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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12구역 끝나지 않은 의혹…관할지검만 변경: 동부지검서 중앙지검으로 이송…사유 불분명; 2010.04.27 16:34 입력 | 2010.04.28 20:18 수정

검찰로 송치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재개발 비리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관할 검찰이 바뀌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송 사유가 석연치 않아 의혹만 커지고 있기 때문.
 
서울 성동구 옥수 제12구역(이하 옥수12구역) 조합원 A씨에 따르면, 본보가 보도(09년9월16일자 6~7면)했던 옥수12구역 관련 비리 사건이 종전의 서울동부지방검찰청(동부지검)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비리 백화점’으로 불렸던 옥수12구역 재개발 비리가 본격적인 ‘수사망’에 걸려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이송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의혹으로 변질됐다.
 
조합원 A씨는 “검찰 관계가 ‘조합 감사 김 모 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수사받기를 원해서 이송한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소조차 되지 않은 자가 자진 신고를 통해 자신을 수사망에 올린 셈”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또 “검찰에 따르면, 이번 보강 수사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총무이사 김 모 씨 등인데 김 감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그런 그가 관할 검찰에 자신의 주소지 관할 검찰에서 조사받고 싶다며 사건 이송을 요청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 사정에 정통한 S씨는 “현재 상황에서 예단할 순 없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사건 이송을 통해 조합 측에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이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김 감사에게 확인한 결과 자신은 그러한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아무래도 조합 측이 장난을 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옥수12구역 무엇이 문제인가
옥수1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분 매입을 통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부터 70억 원을 차입했다. 하지만 조합은 조합 명의로 지분을 구입하지 않고 차입금을 유현컨설팅이란 회사에 빌려준 뒤 이를 통해 조합원 명의를 차용, 지분을 매입케 했다. 해당 조합원은 매입 지분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결국 지분은 유현컨설팅의 소유로 넘어갔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이 조합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 총회 의결 등의 절차 없이 조합 임의로 처분했다며 문제를 제기,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 유현컨설팅의 대표이사가 조합 총무이사의 장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만 커졌다.
 
결국 조합원 B씨가 조합 임원 등을 성동경찰서에 고소,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 수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거대 시공사의 전(全)방위적 로비가 작용한 탓’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본보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5월 조합장 방 모 씨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동부지검에 송치(혐의 인정 기소의견)된 사건은 담당 검사까지 배정됐지만 이후 수사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갖은 의혹만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3월 사건이 동부지검에서 중앙지검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이송 사유가 감사 김 모 씨가 자신의 주소지 관할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싶다며 사건 이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조합원 A씨는 “이송 요청을 했다는 김 감사는 ‘나는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형적인 ‘시간 끌기’로 추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조합 측이 시간을 벌기 위해 명의 도용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법적인)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곳 조합원에 따르면, 조합장 방 모 씨와 총무이사 김 모 씨 등은 고소인인 조합원 B씨와 가까운 지인을 통해 그에게 지속적으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반대파 오프라인 사무실 마련…왜?
다른 구역에 비해 반대파의 힘이 약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이곳 조합원들도 결속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옥수12참여마당(이하 참여마당) 측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곳 조합원들이 참여마당을 중심으로 활발한 의견 개진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참여마당 측도 이달 초 오프라인에 사무실을 열었다.
 
참여마당 관계자는 “지난 9일 조합 측이 중도금 납부를 강행하는 등 조합원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지속하는 바람에 좀 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느꼈다”면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유도 등을 위해 오프라인에 사무실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의 ‘합심’ 배경에는 이 외에도 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먼저 시공사 측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들 수 있다. 지난달 10일, 옥수12구역 조합 측은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부터 ‘이주 및 착공 지연으로 인한 도급액 증액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문서를 받았다.
 
