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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2구역, 조합-정비업체 비리에 조합원만 ‘울화통’: 2009.12.23 15:53 입력 | 2009.12.30 16:15 수정

북아현2구역, 조합-정비업체 비리에 조합원만 ‘울화통’

 
최근 북아현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520번지 일대ㆍ이하 북아현2구역)장에서 해당 조합의 협력 업체 중 하나인 정비업체 직원이 구속됐다.
해당 직원은 실제 일하지 않는 도우미들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조합 측에 총 1억 3000여만 원을 허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정비업체 직원들의 월급 명목으로 북아현2구역 조합에서 빠져 나간 돈만 10억여 원. 특히 출근하지 않고 수백만 원씩 돈을 받은 ‘유령’ 도우미들 중 조합장의 친ㆍ인척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조합장은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정비업체 직원 3년 구형…30일 선고 예정
업체 사장은 도주, 조합장은 불구속 기소
조카 위장 취업시킨 뒤 월급 횡령 의혹

 
지난 16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304호에서 북아현2구역의 정비업체인 T사(社)의 직원 인 모 씨(여)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담당 검사인 이동수 검사(39ㆍ서울서부지방검찰청)는 인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선고는 오는 30일에 있을 예정이다.
인 씨는 T사의 실장으로서, 실제 고용하지도 않은 OS요원 등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월급으로 1인당 400만~500만 원을 조합 측에 청구해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유령’ 도우미 가운데에는 북아현2구역의 조합장 선 모 씨(59ㆍ남)의 친ㆍ인척도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인 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OS요원으로 조합장 조카의 처 이 모 씨 등을 포함시킨 허위 출근부를 작성한 뒤 이들의 급여로 1억 3000여만 원을 청구해 받아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 선 씨는 인 씨의 지급 청구를 근거로 작성된 지출 결의서에 결재함으로써 예산이 지출되도록 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재판에 참석했던 조 모 씨 등에 따르면 선 조합장의 부인은 정비업체 직원과 짜고 조합장의 조카 최 모 씨를 해당 업체에 위장 취업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해당 업체는 최 씨 명의로 된 통장으로 매월 300만 원씩 1년 6개월가량 지급(19회에 걸쳐 총 5700만 원)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선 조합장에게 흘러들어 갔을 것이란 게 그를 기소한 담당 검사의 판단이다. 재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선 조합장의 부인은 “(그것은) 빌린 돈”이라고 말했지만, 이에 재판을 참관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조카 최 씨 역시 “(조합장의 부인이)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조카 명의로 된 통장에서 인출된 수표에는 선 조합장의 서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선 조합장은 “모른다”고 답변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담당 검사는 지난달 27일 선 조합장을 배임수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조합 측과 조합장은 ‘아무런 비리가 없다’라고 말하지만 알만한 조합원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현재 조합장은 구속만 안 됐을 뿐, 사실상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북아현2구역 조합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시인했다.
이번 비리 사건에 또 다른 핵심 멤버인 해당 정비업체 사장 김 모 씨는 현재 해외로 도피해 수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피 직전 회사 명의를 직원의 것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회사는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게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조합의 반대파인 ‘북아현2구역 뉴타운 재개발 주민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공대위 측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오는 23일에 재판이 열릴 예정인데, 지금까지 선고가 3번이나 미뤄진 끝에 열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큰 상태다. 공대위 관계자 김 모 씨는 “우리 구역에서 연이어 터지는 사건 탓에 대다수 조합원들은 지친 상태”라면서 “비리로 점철된 조합 집행부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60~70대 노인인 만큼 더 이상 사업이 지체돼선 안 된다”면서 조속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훈 기자 <A href="mailto:hjeong25.rn@gmail.com">hjeong25.rn@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