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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뉴타운 긴등마을 재건축 착공 앞두고 중단: 2009.12.02 10:16 입력 | 2009.12.02 23:51 수정

방화뉴타운 긴등마을 재건축 착공 앞두고 중단
조합설립인가 요건 미달로 법원이 조합 ‘무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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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등마을의 한 골목 풍경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던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4-8번지 일대가 얼어붙었다. 서울 마곡지구와 붙어 있고 방화뉴타운 내 위치해 ‘금싸라기’ 재건축으로 꼽히는 긴등마을(H건설 시공ㆍ526가구)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조합과 관할 구청의 주먹구구식 업무 처리로 분양을 코앞에 두고 조합설립인가가 효력을 잃게 된 것이다.
지난달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제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긴등마을 재건축 사업장 내 토지 소유주인 김 모 씨가 강서구청장(김재현)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해당 조합 인가 처분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의 의미는 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소유한 자 뿐만 아니라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를 모두 포함해 4/5의 동의를 요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강서구청의 인가 처분과 같이 토지 소유자 4/5 이상의 동의 또는 건축물 소유자 4/5 이상의 동의 중 어느 하나만 얻으면 동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넘는 해석 방법으로서 위법”이라고 명시했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7월, 전 조합장 장 모 씨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한 후 강서구청이 같은 해 8월에 이를 인가하자 토지 수용을 거부하며 소송을 냈다.
문제는 당시 구(舊)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명시된 조합설립인가 요건. 해당 법 제16조 제3항은 ‘전체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의 4/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조합은 설립인가를 신청하면서 건물 소유자 총 203명의 동의와 건축물 소유자 197명의 동의서를 제출했다. 건축물의 경우 구역 내 전체 소유자가 246명으로 동의율을 충족(80.08%)했지만 토지의 경우 전체 소유자가 283명에 달해 동의율이 71.73%에 불과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강서구청은 조합설립인가를 승인했다. 토지와 건축물 동의율을 모두 충족해야 함에도 건축물 동의율이 충족됐다는 이유만으로 허가를 내준 것이다.
강서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관계 법령에서 ‘토지 또는 건축물’이라 규정하고 있어 허가를 해 준 것”이라며 “이대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서구청이 산정한 바와 같이 해석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4/5 이상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라는 식으로 규정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서구청의 해석은 정비구역이 주택 단지로만 구성돼 있는 경우에만 유효한데 본 정비사업장의 경우 토지와 주택으로 구성돼 있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 조 모 씨는 “애초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상급 유관부처에 법령 해석만 문의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며 “이를 소홀히 한 관할 구청과 담당 공무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ㆍ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철거 작업까지 마쳐 착공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조합 자체가 무효화하면서 이미 이주를 끝낸 조합원들만 입주 지연과 그로 인한 거주비용 증가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됐다. 또 조합이 다시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송에서 이긴 김 모 씨의 땅을 고가에 매입하게 되면 토지 수용을 거부한 나머지 토지 소유주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비 증가와 그로 인한 추가 부담금 및 일반분양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다. 조합과 관할 구청의 무지와 안이함 등이 맞물려 애꿎은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현재 조합은 조합장 장 씨를 해임하고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사코 취재 요청을 거절하던 한 조합 관계자는 “엉터리로 업무를 처리해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 조합장, 당시 정비업체, 강서구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면서도 “하루빨리 조합이 정상화해 더 이상 우리 구역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 완화 대가 8억 원 오갔다
서울남부지검, 前조합장ㆍ정비업체 대표 기소
법원, ‘유죄’ 선고…“정비업체 공 아니다”

 
