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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5구역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 후폭풍 거세다: 협력업체 “우린 어찌되나?” 발만 동동…조합원 “집행부가 지출비용 책임져야”; 2010.05.11 15:27 입력 | 2010.05.18 00:26 수정

“법원이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결국 인가처분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집행부는 물론, 그동안 조합과 한통속이던 D건설을 우리 구역에서 몰아내고 그들이 조합원들에게 부당하게 지운 부담을 해소하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염원이다”(용두5구역 조합원 A씨 외 다수)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 제5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장(이하 용두5구역)에서 만난 조합원들의 바람은 이처럼 간단명료했다.
 
이곳은 최근 법원이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뒤 사실상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처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조합 집행부. 이곳에서는 현재 반대파인 ‘용두5구역 재산 지킴이 모임(이하 용재모)’을 중심으로 조합 해산이 추진되고 있다.
 
용재모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첫 단추를 잘못 채우는 바람에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소송이 잦아지고 그에 따라 비용도 늘어났다”며 “이러한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조합은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박 모 씨는 “기존 조합 임원만 해임한다면 권리와 함께 의무도 승계된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집행부가 위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한 비용 등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취소’ 소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 조합은 물론 그동안의 조합의 전횡에 편승해 이익을 취해 왔던 기존 협력 업체들도 향후 사업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가람법률사무소의 전영상 대표변호사는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명확한 판례가 나온 게 없기 때문에 예단할 순 없지만 (조합 패소를 전제로 얘기한다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라며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면 기존 조합이 체결한 계약도 효력을 잃게 되므로 새로운 조합이 기존 차입금 등을 책임질 필요도 없어진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 변호사는 “다만 계약 무효로 인한 책임은 기존 집행부에 있는 만큼 피해를 보게 되는 협력 업체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조합설립인가 효력 정지
지난 3월 대법원 제3부는 용두5구역 조합원 윤 모 씨 등이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 2010아17)’에서 “피신청인이 지난 2008년 2월 용두5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내린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대법원 2010두2579사건의 상고심 판결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러한)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이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용두5구역 조합 측도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이곳 재개발 사업 역시 사실상 중단됐다. 이번 소송은 업무 집행정지의 효력이 대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아 조합 측이 설립인가 취소처분에도 불구하고 계속 업무를 수행하자 이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조합원 윤 모 씨는 “하급심에서 패소한 조합 측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조합원들의 이해에 반하는 업무를 추진해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며 “향후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소재는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격렬한 대립은 지난 2008년 2월 용두5구역 조합설립인가가 나면서 시작됐다. 용두5구역 추진위는 당시 전체 토지등소유자 322명 중 243명(75.47%)의 동의를 얻어 구청에 설립인가를 신청했고(2008. 2.19), 구청은 이를 승인했다(2008. 2.27).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은 인가 신청 시 조합이 구청에 제출한 동의서가 변조됐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정비구역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구역을 근거로 받은 동의서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날짜를 조합 측이 임의로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조합 측이 일축하면서 양측의 다툼은 법정으로 옮겨졌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추진위가 사업 구역 축소ㆍ변경 전에 동의서를 받은 후 임의로 변경된 구역에 맞지 않게 된 부분을 수정하고, 그 작성일자를 사후로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동의서를 변조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월 선고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추진위가 구청에 제출한 동의서의 상당수는 육안으로 보아도 변조 흔적이 명백하다”며 “변조된 동의서를 제외하면 조합설립인가 요건이 충족되지 못함에도 이를 간과한 채 인가처분을 내렸다”고 판시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당시 동의서는 모두 3쪽이었으며 2쪽의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와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은 모두 공란이었다. 하지만 사업 구역이 변경된 뒤 추진위가 2쪽을 임의로 고쳐 구청에 제출했다.
 
법원은 이러한 동의서가 100장에 달한다고 판단하면서 ▲이 가운데 97장에 첨부된 인감증명서는 사업 구역이 변경되기 전에 발급된 것이며 ▲상당수 동의서는 1ㆍ3쪽이 편지 봉투에 넣기 위해 접힌 흔적이 있는 반면 2쪽은 접힌 흔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명시했다.
 
당시 조합과 구청은 “사업 구역 변경 후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받은 동의서의 2쪽을 변경된 사업 구역에 맞게 다시 제출받을 필요가 생겨 이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 동의서의 2쪽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진위가 97장의 동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 모두로부터 동의서의 2쪽을 교체하고 작성일자를 변경하는 데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데다 적어도 이 모 씨 등 4명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4명을 동의자 수에 포함할 수 없는 이상 동의율은 75%에 미치지 못한다(243-4/322=74.22)”고 판결했다.
 
