 벗어났다면 외려 (조합장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소송이 계속 진행돼 조합이 패소해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됐다든지 지루한 소송 공방이 이어졌다고 생각해 봐라”고 전제한 뒤 “그로 인한 손실에 비하면 2억 원은 보잘것없는 액수일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합 측에 따르면 전농7구역은 8월 기준 사업비로 약 3000억 원을 지출했고 그에 따른 이자비용만 월 23억 원에 달한다. 합의 당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때 소송이 취하되지 않아 사업에 악영향을 줬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관계자는 “자칫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을 호미로 막았다면 칭찬해줘야 하지만 이면 합의에 대해 대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흐지부지 넘어간다”며 “그런데 합의 후 돈까지 챙긴 상대방이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면 그 자체로도 떳떳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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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농7구역 조합은 조합장 소유의 건물을 임차해 사무실로 운영 중이다.
   조합장은 이것이 반대파에게 빌미가 돼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동호회 “조합장 소유 건물을 조합 사무실로 쓰며 사익 추구”
조합장 “사유재산을 조합 위해 희생했는데 억울하다”

 
동호회를 필두로 한 일부 조합원들은 김 조합장이 자기 소유의 건물을 조합 사무실로 운영(임대)하면서 조합 운영비를 횡령하는 등 사익 추구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조합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652-4 외 3필지에 대한 등기부 등본을 살펴보면 지난 2002년 11월 이를 매입한 김 조합장은 2003년 7월에 삼성물산과 전세권 설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07년 9월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양측이 체결한 계약에 대한 등기가 말소됐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삼성물산 측은 조합 사무실 운영과 관련해 조합 측에 전권을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김 모 씨는 “이에 따라 이사회와 대의원회는 월세를 전세로 하는 내용을 결의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김 조합장은 이를 월세로 결정한 뒤 지난 2007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840만 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월 165만 원 씩 20개월을 임차했다면 3300만 원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 지급된 돈은 3840만 원이라 540만 원은 부당이득”이라며 “이를 반환받기 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조합장은 이에 대한 자세한 해명과 함께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 말까지 이뤄진 임대차계약은 (조합장이 아닌) 개인 대 법인이 체결한 것으로 여기서 나온 임대료는 조합과 관계없는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임대료 인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무실 이전 얘기가 나왔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을 위해 보증금 1억5000만 원짜리 전세 계약으로 전환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54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전세 보증금이 올 3월에서야 입금이 된 데다 정산 결과 20개월 동안의 월세가 밀려 뒤늦게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조합장은 동호회 측이 “이주비를 수령한 뒤에도 나가지 않고 소유 식당을 운영하는 등 사적 이윤 추구에 혈안이 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유달리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내가 받은 이주비는 소유한 부동산 가운데 433-3번지 등 일부에 대해서만 받은 것”이라며 “나머지 부동산은 수용 재결 중인 데다 소수 면적 때문에 전체 건물을 헐 수도 없어 슬럼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식당) 문만 열어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 관계자도 철거가 99% 가까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미 주변 상권은 크게 위축됐고 그 결과 영업을 한다고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서 조합장이 수차례 설계 변경을 하는 바람에 사업이 지연됐고 여기에 김 조합장이 소유한 건물의 신축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해명도 들을 수 있었다.
 
김 조합장은 “내가 소유한 부동산은 애당초 기본 계획에서 제외됐던 곳으로 외려 사업 구역에 편입된 뒤 구청 관계자의 입에서 ‘이 사업으로 김 조합장이 입을 손해가 가장 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역지정 고시일 며칠 전에서야 구역 편입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를 가지고 사익을 추구한다고 헐뜯는 것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