본 정비사업장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당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본 정비사업의 전 조합장 장 모 씨(65)와 정비업체 대표인 백 모 씨(40)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7년 8월 긴등마을아파트가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5년 10월, 서울시로부터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를 받으면서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증가하는 용적률의 25%’로 고시받았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조합 측은 정비업체 T사(社)와 계약을 통해 의무 비율 완화를 추진했다. 정비업체는 조합 측에 늘어나는 용적률로 발생하는 수익 중 8%를 인센티브로 요구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방화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했고, 이때 본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0.23%까지 완화됐다. 이에 조합은 완화된 임대주택 의무 비율로 인한 수익금을 140억 원으로 산정하고 T사에 8억 780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문제는 임대주택 의무 비율 고시와 완화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해 주고 돈을 받는 계약 자체가 “지자체에 로비를 해 주겠다”는 사실상의 ‘로비 계약서’로서 불법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 비율 변경은 정비업체 노력에 따른 것이 아닌 입안권자인 지자체가 고시하는 내용”이라면서 “설령 관련 대관 업무가 있더라도 이는 정비업체와 정비사업조합의 용역 계약 범위에 이미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떳떳하지 못한 계약 내용 탓인지 장 씨를 비롯한 조합 집행부는 주민총회를 통한 의결 절차를 무시한 채 대의원회와 이사회 의결만으로 T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체 T사와 전 조합장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전언이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T사 대표인 백 씨는 “최초 계약 내용에는 관리 부분을 대행해주는 용역만 포함돼 있었고 임대주택 관련 의무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조합원 의결 또한 임대주택 용역비 지급 건 이전에 관리처분총회에서 이미 의결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 결의도 없는 상태에서 예산 외 지출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시공사인 H건설 측에 지급 연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하지만 H건설 측이 그대로 비용을 송금하는 바람에 현재는 ‘시공사 탓에 불법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장과 정비업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유죄’ 선고가 지속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10월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 제11부(재판장 한창훈 판사)는 전 조합장 장 씨와 정비업체인 T사 대표 백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법원은 “임대 비율 조정 계약은 최초의 행정 용역 계약 내용과 내용이 중복된다”면서 “주민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적절한 용역비를 산정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조합이 정비업체에게 임대주택 비율 조정과 관련된 별도의 계약을 체결, 8억여 원을 지급해 조합(원)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지난 2005년 정비구역지정 고시를 받으면서 부여받은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에 당시 조합장이던 장 씨는 정비업체 대표 백 씨와 임대 비율 축소에 대한 별도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실제로 작년 1월에 체결한 ‘임대주택 관련 업무 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재건축 임대 비율 축소로 발생하는 조합 수익금 총액의 8%를 백 씨가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돼 있다.
긴등마을은 지난 2007년 10월 ‘방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는데 이듬해인 2008년 7월, 변경 고시된 촉진계획에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10.23%로 낮아졌다.
이에 장 씨는 지난해 4월에 계약금 명목으로 4400만 원, 그해 7월에는 잔금 명목으로 4400만 원, 같은 달 7억여 원 등 8억 원이 넘는 돈을 정비업체의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문제는 실제 재건축 임대 비율 축소가 T사의 공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문에 응한 전문가들의 답변은 “절대 그럴 수 없다”로 한결같았다. 그들은 오히려 “그런 계약의 경우 ‘뒷거래’를 의심해 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단법인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는 올 3월 이 사안에 대해 “임대 비율의 변경은 정비업체의 노력에 의한 변경이 아니다”라며 “긴등마을의 경우 ‘도시정비법’과 그 시행령상 비행안전구역 내의 높이 제한 규정에 따른 비율 축소”라고 밝힌 바 있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본 정비사업장과 비슷한 이유로 완화된 지역이 많다는 데서도 이것이 T사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007년 2월, 경기도 부천시 삼경아파트는 건축ㆍ높이 제한으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11.37%로 축소된 바 있다. 심지어 그해 10월에는 서울시가 방화동, 화곡동, 내발산동 일대의 화곡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을 변경 고시하면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10%로 정해 고시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도 높이 제한에 따라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줄어든 만큼 이는 본 정비사업장에서도 당연히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