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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재개발 머나먼 사업 정상화: 조합원 ‘사분오열’ 속 표류 장기화 조짐; 2010.10.22 10:35 입력 | 2010.10.22 16: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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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아현3구역 조합원들이 발의해 열렸던 임시총회 현장. 1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이날의 혼란상은 이곳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조합원 간 극심한 갈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 왔던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재개발호(號)의 표류가 장기화 조짐을 보여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임시총회 이후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조합은 조합대로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명분을 쥔 채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은 물론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에도 파벌이 갈리는 바람에 어느 쪽도 확실한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비대위 대표가 조합 측에 협조 대가로 일정한 지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현3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아현3구역 재개발 입주자 모임(입주자 모임)’의 대표 구 모 씨가 이곳 조합의 이사 김 모 씨와 접촉해 조합에 협조하는 대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 사항에는 ▲구 씨가 자신은 직업이 있으므로 비상근 부조합장 자리를 내주고 그에 따른 활동비를 보장해 달라는 것과 ▲그동안 입주자 모임 측이 주최한 총회에 소요된 비용을 조합이 보전해 달라는 내용 ▲조합 이사진 가운데 5석을 입주자 모임 측에 배정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내용은 조합 카페(http://cafe.daum.net/ahyun33)에 공개된 글에도 상세히 나와 있다. 해당 글의 게시자(ID: 양치기소년=글쓴이)는 “입주자 모임 측의 행태가 조합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명시된 내용이 자신이 지난 6월에 직접 목격한 사실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건은 구 씨가 조합원 송 모 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구 씨는 송 씨 등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구 씨가 조합 측 고소ㆍ고발로 고생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송 씨 등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조합장을 하겠다는 구 씨가 뒷거래를 시도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와전된 게 있으면 해명해야 한다”면서 “(게시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나도) 고발하되 언급한 내용에 이의가 없으면 직접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입주자 모임 대표 구 모 씨는 2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리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구 씨는 “조합 측과의 만남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나눠 보자’는 차원에서 시도했던 것”이라며 “부조합장 및 이사직 요구는 조합 측을 견제하기 위해 제안했던 것일 뿐인데 이를 녹취한 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는 바람에 사실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안이 산재한 상황에서 진척이 없어 답답한 마당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조합원들로부터 오해를 받아 송구스럽다”며 “사업 정상화가 우선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혹 제기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합에 비해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야 할 비대위가 연루된 뒷거래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행보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혹을 접한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부정적인 반응과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쓴이’의 글 밑에는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더욱이 사업 정상화가 갈수록 요원해지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그 원인이 조합과 비대위, 비대위와 비대위 간 ‘엇박자’ 탓인지라 특별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조합 측도 임시총회 개최를 시도하는 등 나름대로의 방향을 설정해 ‘마이 웨이(My way)’를 외치고 있어 아현3구역의 상황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조합 측은 지난 4일 소식지를 통해 “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일부 조합원들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조합원의 재산을 볼모로 사욕을 채우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산된 총회를 대신할 총회의 일정을 정해 (조만간)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로 예고됐던 임시총회는 조합원 박 모 씨 등이 제기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일부) 받아들여진 데다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주자 모임 측이 사업 정상화 카드로 꺼낸 ‘구청 주관하의 협의체 구성’과 ‘그를 통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곳의 사업 표류를 암시하고 있다.
 
회심의 카드가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비리 의혹까지 제기돼 입주자 모임 측도 자신들이 구상했던 조합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입주자 모임의 구 대표는 “조합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도 모자라 사업 표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해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면서 “우리가 (앞장서) 협의체를 깰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조합 집행부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입주자 모임 측은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와 ‘총회 개최를 위한 사전 작업(정관 변경 등)’ 등을 돌파구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원서를 내줄 것을 요구 중이다.
 
구 씨 등의 주장대로라면 입주자 모임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70%에 달해 조만간 사업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곳 조합원들이 입주자 모임 측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줄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아현3구역 재개발은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추구 과정만 다를 뿐 목적이 결국 ‘이권’인 상황에서 조합과 비대위 모두 치부를 드러냈고 그로 인해 발목이 잡히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으로 지금의 아현3구역 상황을 요약할 수 있다”면서 “조합과 비대위 모두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 사업은 상당 기간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