시공사 측은 “교회ㆍ상가와의 미협의로 인한 이주 지연, 국ㆍ공유지 재협의 등으로 인한 착공 지연 등의 이유로 도급액 증액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에 시작됐어야 할 옥수12구역의 착공이 지연됐기 때문에 지난 2월까지 16개월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3.3㎡당 13만6440원씩 총 105억여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합원 A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던 공사가 성동구청이 지난달 중순 착공신고필증을 내주면서 비로소 시작되게 됐다”면서 “구청 측이 182억 원에 달하는 국ㆍ공유지를 받고 내줘 가뜩이나 조합원 부담이 큰 상황에서 100억 원이 넘는 공사비 인상은 조합원들의 목을 조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조합원 K씨는 “유현컨설팅 문제로 조합원이 분열돼 사업 기간이 지연된 데에는 시공사가 제공한 70억 원의 돈이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자신들의 도의적 책임은 저버린 채 조합이 혼란한 틈을 타 제 뱃속만 채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옥수12구역 조합원들은 참여마당을 중축으로 해 중도금 납부 거부 운동을 펴고 있다.
조합원 K씨는 “지난 2008년 10월에 체결한 공사 계약과 지난해 11월의 조합원 분양 계약 등에 따르면 실착공이 이뤄지지 않아 기성률이 사실상 0%인 상황에서 조합 측이 중도금 납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 집행부는 이러한 사실은 알리지 않은 채 납부 준수만 되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돈으로 먹고사는 집행부가 시공자 편에 서서 조합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합 측은 “일부 조합원들이 갖가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구청으로부터 착공필증을 교부받은 만큼 절차에 맞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정대로 중도금 납부가 이뤄질 것이며 입주 예정일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도금 납부 거부, 집행부 축출 ‘시발’ 주장
옥수12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옥수12구역 현장은 최근 들어 부쩍 바빠졌다.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공사 현장의 흙이 파헤쳐지고 이것들이 트럭에 실려 이동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사정을 모르는 조합원들은 착공이 이뤄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조합원들은 이것이 말 그대로 ‘착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 K씨는 “현재 공사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면서 “현재 현장에서 채굴ㆍ수집되는 흙은 질 좋은 마사토(磨沙土)로서 이는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H씨는 “조합원의 재산을 함부로 처리하고 있는 조합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방법이 없다”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증거를 확보해 부당 이익을 취한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곤두세웠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지난달 10일 착공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고 같은 달 15일 필증을 교부받아 착공에 들어갔다”며 “(시공사 측의) 공사비 증액 요청이 있어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됐지만 이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고 22일부터 공사를 재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이 전하는 실상은 이와 사뭇 달랐다. 조합원들은 도보 답사 결과 공사 현장은 실착공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교회 옆 상가가 철거되지 않은 점 ▲구역 내 도로(이수아파트~방송고등학교)가 폐쇄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게다가 4월 초 현재 실착공의 기준이 되는 착공지시서가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착공일은 감리자가 발급하는 착공지시서를 시공자가 접수하는 일자를 말한다. 이는 전체 공사 기간의 기산점이 되며, 착공지시서를 시공자가 접수ㆍ확인하는 날짜가 바로 착공일이 된다. 따라서 이 날짜부터 공사 기간으로 기산된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공자 처지에서 착공일은 가급적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실공기일이 기산되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선행함으로써 여유 있게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서상에 명시된 공사 기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공지시서를 발급받을 경우 그 책임은 시공자가 져야 한다. 현재 상당수 조합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옥수12구역은 착공에 들어가는 것도, 시장에 알려진 공사 기간(33개월)을 준수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 측이 공사가 시작됐다면서 중도금을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논리성이 결여된 행동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착공지시서가 없는 상황에서 시공자는 공사 기간 등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공사 기간에 상관없이 중도금은 중도금대로 물고 각종 비용 등도 물어야 하는 조합원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H씨는 “계약서상에 중도금 예치에 따른 이자수익은 시공자에게 귀속되게끔 돼 있다”며 “착공 지연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조합원들이 지게 돼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조합이 중도금 납부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도금 납부 거부 운동을 현 집행부를 몰아내는 ‘시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합원 D씨는 “현 집행부 말대로 지금 중도금을 납부하면 연체료는 물 필요가 없지만 가구당 수천만 원의 추가부담금을 물어야 할 지 모른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현 집행부의 퇴진을 강도 높게 요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