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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주공2단지 시공사선정총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 “무상지분율 낮다” 조합원 반발…사업지연 불가피; 2010.05.03 14:36 입력 | 2010.05.05 11:19 수정

무상 지분율을 두고 조합원 간 대립을 빚어 왔던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주공2단지의 시공사선정총회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 측이 반대파의 의견을 수렴해 한발 물러날 뜻을 내비치면서 이곳의 재건축 사업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배재고등학교 대강당에서 개최 예정됐던 총회는 개회 시간을 3시간이나 넘긴 시점에서도 의사정족수(50%)를 채우는 데 실패, 조합장이 총회 연기를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총회 성원이 이뤄지려면 고덕 주공2단지 전체 조합원 2771명 중 50% 이상이 참석해야 했지만 이날 참석한 조합원은 800여 명(대리인 포함)에 그쳤다. 결국 조합 측은 총회 무산을 선포, 임시 대의원회의를 거쳐 조만간 총회를 다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총회 현장은 ‘전장(戰場)’을 방불케 했다. 강당 밖에는 총회에 반대하는 조합원 500여 명이 시공사 후보 선정 무효와 완전경쟁입찰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와중에 1명이라도 더 입장시키려는 조합 측과 총회 무산을 주장하는 반대파 간에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고 일부 조합원이 쓰러져 119 구급대까지 출동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한편 총회 무산 다음 날인 2일, 조합 집행부 측이 ‘완전경쟁입찰’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의견을 일부 수렴하겠다는 뜻을 전해 귀추가 주목된다.
 
조합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공사 선정을 처음부터 검토해 완전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선정총회를 다시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7월부터는 조합원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서 시공자 등을 선정하지 않으면 공공관리자제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조합 측이 시공사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합원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바꾸려는 조합 집행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예비 시공사였던 G건설의 경우 금품 제공 문제 때문에 컨소시엄 유지가 불투명해진 데다 이번 총회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시공권을 따 내는 게 어려울 듯하다”면서 “게다가 조합 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향후 건설사 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커져 이곳 시공권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사자의 주장대로 홍보비로) 1개 건설사가 대의원 몇 명에게 1인당 수백만 원을 제공했다면 밝혀지지 않은 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며 “이제껏 들어간 비용 문제를 놓고 예비 시공사와 조합 간에 벌어질 갈등이 향후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꿴 부분이 있지만 조합원들이 반대할 때마다 집행부가 흔들린다면 해당 사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의 선정 절차 변경을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됨에 따라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 K씨는 “강동구에서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진 곳은 고덕 주공2단지만이 아니다”라며 “인근 고덕 주공6단지와 구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 등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아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이번 총회 무산으로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증발했다”며 “이것만 놓고도 조합장 해임 사유가 발생한 만큼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렇게 되면 사업은 ‘표류’할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