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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4구역, 조합원 간 분쟁으로 대들보 흔들린다: 2009.11.19 15:40 입력 | 2009.11.20 11:44 수정

아현4구역, 조합원 간 분쟁으로 대들보 흔들린다
조합은 관리처분총회에 ‘올인’, 통대위는 집행부 해임총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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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4구역 사업 현장. 사업이 중단돼 빈집만 남은 모습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와 그에 맞서는 속칭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서로 물어뜯으면서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사업장이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아현 제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ㆍ서울시 마포구 아현1동 380번지 일대)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곳은 마치 몸은 하나인데 머리는 둘인 ‘샴쌍둥이’처럼 조합과 통대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이 법원에 의해 효력 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면 벌써 착공 및 분양 작업에 들어갔어야 할 사업 현장은 지금 쓰레기 더미와 수많은 폐가로 둘러싸인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이곳은 본보가 이미 시험판에서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시공사의 과도한 공사비 인상과, 기존 하자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발코니 무상 확장 문제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본 정비사업장에서의 분쟁은 비대위 격인 ‘아현4구역 통합대책위원회 바른 재개발(이하 통대위)’ 측이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 발의를 하면서 정점에 달하게 됐다. 해임을 위한 총회는 내달 초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오는 30일에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법원까지 인정한 ‘과도한 공사비’ 갈등 불러
가계약-본계약 금액 격차 커…통대위에 유리

 
본 정비사업장에서 조합과 통대위가 양분돼 투쟁하는 근본 원인은 바로 ‘공사비’이다.
일부 주민들이 “가계약 당시의 공사비와 본계약 시점의 공사비 차이가 심해 도저히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반발하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게다가 G건설이 본 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기 전에는 주민들에게 ‘공사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G건설을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본 사건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 버렸다.
더욱이 일각에서 G건설이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공사비 급증 사실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이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건설업체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결국 일부 조합원들이 법원에 지난 2008년 6월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리해 사실상 모든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조합 측이 항고했지만 지난 9월 25일 서울고등법원 행정 제3부는 이를 기각했고, 관리처분계획의 효력도 정지됐다.
조합은 이를 치유하고자 오는 30일에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상태다. 반면 통대위 측은 관계 법령에 의거해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예고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내달 초 총회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에는 ‘조합 임원의 해임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 경우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ㆍ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임시총회에서 집행부 해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통대위 측에 힘이 쏠리면서 본 정비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통대위 측이 임시총회에서 의사ㆍ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해 총회가 ‘실패’로 끝난다면 나눠져 있던 세를 규합했던 통대위의 힘이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 B씨는 “만약 임시총회에서 집행부가 바뀌게 되면 그에 따른 혼란과 추가적인 비용 발생 등으로 우리 사업장은 파국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파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행부 해임을 위한 총회와 관련된 법정 다툼과 그로 인한 사업 지연 때문에 수백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사업 표류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해 일반 분양가 하락,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추가 손실 등 조합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본 정비사업장은 지난 2007년 11월 말 이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받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임시총회로 인해 현 집행부가 물러날 경우 다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돼 조합원들이 그에 따른 갖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공사비 인상 없다’ 말 믿고 G건설 뽑았다”
G건설, 선정 뒤 말 바꿔…4년간 65% 급증

