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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3구역, 바람 잘 날 없다: 2009.11.19 15:35 입력 | 2009.11.19 22:11 수정

북아현3구역, 바람 잘 날 없다
시공사 선정 놓고도 잡음 끊이지 않아

 
올해 초 주민감사제도를 통해 그동안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잘못을 지적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북아현3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장이 뒤늦게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 정비사업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격인 ‘북아현3구역 올바른 뉴타운 모임(이하 뉴타운 모임)’ 측이 주장하는 조합의 위법 행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공사 선정에 관한 위법 행위 ▲추진위 단계에서의 시공사 선정 ▲설계업체의 계약 및 용역비 지출에서의 위법성 ▲추진위의 회계 보고 및 정보 공개에 얽힌 위법성 ▲조합 정관의 중대한 하자 ▲서면결의서 징구 절차에서의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제기된 문제 중 시공사 선정에 관한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 본다.
 
 


5일 만에 끝난 입찰 과정, 사전 담합 의혹
입찰 공고와 다른 참가 제한 조건, 他업체 불만↑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지난해 11월, 총 조합원 2530명 가운데 서면 결의를 통한 참석자를 포함해 총 1439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시공사와 정비업체 등을 선정했다.
당시 선정된 업체는 건설업체로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G사(社)와 L사(社), 정비업체 H사(社), 설계업체 S사(社) 등이다.
G사와 L사는 지난 2006년 7월 시공자로 선정됐으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ㆍ제11조 등)과 조합 정관(제12조)에 의거해 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본 정비사업장의 시공사로 낙점을 받았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터져 나왔다. G사와 L사가 시공사로 선정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뒤늦게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2006년 6월 20일)에는 참가 자격 조건으로 ▲ 2005년 기준 대한건설협회 시공 능력 평가 순위 20위 이내인 업체 ▲부채 비율 200% 이내 업체(법정관리ㆍ화의ㆍ워크아웃 전력이 없는 업체) ▲참여 의향서 제출 및 현장 설명회 참가 업체 등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그해 6월 22일, 북아현ㆍ충정 구역(21구역) 추진위 부위원장 이 모 씨가 주최한 사업 설명회에서는 기존 입찰 공고에는 없는 단서 조항들이 추가됐다. 당시 추가된 조건에는 ▲사업 참여 방식을 컨소시엄으로 구성해야 함 ▲1~5위 업체는 협력 불가 등이 있으며, 이날 설명회 이후 입찰 제안서 제출까지의 기간을 불과 5일밖에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뉴타운 모임의 C씨는 “당시 사업 설명회는 참가할 수 있는 건설업체들을 제한해 특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며 추진위와 시공사 간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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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열렸던 사업 설명회 현장1
 
당시 설명회를 촬영한 영상물에 보면 이러한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당시 이 부위원장은 입찰 참여 규정으로 ‘홍보 금지’를 내세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 입찰을 제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동시에 “홍보는 입찰 이후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할 것이므로 그때까지 참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건설업체 D사 관계자가 “입찰 제안서는 우리가 제출했는데 홍보는 홍보공영제를 한다고 하면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결국 추진위 집행부와 특정 시공사가 담합이 돼 버리면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게 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입찰 마감이 27일 12시인데 뭘 걱정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D사 관계자가 “오늘 이 도면을 가지고 27일 12시까지 입찰 참여를 결정하라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 부위원장은 “타 회사와 똑같은 조건이고, 다른 사업장에서도 다들 그렇게 한다”면서 “이의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건설업체 B사 관계자 역시 “실질적으로 견적할 수 있는 기간이 오늘(목요일)부터 금요일, 월요일 정도”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이 부위원장은 “우리도 토요일, 일요일에 근무한다”면서 “(이는) 다른 사업장(의 사례)도 검토한 결과며 거의 (대부분) 일주일밖에 안 준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현장 설명회에서 입찰 제안서 제출까지 보통 2주일 이상은 걸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Y씨는 “건설업체 의사 결정 구조상 입찰에 필요한 사항들의 검토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입찰 참가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5일 만에 이뤄졌다면 이는 사전에 중요한 결정은 모두 해 놓은 상태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영상물을 보면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위와 같이 불만을 토로하며 추진위 관계자와 각을 세우는 쪽은 모두 시공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건설업체 관계자들이란 점이다. 최종적으로 시공사로 선정된 G사와 L사의 관계자들은 설명회 내내 침묵으로 일관한다. 바로 이 점에서 추진위 집행부와 G사와 L사 아시에 모종의 거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자문에 응한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사전에 담합 등과 같은 행위를 통해 사실상 시공사 선정 작업을 마친 뒤 다른 업체들을 형식적인 입찰에 참가시키는 ‘구색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G사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찰에 참가했던 사업장”이라면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밤낮으로 견적을 냈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응찰한 만큼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설명회 막판에 한 건설업체 관계자가 “입찰 공고상의 내용과 현재 제시한 참여 기준이 상이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부위원장은 “입찰 공고(문)에는 상세한 내용을 다 기재할 수 없다”면서 “이것을 가지고 의혹을 제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에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주면서 입찰 공고와 다른 입찰 참여 조건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사전에 특정 업체와 어떤 ‘일’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언성을 높였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견적을 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반대파는 물론이고 추진위 측에 우호적이던 주민들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 부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하는 건설업체 관계자들에게 “날짜는 더 이상 줄 수 없다”며 성급히 설명회를 마무리했고, G사와 L사 관계자가 “이의 없다”며 동조하면서 설명회 역시 금세 끝나고 말았다.
결국 그해 6월 27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G사와 L사만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고, 이와 관련된 의혹이 난무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 사업 역시 지지부진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S씨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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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열렸던 사업 설명회 현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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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열렸던 사업 설명회 현장3
 


