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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4구역 조합 관리처분인가 취소사실 ‘은폐’: 2010.03.23 16:55 입력 | 2010.03.23 20:31 수정

아현4구역 조합 관리처분인가 취소사실 ‘은폐’
총회개최-동의서징구 조합원 ‘기만행위’

 
서울시 마포구 아현1동 380번지 일대를 재개발 하는 아현 제4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장(이하 아현4구역) 조합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재개되리라 기대했던 공사가 시작되기는커녕 사업 자체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데다 그 사이 착공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이들의 시름은 조합 측이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 취소 확정판결을 받아 놓고도 이를 숨겨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초 조합 측은 소식지 등을 통해 “반대파의 각종 민원 제기와 소송 남발로 마포구청에서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공사 재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아현4구역의 관리처분인가가 ‘취소’됐음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확정증명원이 공개되면서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A씨는 “조합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방법이 없다”면서 “지난 2월 조합이 보낸 소식지에 당초 약속했던 공사 재개가 실패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나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사퇴 여부, 향후 일정 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조합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소식지에 (조합원들의) 피 같은 돈을 쓴 것도 모자라 이를 통해 그동안 조합원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고 비난했다. 그는 “관리처분인가 취소는 재개발 사업에 있어 중대한 사안인데 이를 은폐했다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확정증명원(서울행정법원 2008구합35248)을 보면 인가 취소가 확정된 날짜는 지난해 10월 22일. 이는 아현4구역 조합원 중 한 명이 법원에 신청해 같은 해 11월쯤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최근까지도 “인가 취소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아현4구역 조합 측이 지난해부터 취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한 ‘연막작전’ 또는 ‘기만행위’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먼저 조합 측이 지난해 11월에 개최했던 임시총회 자체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당시 총회에서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의 건’이 상정돼 의결됐다. 새로운 관리처분계획 수립이 아니라는 얘기. 이는 조합 소식지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라고 조합원들은 증언한다.
 
게다가 계획을 변경한다는 것은 이미 기존의 계획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위다. 하지만 10월에 이미 기존 인가가 취소됐기 때문에 이날 총회는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서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현4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만약 11월 임시총회가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최됐던 것이라면 이미 기존 계획 또는 인가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자인하는 셈이 된다. 또한 기존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이 ‘취소’가 아닌 ‘정지’를 당한 상태에서 임시총회 결의를 통해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고 하면 아현4구역에는 ‘1개 사업장=관리처분계획 2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조합 측이 지난해 12월 ‘공람’을 실시한 것에 대한 의혹도 난무하고 있다. 관계 법령에 의하면 공람은 (최초) 인가 시 행하는 필수 사항이다. 즉, 관할 구청의 인가에 앞서 해야 하는 절차상의 요건으로서 공람은 인가를 받기 위해 하는 행위인 셈. (최초) 인가 이후의 경미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은 총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며 구청에 변경인가를 신청할 때에도 공람 없이 가능하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1항 등).
 
하지만 아현4구역 조합 측은 지난해 11월 임시총회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것이라 선전하면서도 총회 직후 곧바로 ‘공람’을 했다. 따라서 이는 이미 ‘인가’가 없는 상태고, 당연히 조합 측이 이를 알고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게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작년 10월 인가 취소 확정 판결로 새로운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관계 법령이 명시하고 있는 조합원 공람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조합 측이 공람을 했으므로 11월 총회에서의 관리처분계획 변경은 말 그대로 ‘변경’이 아니라 ‘수립’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조합 측은 “(2010년) 1월 공사 재개를 위해서라도 인가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공람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는 인가 취소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기 위한 조합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조합 측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이 결국 ‘공사비 인하 불가’라는 시공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셈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합원 A씨는 “조합 측은 말도 안 되는 내용에 대해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서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시공사와 협의해 공사비 인하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면 일이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실패한 내용에 매달리며 ‘공사비 인하는 안 된다’고 되뇌는 조합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과 시공사 간 모종의 ‘거래’나 공사비 내역에 뭔가 숨겨진 ‘비밀’이 없다면 하루속히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현4구역 분쟁 개요
아현4구역은 지난 2007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ㆍ신청했고, 이듬해 6월 마포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도한 공사비 증액과 그로 인한 부담금 ‘폭탄’에 불만을 품은 일부 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리했다. 지난해 9월 조합 측 항고가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당해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조합 측은 지난해 11월 30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상정된 안건을 의결했지만 이 총회가 또 다른 분쟁을 낳는 ‘씨앗’이자 조합 집행부를 옥죄는 ‘덫’이 된 것으로 이번 사건을 요약할 수 있다.
 
아현4구역 관리처분계획과 관련돼 진행 중인 소송은 다음과 같다. ▲관리처분계획 취소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09년 5월 1심 승소ㆍ현재 항소심 계류 중) ▲관리처분계획 무효 소송(1심 승소ㆍ현재 항소심 계류 중) ▲관리처분인가 취소 소송(조합이 항소 포기로 09년 10월 인가 취소 확정)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