 
G건설(당시 L건설) 측은 지난 2003년 본 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법률사무소의 ‘공증’을 무기로 내세워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당시 G건설이 홍보했던 ‘사업 참여 제안서 및 입찰 조건 공증’(법무법인 E社 공증)에는 “실착공시까지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는 어떠한 도급공사비 인상이나 변동이 없으며 실착공 이후에는 전혀 공사비 인상이 없다”고 돼 있다. 심지어 “토지 면적 기준으로 25평(1평=3.3㎡) 보유 시, 25평짜리 분양 아파트를 부담금 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내용에 따라 지난 2003년 6월 G건설과 조합은 신축 건축물 3.3㎡당 공사비를 239만 원으로 정한 뒤 ‘확정도급제’ 방식으로 공사 도급 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약 4년 뒤인 지난 2007년 9월에 체결된 공사 도급 본계약 때는 3.3㎡당 공사비가 396만 원으로 무려 65%나 급증했다. 갑작스런 공사비 증액에 반발한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 제2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은 시점부터 관리처분총회까지 1년 남짓에 불과한데 물가 변동 등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동의서상의 내용을 변경했다”면서 “이는 엄격한 정관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2/3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시키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통대위 측의 오 모 씨는 “공사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G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는데, (G건설은) 선정되고 난 뒤 공사비를 대폭 올렸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G건설 관계자는 “본계약은 가계약과 달라질 수 있고, 그 전에 했던 ‘공증’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면서 “본계약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조합과 협의해 체결한 것인 데다, 가계약 당시와 비교할 때 공사 자재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상승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이라며 공사비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의 총무이사 변 모 씨 또한 “공사비와 관련해 ‘공증’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파가 말하는 공증은 효력이 없다”면서 “25평(1평=3.3㎡)짜리 아파트에 공짜로 갈 수 있다는 것도 ‘평균’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야 한다. 어림잡아 그렇다는 것이지 누구나 다 부담금 없이 해당 평수로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E사(社)의 박 모 전무는 전화 통화에서 “시공사 측이 해당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공증’은 사서증서인증에 해당하며, 이것은 소송상의 증거 능력을 갖게 된다”면서 “공증했던 부분에 대해 시공사 측이 책임을 회피해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원고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증’ 이후 시공사와 조합(원) 간 새로운 계약이 체결됐거나 기존 계약 내용이 변경된 경우라면 공증의 효력 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자문에 응한 H법률사무소의 변호사 J씨는 “현재 ‘공증’은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조합은 애초 ‘시공사가 약속했던 단가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조건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러한 전제조건은 ‘공증’의 내용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총회 때 변경됐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이를 치유하기 위해 조합이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30일 총회에서 조합 측이 의사ㆍ의결정족수를 충족시켜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관련된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에는 ‘공증’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통대위 관계자는 “조합으로서는 이번 총회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오죽하면 조합 관계자가 ‘이번 총회가 무산되면 조합을 해체할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표> 본 정비사업장 및 인근 구역 공사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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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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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공사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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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ㆍ이중창</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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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비용</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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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4구역</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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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만 5천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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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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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만 5천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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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5구역</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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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만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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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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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3구역</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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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만 5천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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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구역 입찰 제안서상의 공사비 현황</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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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참여 건설사</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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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공사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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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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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동</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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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물산</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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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만 5천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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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산업</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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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만 2천 원</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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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건설</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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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만 8천 원</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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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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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건설</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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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만 8천 원</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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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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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만 9천 원</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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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산업</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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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만 1천 원</TD></TR></TBODY></TABLE>


 
 
조합-시공사 간 일반분양 수익 분배 합의?
조합, “시공사와 합의해 계약서 변경”

 
한편 본 정비사업장의 일반분양 수익금을 조합과 시공사가 분배하기로 했다는 주장도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인 G건설은 ‘확정도급제’로 계약을 체결했다. 도급제는 조합이 직접 사업을 주관하고 시공사는 단순히 공사비만 받아 가는 사업 방식으로, 사업에 있어서의 손익을 모두 조합이 책임진다. 이에 따르면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 역시 조합에 귀속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이에 대한 의견은 법조계 인사들마다 다른 데다, 개별적인 계약에 따라 변경될 소지가 있다.
본 정비사업장도 마찬가지다. 당초 공사 계약서에는 ‘일반분양 시 관리처분계획에서 수립한 일반분양가에 변동이 있을 경우, 변동된 분양 수익금을 (조합과 시공사가 각각) 5대5의 비율로 배분한다’고 돼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문제 삼자, 조합은 G건설과 협의해 계약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양측의 계약서를 살펴보면, ‘일반분양 시 관리처분계획에서 수립한 일반분양가에 상승이 있을 경우, 발생된 분양 수익금은 G건설의 일반분양 상향을 위한 원가투입분을 제외하고 조합으로 귀속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조항에서 ‘일반분양 상향을 위한 원가투입분’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통대위 관계자는 “바로 이 ‘원가투입분’이란 단어가 문제”라면서 “이전 계약이 일반분양 수익금의 50%만 가져가겠다고 한 것인데 비해 변경된 계약은 시공사 마음대로 가져가겠다는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G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가 상승이 있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있는 데다 조합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계약 내용을 수정한 만큼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면서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우리 회사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적어도 ‘원가’만큼은 보전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조합 사무장 김 모 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조합 직원은 “사무장께서 나가셨다”면서 “이 문제는 (내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사무장의 연락처를 묻자 그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다만 며칠 뒤 조합의 총무이사 변 모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일반분양 수익금 전액이 조합에 귀속되도록 시공사 측과 협의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