지난해 조합 설립ㆍ사업시행인가 마쳐
시공사 얽힌 의혹에 사업 수렁 속으로

 
본 정비사업장은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3동 66번지 일대 2만 6000여 ㎡를 사업 구역으로 하고 있으며, 조합원은 2554명이다. 임대주택 618가구를 포함해 총 3631가구가 신축될 예정이다. 용적률 231.94%를 적용해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게 되면 이 일대의 대표적인 대단위 주거 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통합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원장에 선임됐던 현 조합장 박 모 씨는 지난 2005년 7월에 관할 구청으로부터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6년 7월에는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어 관계 당국의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다가 지난해 5월에 조합창립총회가 개최되면서 사업이 본(本)궤도에 진입했다. 같은 해 9월, 관할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은 두 달 뒤 사업시행인가 등을 위한 총회를 열었다. 그 총회에서 지금의 시공사인 2개의 건설사가 선정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뿌려졌고, 그것이 싹을 틔워 오늘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본 사건을 요약할 수 있다.
 
 


올 1월, 주민감사청구제도로 잘못 지적 받아

 
본 정비사업장은 지난 1월,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에 대한 ‘주민감사청구제도’를 통해 추진위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잘못을 지적, 시정 조치를 내린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서울시가 구성한 시민감사옴부즈맨은 본 정비사업장에 대한 주민감사를 벌인 결과, 재개발 정비사업의 추진위가 적정하게 구성되지 않았음에도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청이 이를 승인했고 이런 추진위가 주민총회 개최, 조합 설립, 설계사 선정 등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합 정관에 의거해 설계사를 재선정하도록 하고 시공사 선정 부분은 조합원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공자 선정 방법을 조합 정관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 고문 변호사단과 국토해양부(국토부)가 “추진위의 잘못이 조합 설립을 취소할 만큼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의견을 수용해 조합 설립 취소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로 그동안 미비했던 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의 추진위나 조합에 대한 감사가 더욱 투명하고 철저해질 것”이라며 “이번 감사 과정에서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맨이 조합설립인가 취소 입장을 밝혔으나 국토부와 고문 변호사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관할 구청은 ‘재개발 추진위원이 토지등소유자의 1/10 이상일 때만 조합 설립을 승인해야 한다’는 국토부 고시를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재개발 조합도 도시정비법에 의해 정비사업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해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당사 감사는 기존 북아현ㆍ충정 재개발 구역(7만 2000 ㎡)이 도시재정비촉진법에 의한 북아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북아현3 재정비촉진구역(26만 2890㎡, 토지등소유자 수 2554명)으로 확대된 것에서 비롯됐다.
국토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추진위 운영 규정’ 제2조 제2항에는 ‘추진위 위원의 수는 토지등소유자수의 1/10 이상으로 하되, 5인 이하인 경우에는 5인으로 하며 100인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기존 추진위는 토지등소유자 수가 늘어나 최소 100명의 위원을 확보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66명만으로 관할 구청에 신고한 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총회 개최와 조합 정관 등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기존 북아현ㆍ충정 구역 추진위가 조합 설립 준비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설계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설계 용역까지 계약을 체결한 위법 행위도 밝혀진 바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