조합 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조합과 구청 측이 인가 신청 당시 제출한 동의서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업 구역이 변경되기 전에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이 동의서 2쪽의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와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부분이 공란으로 된 동의서에 미리 서명ㆍ날인함으로써 향후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그러한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동의서 3쪽에 ‘사업 내용 동의는 시공자 등과의 계약 내용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내용이 변경되거나 이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경우 추후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에 대해 별도의 동의서 제출 없이 본 동의서로 대신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기재돼 있는 점
 
▲조합창립총회(2007. 7.20)에서 ‘사업시행 결의안이 통과됐으므로 당초 제출된 동의서는 이 같은 총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새로운 동의서의 제출이 없더라도 유효한 점 등이다.
 
아울러 조합 측은 “토지등소유자 318명 중 75%를 초과하는 247명으로부터 새롭게 동의서를 받았으므로 인가처분의 하자는 치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선고(2009누8429)에서 서울고등법원 행정 제5부는 용두5구역과 동대문구청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최초 인가 신청 당시 제출된 동의서가 적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이 추진위 구성에 동의하면서 조합 설립 동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들의 경우 추후 사업 구역의 변경 등이 있을 때 별도로 동의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당초부터 적법하게 작성되지 아니한 동의서에는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새로운 조합 설립 동의서 제출로 인가처분의 하자가 치유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그것이 있을 당시의 법령과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행정행위의 치유는 그것의 성질이나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때에도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조합설립인가는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그 하자의 치유 여부를 조합 설립 행위 등과 동일한 관점에서 판단할 수 없다”며 “피고 등의 주장과 같은 사유로 하자 치유를 허용한다면 인가처분의 권한을 갖지 아니한 법원이 행정청을 대신해 처분 당시 제출되지 아니했거나 행정청이 고려하지 않은 자료들을 새로 제출받아 이를 기초로 요건의 충족 여부를 사실상 재심사하게 되고 이로써 처분 당시 또는 그 효력을 다투는 제소 시점에 존재하지 않았고 예측도 불가능한 사정에 의해 조합 설립의 효력이 좌우되는 결과에 이르게 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 협력업체에 튄 소송 ‘불똥’
현재 조합 집행부와 용재모를 ‘축’으로 하는 반대파 조합원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상황이 조합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그 ‘불똥’은 시공자를 포함한 협력업체에 튀었다.
 
단적인 예가 현재 진행 중인 ‘주민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이다. 이 소송은 사실상 용두5구역의 시공사인 대림산업의 선정을 무효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용두5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은 추진위 시절인 2006년 3월 대림산업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후 개최한 총회에서 대림산업을 시공자로 선정한 데 대해 ‘추인’했다.
 
조합원 전 모 씨는 “당시 시공사를 어떻게 선정했고 어떤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는지, 또 그로부터 차입한 비용이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며 “특히 추진위 시절 선정해 놓고 조합이 이를 추인하는 형식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이 모 씨는 “조합원의 권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조합이 시공사에 끌려 다니며 조합원들과 대립하는 우리의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그 중심에 시공사 등이 있기에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 사안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들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주민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는 사안이 대법원까지 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07년 11월 선고된 1심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 제11부는 “지난 2006년 3월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를 대림산업으로 선정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추진위는 “대림산업을 시공자로 선정한 것은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조합창립총회에서 추인까지 한 이상 무효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추진위)가 추인 결의를 통해 시공자 선정을 기정사실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이상 원고들의 권리ㆍ법률상 지위에 불안ㆍ위험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시공자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 권한인데 이 사건의 경우 (당시) 조합이 설립되지 아니했으므로 선정 권한이 없는 피고가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기존 시공자 선정을 추인하기로 결의했다 해도 이 결의는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 후 2심에서는 용재모 측이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합원 박 모 씨는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 중인 인근 재개발 구역에서는 승소한 사례가 있고 조합 측의 위법 행위가 드러난 이상 최종심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합 측은 용재모 측에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만난 이곳 조합원들 중 상당수는 이러한 조합의 제안에 ‘꼼수’가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조합원 윤 모 씨는 “우리가 예전부터 요청한 사업성 분석 등을 위한 공개회의는 누차 무시한 채(조합이) 뜬금없이 공청회를 제안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청회라는 것은 기존 조합은 인정하고 우리더러 질의를 하라는 것으로 현 집행부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일절 응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합장 이 모 씨는 “공청회라기보다는 조합과 반대파의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던 일종의 토론회였다”라며 “하지만 반대파가 거부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을 특정한 것도 아니었는데 일부에서 음모론을 제기해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장은 또 “최근 부산고등법원 판례와 국토해양부 질의 회신 등을 통해 조합 측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현재 겉보기에는 우리 재개발 사업이 ‘답보’ 상태에 있는 듯하지만 조합이 소송 등에 철저히 준비 중인 만큼 추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보도를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용재모 측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80여 명이고 최근 분위기상 지속적으로 지지자가 늘고 있어 조만간 현 조합이 ‘와해’될 것이라면서도 조합원 대부분이 노인이라 지금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과 관계 법령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용두5구역은...
이곳 재개발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253번지 일대 3만7000여 ㎡에 건페율 18.79%, 용적률 244.26%를 적용해 지하 2층~지상 25층 아파트 9개동 64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